|
지난 2000년 4.13총선 당시 배기선 국회의원을 비롯한 7명이 자신을 허위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한나라당 원미을 지구당 이사철 위원장이 제기한 ‘공직선거법 위반 허위사실유포 및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배기선 피고인을 비롯한 사건관련자들은 이번 재판은 단순한 사법적 잣대가 아닌 역사적 관점의 판결로 이어져야 한다고 최후진술을 통해 주장했다. 오늘 오전10시부터 부천지원 이혁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결심공판에서는 변호인들의 변론에 이어 피고인들의 최후진술로 진행됐다.
이날 변호인단은 변론을 통해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 전력을 가진 배기선 국회의원과 지구당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독재정권시절 공안검사로 활동하며 승승장구했던 이사철 전 의원이 제기한 공자직선거법 위반 허위사실유포 및 명예훼손 사건은 피고인들인 개인사욕을 위한 목적이 아닌 선거유세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표현은 있을 수 있으나 대체적으로 상대후보를 음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사건의 핵심사안의 하나인 이장형씨(고문간첩사건)와 홍창의씨(학생시위사건)고문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당시 낙선운동을 주도했던 총선연대와 인권운동 단체인 천주교인권위원회가 이사철 전의원에 대해 권위주의 정권시절 공안검사로써 반인권적인 전력을 문제 삼자 피고인들은 선거기간 중 다소 오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고문수사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 한 것으로 위법성이나 비방의 의도는 없어 보인다"고 밝히고 "고소인인 이사철 전의원의 경우 직접고문한 정황은 없다 하더라도 지휘자로써 고문을 방치한 책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피고인들을 선처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특히 지난87년 시국사건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받아 정신이상 증상을 얻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못하는 홍창의씨의 아버지 홍성윤피고에 관해서는 “아들이 당시 한나라당의 대변인을 맡고 있던 이사철씨가 TV에 나오면 도망가는 등 심한 정신증세를 보이는데 이를 보아야 하는 부모로써 진실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어 이어진 피의자 최후진술에서 배기선 국회의원은 “지난 4·13 총선은 권위주의 시절의 잔영이 투영된 선거로 국익을 위해 일했던 공안검사 출신과 재야학생운동출신의 대결이 원미을에서 이루어 졌고, 어두운 시절에 인간의 존엄을 부르짖던 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 만큼 이는 사법적 차원이 아닌 역사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술했다. 홍성윤 피고인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에 입학한 아들이 장래가 밝다고 생각했으나 시국사건으로 고문을 받고난 뒤 정신이상증세로 페인이 되어있어 가족은 웃음을 잃고 있다”며 “당시 이사철 후보는 6·29선언이후 공안사범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그렇다면 그해 10월에 창의가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받았겠느냐고 항변하고 당시 지휘검사였던 이사철씨는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어“4월11일 내가 이사철씨를 고문검사라고 했다는데 담당 공안검사라고 말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성윤이는 밤잠 안 재우기는 물론 담당 경찰관이 만취 상태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를 했고 이사철씨는 인격적 모욕을 주는 폭언을 했는데 이 또한 정신적 고문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고했다. 홍성윤피고는 계속된 최후진술에서 “ TV에 이사철씨만 나오면 고함을 지르는 등 발작 증세를 보이는 아들을 옆에서 지켜봐야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떻겠느냐”며 “부모로써 자식이 망가진 모습을 보며 최소한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진실을 밝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당시 선거유세장을 돌며 고문으로 망가진 아들에 대해 고발하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말하고 “성윤이로 하여금 웃음을 잃어버린 우리 가족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며 울먹여 방청석에 있던 참관인들을 눈물에 젖게했다.
한편 같은 법으로 고소된 황계호 피고인은 “이사철씨가 제출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라 나모씨”라며 혐의를 부정했다.
이밖에 법정에 선 J모씨 B모씨, LKH씨, LKI씨 등은 일부혐의를 부인하거나 어두웠던 과거에 통상적으로 행해졌던 시국 사범들에 대한 고문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만이 알 수 있는 폐쇄된 공간에 이루어져 당사자들만이 이를 알 수 있지만 가해자는 고문사실을 부인하고 피해자들의 고문에 대한 증언은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반드시 밝혀야할 사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이번 재판이 역사성을 갖는 재판이 되어야하며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억울한 판결로 눈물 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피력해 이번 재판은 사법적 재판이긴 하나 독재정권하에서 저질러진 인권유린에 대한 역사적 진실규명이라는 또 다른 의미가 내포돼있어 재판결과의 귀추가 주목 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최후진술 내용을 서면으로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선고 공판은 다음달 21일 부천지원에서 열리게 된다고 통보해 선고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자는 이번 재판이 단순한 선거법상의 문제를 뛰어넘어 과거 독재정권하에서 수사관들에 의해 자행되었던 고문수사에 대해 지휘계통에 있던 검사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것이냐는 사법부의 역사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재판의 의미를 말하고싶다.
|
|
|
|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