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낭비 조장하는 고양시 상수도사업소

검토 완료

조태상(railway)등록 2003.04.18 09:55
지난 4월초 한겨레에는 고양시 일산구 전체 가구가 4월 17일부터 18일까지 꼬박 24시간동안 수돗물이 단수된다는 기사가 실렸다. 뿐만 아니라 일산구 곳곳에는 수돗물 단수를 알리는 현수막이 나붙었고, 아파트 현관 공지사항란에도 수돗물 단수를 알리는 공문이 붙여졌다. 단수 예정일이 다가오자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 까지 온통 단수 안내장으로 넘쳐 났다.

그러나 정작 단수가 예정된 오늘 단수는 되지 않았다.

어제 밤에 우리 식구들은 모두 샤워를 해야 했다. 꼬박 만 하루동안 물이 안 나온다니 미리 씻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욕조통 가득 물을 받아놓았다. 양동이, 고무대야 할 것 없이 웬만큼 물이 들어갈 만한 용기는 모두 물로 채워졌다. 출근을 위해 세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용변을 보고하는 것은 모두 물이 필요한 일상의 과정들이다. 단수는 이런 일상에 매우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우리집 뿐 아니라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어젯밤 호들갑을 떨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퇴근 후 어머니께 여쭈어 보니 오늘 하루 종일 아무 이상없이 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정말 수도꼭지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물이 나왔다. 화가 났다. 단수가 되니 2-3일 전에 미리 물을 받아놓으라고 지겹도록 홍보한 행정관청에 항의 전화를 했다. 일산구청과 상수도사업본부였다.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단수가 되어도 물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원래 아파트 물탱크에는 단수를 대비할 충분한 양이 저장되어 있다. 그러니 단수가 되어도 아파트는 별 문제가 없다' 아니 이 따위 말을 할 수 있는가.

고양시 일산구 주민은 거의가 아파트 아니면 연립주택에 살고 있다. 상수도사업본부의 말 대로라면 단수를 대비했어야 할 곳은 단독주택정도인데, 왜 일산구 전체가 단수가 되니 모든 집에서 물을 받아놓으라고 그 난리를 쳤단 말인가. 그 때문에 거의 모든 집에서 욕조 가득가득 받아 놓았던 그 수돗물의 낭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물 부족을 핑계로 댐 건설을 하며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정부가 한쪽에서는 대규모의 물 낭비를 조장하고 있었다.

한심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당국의 책임 있는 답변과 재발방치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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