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체육 특기생 제도는 공장시스템에 불과하다

체육 특기생 제도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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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csk6633)등록 2003.04.15 19:47
작금 스포츠라는 아우라(Aura)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갖가지 사건과 사태에 즈음하여 몇 가지의 단상을 옮긴다.

한 체육 특기생의 자살, 초등학교 축구부 학생들의 죽음, 어느 체육 교사의 조폭적 추태(오마이뉴스 보도) 등은 별개의 것들이 아니다. 모두 다 나름대로의 개연성의 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 고리의 가장 큰 축은 체육 특기생 제도에 있다.

현행 체육 특기생 제도는 사유와 사고 기능이 거세된 충직한 운동기계만을 생산(?)해내는 공장시스템에 불과하다. 거기에는 휴머니즘이라곤 일말도 찾아볼 수 없고, 가장 첨예한 자본주의적 승리, 성과주의만이 남는다.

일반 사람들은 그러한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전근대적 시스템에서 양육되고 발탁된 몇몇 대표 선수들의 고군분투 끝의 승리에 환호를 보내고 그 감상주의에 알맹이 없는 휴머니즘까지 달아버린다. 월드컵 4강의 신화까지 이룩되었으니 그 공장시스템의 부하와 강도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우리가 즐기는 결과지상주의적 스포츠는 딱히 미디어 스포츠에 한정된다. 미디어 스포츠는 사실 하나의 상품이다. 온 국민이 존경하는 히딩크도 홍명보도, 결국에는 불행히도, 그 럭셔리한 상품 속의 세트메뉴에 불과한 것이다.

그 상품을 판매하고 즐기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그 상품의 개별적 배경과 만들어진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소비자들(?)은 공휴일 대낮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연중행사 시 민족지상주의(Ethnocentrism)의 극대화에 몰입할 수 있는, 집단 최면의 효과를 만끽할 수 있는 기능성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민 스포츠란 외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미디어 스포츠의 본질, 진정성이자 태생적 한계이다.

벌써 십 수년 전부터 적지 않은 체육인들이 풀뿌리 체육과 사회, 생활 체육 등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 개혁적 목소리로 파행적인 엘리트 체육시스템에 제동을 걸어왔다. 그러나 바뀐 것이라곤 동네 야산의 약수터에 철봉 하나 더 세워진 것 밖에 없다.

어린 나이의 엘리트 운동선수들(사실 그들은 학생이다)이 담임교사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체 코치와 선배들로부터 구타를 당하면서 상당한 시간을 운동이란 노역에 종사해야 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공고할 뿐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대학을 가고 실업팀으로 가는 것도 아니다. 몇몇의 운동엘리트 들에게만 선사되는 기회일 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무직자로 전락한다.

이런 말이 있다. 공부는 1등을 못하여도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문제가 없지만, 운동은 다르다. 특히 비인기종목의 경우에 1등이 아니면 2등조차도 온전하게 살아 남기 힘든 현실이다. 그저 사회의 낙오자가 되거나 음지의 야인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개인의 미래는 스스로의 판단과 노력에 따르기 때문에 무조건 법제화된 제도만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물론 그렇다. 몇 해 전에 언론에서도 보도된 국가대표 스키선수 출신이 행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한 사실과 일부 소수 운동선수출신의 전업 성공사례 등. 그러나 이는 극소수의 이야기 일뿐이고, 일반화와는 거리가 먼 말이다.

인생의 올바른 경주는 개인의 문제이다. 모두 다 교육제도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이 파행적인 체육 특기생 제도의 현실은 그들에게 잠시나마 보편적 인지력을 싹트게 할 수 있는 기본권마저 삼켜버렸다.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평범한 학생들인 그들에게 남들과 똑같은 보편적인 지식과 이성을 겸비하도록 해서 향후 꼭 운동선수의 길이 아니더라도 올바른 사유와 올곧은 판단력을 갖춘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는 다양한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대안적 틀을 마련해 준다는 차원 이전에 존엄성을 가진 하나의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미덕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체육시민연대와 같은 시민단체에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체육 특기생 제도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올바른 인성과 생존력을 갖춘 운동선수를 키워낼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토대는 체육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새로운 구심점을 이룰 것이며, 더 나아가 생활체육의 활성화에도 한 몫을 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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