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영화 <오세암>을 보고

검토 완료

이종열(suzaku)등록 2003.05.01 11:26

ⓒ 마고21

"<오세암>의 시대와 상황은 게임이 언어인 요즘 아이들에게는 무료하기만 하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감상하고픈 이들에게는 여느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비슷비슷한 풍경이 담긴 엽서를 보는 것만 같다." -영화평론가 이상용

틀렸다. 그의 평은 아주 많이 틀렸고 말실수했다. 영화를 보면서 억억대며 우는 꼬마관객들의 오열 소리에 묻혀 덩달아 얼마나 울었는지. 간만에 눈물이 볼을 타고 목을 타고 가슴께까지 내려갔는데, 어찌 그런 '비디오 빨리 돌려보고 쓴' 식의 평을 할 수 있단 말인가.(이상용 평론가가 당시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놓친 부분이 많았었겠지 생각하겠다.) 흔히 말하곤 하지.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고.

비교하긴 미안하지만 <오세암>을 지지하기 위해 <동승>에 양해를 구해 말하자면, <오세암>은 <동승>보다 이해 쉽게 불교의 세계를 전하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더 절절하게 묻어나 있다. 감정이 실린 수려한 한국적 풍경과 캐릭터들 그리고 자잘한 감동과 배시시 웃게 만드는 웃음 코드들. 15억 원의 제작비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오세암>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지 않게 담겨져 있다.

또 정채봉 님이 가슴으로 전한 대사 상당 부분은 가슴을 미치도록 흔들어댄다. "누나, 바다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하늘처럼 생긴 물인데 꼭 보리밭처럼 움직여", "엄마는 바람 같아. 내 마음만 흔들어 놓고 보이지가 않아.", "나쁜 아이들도 엄마가 있는데" 등등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쉬이 사라지는 법 없이 모조리 가슴에 들러붙는다.

<오세암>의 결말은 좀 더 뼈와 살이 붙어야 할 것 같은 아쉬움은 있지만 그것 자체만으로도 목놓고 울어도 좋다.

※덧붙임
1. 다섯 살 아이가 부처가 됐다고 해서 '오세암'이라 이름 붙여졌다 한다.

2. 관객들이 가장 많이 웃은 부분은 길손이가 산행을 힘들어하며 "나 굴러갈래"라고 말하곤 데굴데굴 굴러가는 장면이다. 이러한 길손이의 귀여움을 책임진 목소리의 주인공은 MBC 공채 15기 성우 김서영 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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