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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꽃잎이 하늘을 향해 마구 날아다니는 흐린 오월의 어느날 양천노인종합복지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자원봉사소식지인 '자원봉사' 기자로 처음 맡은 꼭지가 5월 1일자로 새로 부임하신 관장님과의 인터뷰였다.
노인복지관이니 나이 많은 어르신일것이라고 단정지었던 만큼 발걸음이 가벼울 리 없었다. 감상문에 강한 시를 쓰는 내가 인터뷰를 잘 할 수 있을까. '기사를 제대로 쓸 수 있을까? 괜히 봉사팀에 합류했나' 후회도 하면서 약속시간에 늦지 않을까 종종 걸음으로 복지관에 들어섰다.
개관한지 5년 되었다는 복지관 건물은 적당히 손 때 묻은 모습으로 편안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관장실은 2층 건강관리실 길목에 있었다. 반쯤 열려진 문을 자신 없게 "똑똑!" 두드리자 "들어오세요"라는 대답이 이어졌다.
'세상에나...'
문을 여는 순간 기자의 짧은 상상과 고정관념은 종이장처럼 날아가 버렸다. 젊은 미소년의 미소를 함박 머금은 관장님이 "아, 김영 기자시군요!" 하시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어머나, 전 할아버지 관장님이신줄 알았어요!"
인사대신 놀라움을 전하며 자리에 앉았다.
"노인들을 위한 일에 젊은 사람이 더 열심히 해야지요!"
관장님은 사람 좋은 웃음으로 응대해주셨다.
으례 하는 질문에도 성의껏 답변해 주셨고, 서툰 초보 기자는 요약 정리하느라 제대로 얼굴도 마주 하지 못했다. 넘쳐나는 방문객들 때문에 먼저 식당으로 내려가라며 식권을 주셨다. 사실 질문은 마무리 된 것 같았는데 뒷이야기는 식사 후에 하자며 1시간만 기다려 달라고 하셨다. 지하 식당으로 내려가는 길에 아는 얼굴을 만났다.
보자마자 대뜸 “선생님도 봉사하세요?” 라고 묻는다. 봉사라는 말을 항시 입에 달고 살았음이 부끄러운 순간이다. 도서방 봉사를 하고는 있지만 기타 힘든 봉사자들 앞에선 조심스럽다. 이것도 봉사인가 순간적으로 판단이 서지 않아 “아니오? 잠깐 만날 분이 있어서요.” 라고 말해버렸다.
아이 책가방을 메고 바삐 다니시는 그 분 뒷모습을 보면서 할 일 없는 참 유별난 학부모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곳에서 일주일 내내 미용봉사를 하신단다. 아이를 학교 보낸 오전에는 봉사 활동을 하고, 하교 후에는 아이를 돌보는, 알고 보니 순간순간 치열하게 사시는 훌륭한 분이셨다.
'겪어보지 않고 인상만으로 사람을 저울질 하는 못된 관념을 고쳐야 할 텐데...'
그간 그분을 오해했던 내가 초라해 지는 순간이었다.
식당 입구는 건장한 할아버지 한 분이 안내봉사를 하시고 계셨다.
핑크빛 앞치마와 흰 머리수건이 빛나는 할머니 배식 봉사대의 정결한 손끝에 담겨진 식판을 들고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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