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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날을 기리며 열리는 행사의 하나인 작은 운동회가 있는 날이다
부모들의 참여가 없는 행사지만 직책을 맡고 있는 임원으로 하는 수 없이 학교에 가야 하는 날이다.
아침부터 딸아이는 몇 시에 올것인지 무슨 옷을 입고 올 것인지.. 사춘기 소녀답게 꼬치꼬치 물어 가며 멋을 잔뜩 낸 차림으로 룰루랄라 즐겁게 학교로 갔다.
다른 엄마와 11시에 만나기로 해서 시간 맞춰 집를 나서니,날씨는 가을 청명함을 그대로 내려 놓은 듯 눈부셨다.
어린이날 선물을 둘이서 나눠 들고 낑낑대며 학교로 향했다.
정점 가까이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함성에 덩달아 하늘을 향해 날아 올랐다.
12시에 행사가 끝난다고 했으니 내가 도착한 시간엔 운동회의 하일라이트 릴레이 계주가 바로 시작되기 전이었다.
복장이 청군 백군으로 양일화 되었던 예전에 비해 자유 복장에 청색 노랑 초록 빨강 조끼를 입은 대표 선수들이 출발선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스탠드에서 내려다본 아이들은 어수선했지만 나름대로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긴장을 감추고 두 주먹을 불끈 쥔 선수들은 한결같이 말라깽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달리면 쓰러질 듯한 몸매의 소유자들이 태반이었다. 안경 끼고 더러는 노랑으로 물들인 긴 머리의 여학생도 보였다. 내려가서 머리를 질끈 묶어주고 싶은 충동도 잠깐 일었다.
드디어 탕! 하는 총소리를 신호로 아이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저학년들의 달리기는 안스러움의 극치였다
야리야리한 몸으로 힘껏 달리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저학년 달리기에는 누구를 응원해야 할 지 몰라 지고 있는 파랑 조끼(청군)를 응원했다.
열띤 응원이 바람을 가르고 햇볕을 통과했다. 아이들은 동동 구르며 소릴 질렀고 해당되는 엄마들은 온 몸을 흔들며 현란한 몸부림으로 응원을 고조시켰다.
손을 뒤로 한 채 바통을 넘겨잡는 순간 순간마다 쏟아지는 격려와 환호들은 강렬하게 선수들을 이끌었다.
계속 뒤처진 내가 응원하는 파랑팀 세번째 계주 선수가 드디어 빨강(백군)을 앞질렀다.
가슴이 폭발할 듯한 역전의 현장에서 로또의 선전 광고가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인생역전이 시작됩니다. 로또는 분명 역전시킬 수 있는 물질적 자본이겠지만
봄날 싹을 틔우는 새 순 같은 아이들의 힘겹고도 열띤 달리기의 역전과 바꿀 수 있는 정신의 자본에는 못 미치리라. 첫 출발점에서 한계를 느끼며 달렸던 선수의 뒤를 이은 아이역시 뒤따라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혼신을 다해 달려 벌어진 폭이 줄였고 그 기운을 이어 받은 선수가 역전을 연출하는 것에서 살아있는 감동을 받았다.
잠시후 청군의 승리입니다 라는 멘트가 방송을 타자 청군팀들의 터질듯한 함성으로 답을 했다.
다음으로 고학년 릴레이 계주가 시작되었다.
고학년은 딸 아이가 속해 있는 초록팀을 응원할 수 밖에 없었는데 아는 아이들이 섞여 있어서 그들을 두서 없이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키 차이와 덩치가 현격하게 차이나는 선수들을 보니 약한 아이들쪽으로 맘이 기울었다.
아쉽게도 딸아이가 속한 초록팀은 졌다. 뛰어난 개인기를 자랑하는 반 대표는 같이 달리는 아이의 반 밖에 안되는 덩치로 나를 슬프게 했다. 엄마와 떨어져 산다는 소식도 들리고 저녁 늦게 까지 밖에서 놀곤 하던 그 아이가 힘겹게 운동장을 돌아올 때 그만 뛰어나가서 안아주고 싶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역전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두고 두고 긴 인생의 길위에서 힘겨운 일이 닥칠때마다 달리는 혼신의 정신을 다지면서 헤쳐 나갈 수 있을것이라는 혼자만의 긍정을 심고 돌아섰다.
새천년 체조를 학생들과 교사들이 한 마음 한 몸이 되어 신나게 추는 운동장을 4층 교실에서 내려다 보았다.
주먹을 쥐고 하늘을 향해 펼치며 우와! 함성을 지르고 학교 운동장을 꽉 막고 있는 아파트를 향해서 소리를 맘껏 지르는 아이들 세상에서 아직 희망인 꼬맹이들의 밝음을 보았다.
만세삼창(왜 하는지 의아하지만 행사때마다 하는것 같다)을 끝으로 아이들은 해산해서 교실로 들어왔다.
땀으로 범벅된 아이들에게 음료수와 빵 그리고 작은 선물을 나눠 주고 커다랗고 하나된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를 선물로 되돌려 받았다.
빵과 음료수가 남아 달리기 계주를 했던 아이에게 덤으로 주었다. 땀으로 범벅된 작은 몸을 안아주면서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6학년은 마지막으로 보내는 어린이날 이라 해서 더 신경쓰느라 힘들었다.
작은 운동회를 빛나게 했던 밝은 날씨와 가뿐한 마음처럼 그들 앞의 생도 활짝 개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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