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수) 열린 토론회 ⓒ 한은영
이제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지 석 달이 다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고의 실체적 진실과 책임자 규명은 납득할 수 없는 의혹들로 가득 차 있기만 하다. 그 과정에서 시간은 점점 우리를 '망각'의 늪 속으로 이끌고, 사고 관계자들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참사의 진실은 점점 오리무중에 빠져 있다. 조금만 지나면 우리의 기억에서 쉽사리 잊혀지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그간 활동에 대한 반성과 향후 우리들이 과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대구지하철참사 시민사회단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서 지난 14일 늦은 7시에 "2·18 지하철 참사의 정치·행정·법률적 문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대구여성회 강당에서 있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백승대 교수(영남대 사회학과)의 사회로 전영평 교수(대구대, 대구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의 '대구의 지방정치 위기와 지하철 재난관리 실패'와 성상희 변호사(대구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의 '2·18 지하철 참사 책임의 법률적 해석'이라는 주제 발표가 있었다.
▲ 주제발표하는 전영평교수(대구대 교수) ⓒ 한은영
전 교수는 지하철 참사를 대구 지방정치의 낙후성으로 해석하며 지방정치의 참여자들-시장, 지역 국회의원, 지방의원, 공무원, 관변 지식인들 등-에 과실을 조목조목 지적하였다. 그는 "이번 사고와 그 수습과정은 낙후된 지방정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써, 근본적으로 지방정치의 개혁이 전제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유사한 사고는 재발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지방정치를 개혁해야 하고, 그 몫으로 시민사회의 역량을 제고하여 시민이 주도하는 개혁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주제발표하는 성상희 변호사 ⓒ 한은영
성 변호사의 주제발표는 지하철 참사에 대한 여러 법률적 측면에서 문제를 다루며, 검찰의 수사과정과 결과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의 향후 헌법소원 등에 관한 법률적 대처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주제발표가 끝나고 이종열 교수(경일대 행정학과), 김광재 기자(오마이 뉴스), 전영호 사무국장(대책위)에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미국의 9·11 테러사태 수습과정과 비교하며 조 시장의 리더쉽 부재를 문제로 꼽았다. 또한 "행정 전반에 책임경영이 이어져 법적 책임 외에도 행정적 책임도 함께 조 시장에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김 기자는 현장취재를 통하여 얻은 정보들로 그간 추측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여러 의혹들에 관해 사실 여부를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한나라당에 '텃밭'인 지역적 한계로 인하여 민주당이나 중앙정부의 대처나 사태수습이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중앙지원단 파견 후 조 시장이 여론의 표적으로부터 벗어났다고 설명하며, "검찰과 경찰이 직무유기에 해당되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전 사무국장은 대책위의 활동에서 직접적으로 부딪치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사고원인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부서는 아무런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며 당국의 무책임함을 지적하였다. 또한 조 시장을 퇴진을 두고 시민사회단체간에 입장 차이가 있는데, 그것이 정치적 관점에 차이인지 아님 이해관계가 관련되어서인지를 명확하게 밝힌 것을 요구하며 대책위 내에서도 여러 이견이 존재함을 내비쳤다.
이들의 지정토론이 끝난 후,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토론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대책위가 유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조 시장 퇴진운동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며 따끔한 지적을 하자, 대책위 관련 활동가들은 그간에 미흡한 점을 인정하며 한 동안 토론회에 침울함이 흘렀다. 유가족들도 이날 토론회에 참여하여 "지하철 참사가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어 무척 섭섭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에 감사한다"고 전하였다. 한편 언론보도에 관한 부분도 종종 언급이 되었다. 지역언론들이 한동안은 지하철 참사에 대해 관심을 보였지만, 이내 곧 대구 FC 소식이나 U대회 보도 등으로 여론을 환기시키며 참사의 본질을 훼손에 한 몫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문제의식은 더욱 명확해졌고, 시민사회단체들에 활동방향도 더욱 자명해졌다. '반성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명제를 가슴에 새기고 다시는 이 땅에 그와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가 토론회에 참여한 이들에게 엿보이고 있었다. 앞으로 교수, 변호사 등 지역 각 계 인사들에 조 시장 퇴진 선언운동이 예정되어 있다. 이 선언운동을 계기로 다시금 결의를 드높여 퇴진운동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절망만이 가득 찬 이 세상에 한 줌에 희망을 잉태하기 위하여
|
|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