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 시인과의 봄날 데이트 1

문학은 마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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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miso00)등록 2003.05.01 10:50
지난 4월 28일 월요일 한국문학회에서 초청한 특별강사 신달자 님을 만나고 왔다

청소년 시절 한 두권의 책은 낯익게 읽었을 30-40-50대 여러 문학인들에게 좋은 말씀을 들려 주려 오신 자리였다.

지면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얼굴이라서 정겨움이 더했다.
60세가 넘으셨다는데 50대 초반으로 보이시는 앳띤 모습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고운여성" 이었고 피부도 어쩜 그리 맑으신지 나도 노년에 저런 모양새를 지닐수 있을런지 잠시 부러웠다.

문학은 영원한 갈망이고 마약같은 것이라며 지금껏 살아온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차분차분 아주 재밌게 해 주셨다.

글에 무슨 매력이 넘치길래? 한 평생 간절하게 원하는가에 대한 여성으로서의 접근 같은 주제였다.

시를 버리고 돈을 벌자고 작정했으면 지금보다 더 좋은 집 멋진 차를 가지고 있을거라고 하셨다. 문학은 자존심이지만 상처의 광장이기도 하며 시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지만 생을 포기하지 못하듯 버리지 못하는 애련함이 묻어 있다고 하셨다. 생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넘쳐나지만 지금껏 끌어가고 있는 인생처럼 시를 통해 위로와 힘을 얻는다고 하셨다.

50년대 6'25 전쟁 후 어린 시절을 보낸 시인은 놀이 기구와 장난감이 없어서 모래와 강물과 나뭇잎 그리고 구름을 가지고 놀았는데. 고무신에 모래를 잔뜩 넣어 기차놀이를 하고 구름이 변화하는 것에 한 눈을 팔고, 노을이 질 때 까지 땅따먹기를 했다고 하셨다.
가위 바위 보는 감각이었는지 횡재운이 있었는지 늘 이기는 편이어서 2시간 후면 학교운동장 모두를 소유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어디를 가도 자신의 땅이었으며 친구들도 고개를 숙이며 인정해 주었고
정신적 포만감이 대단해서 자기 땅을 헤아리는 즐거움으로 어린시절을 건넜단다.

여중생이 되면서 지상의 땅따먹기에서 천상적 땅따먹기로 정신세계를 높였는데 그건 바로 상상력 키우기였다고 고백 했다
새벽에 잠을 깨면 해외여행을 두어 시간씩 하곤 했는데 정신적 날개를 달고 어디든 날아갈 수 있었단다. 파리를, 독일을, 스위스를, 맘껏 날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을 하기도 했으며 미워하는 사람을 혼내주기도 하는 공상의 세계에서 제약없이 지내셨단다.

정신적 땅의 넓이는 가히 우주적이어서 지금도 생각이 나곤 한단다.
그렇게 사춘기 고등학교 시절을 거쳐 대학생이 되었는데 허무주의에 빠져 땅의 실체를 확인하려 버둥거렸고 현실적이 아닌 땅의 소유는 지상에서 정신으로 옮겨 가는 문학의 보탬이 되었다고 했다.

여류신인 문학상에 등단해서 시인이라는 이름의 날개를 달았지만 거듭되는 허무주의에서는 탈피할 수 없었다고 ...

대학원에 진학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는데 결혼후엔 실제적인 땅이 필요했으나 한 뼘의 땅도 허락되지 않았던 현실이 매우 비관스러워서 괴로웠다고 했다.

어린시절 땅 따먹기의 여왕에서 청소년기 정신적 대지주가 한 평도 소유를 할 수 없는 땅에 대한 환멸을 느끼면서 문학의 무가치에 절망하는 날들이 시작되었고
세월이 지날수록 무엇이 나를 위로하고 손 잡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품었다고 했다.

거듭되는 번민 끝에 문학의 고리를 잡고 새롭게 현대문학 박목월 선생님 추천으로 재등단을 해서 훨씬 넓고 깊은 땅을 문학을 통해서 얻고자 하셨단다

마약과도 같은 문학의 길을 가는 여러분들은 이미 이 땅에 발을 딛었는데 과연 어떻게 그 땅을 고르고 지키며 살 것인가?
마지막까지 땅지기가 되어 절망하지 않고 지켜낼 수 있을까?

미묘한 물음은 문학이 풀어야 할 과제인데 문학이 가진 매력과 긴장 속에서 결국 우리는 배반하지 못할 것이라 하셨다.
등단후 오랜시간을 거쳐 첫 시집을 냈지만 인생이 제대로 풀리지 않듯이 문학도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고 했다 .
우주적 공상의 넘어 꿈과 목표가 분명한 30-40대에 이 자리에 점을 찍었지만 찬란하고 멋있고 존경 받고 행복한 안락이 공존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문학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으며 수시로 드나드는 인생의 배반자처럼 문학은 늘 우리를 배반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셨다.

차를 바꿔 타도 도착지에 갈 수는 있지만 열심히 달리다 보면 반대편에 서 있기도 하는 것이 문학이라 했다.

심한 우울증에 걸려 생을 마감하고 싶은 날의 반복이었지만 심각하고 불행이라 생각했던 모성보다 모진 치욕의 세월을 견디게 하며 지금껏 세월을 건너오게 한 것은 문학의 힘이라고 했다.

자신안에서 역설적인 에너지를 발휘하는 것과 맥락이 같은 의구심을 갖게 하는 종교와도 같은 문학은 과연 무엇을 주는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어 소설 수필집을 내고 열렬한 연애의 징검다리도 뛰어 넘었다. 절박한 사랑 앞에서 머뭇거리면서 상처로 범벅되는 끈질긴 어머니도 되었으며 믿었던 사랑에 배반도 당했고 숨죽여 우는 짝사랑도 했다.
참으로 숨가쁘게 많은 것을 했지만 얻은 결론은.가치를 가진 돈이나 명예 결혼은 쉽게 부식한다는 것이다.

정신적 사랑도 오래가지 않는 법이며, 영원이라 믿었던 사랑도 사실 결혼을 통해 쉽게 부패되기도 하지 않는가?
아이가 없었다면 포기할 수 도 있었을 모성의 강도 그렇고
돈도 그럴것이다. 많으면 어떻드냐고 물어 보면 가지고 보면 허탈하고 별것 아닌 것으로 이루어진 가치들 그것이 인생사일 것이다.

그런데 그 무엇 보다 가장 독하고 강력하게 끌어안는 매력은, 말하자면 죽을때까지 긴장하게 하고 무릎을 끓게 하는 것 그것이 문학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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