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할아버지를 만나야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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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miso00)등록 2003.05.22 10:38
점심메뉴는 차수수밥과 육개장 호박버섯볶음, 연두부와 양념장과 김치였다. 아침을 먹지 않는 나는 식판을 청소하듯 말끔하게 먹어치웠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거의 좌석을 꽉 메우고 계셨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모두 입성이 깨끗하고 표정들도 밝아서 오히려 젊은 내가 어색해 보였다.학교 식당처럼 왁자한 분위기였다. 회원들이 식사할 수 있고 자원봉사자들과 무의탁이나 형편이 어려운 노인 분들은 무료로 식사를 하실 수 있단다.

식사 시간이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은 뒤에야 알 수 있었지만 봉사자들의 식사 시간이 되자 점점 젊은 얼굴들이 식당으로 들어 왔다.
주방에선 설거지 봉사대가 쉬지 않고 그릇을 씻어내고 있었고 발마사지, 수지침, 노래, 서예, 요가, 건강체조, 혈압 체크 및 물리치료를 도왔다. 그외에도 업무보조를 하는 건강관리팀과 미용봉사팀, 교육팀 등 다양한 봉사자들은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나눔이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식사를 끝내고 자원봉사자 한분을 소개받아 그분의 봉사일지를 썼다. 거의 대부분 자신의 봉사를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분위기가 익어지면 자연스레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 놓는데, 발마사지와 수지침 봉사를 하시는 50대 초반의 그분 역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를 계속해서 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노인분들의 솜씨로 꾸며진 복지관 벽면에는 서예 글씨와 종이접기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행사를 알리는 소식지와 사진들이 한 눈에 보기 좋게 꾸며져 있었다.
각 교실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도시락도 드시고 글씨도 쓰시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모습에서 젊은이들의 캠퍼스 못지않은 열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뒷이야기를 위해 관장님을 찾았다. 지하 식당에서 느낀 점을 말씀드렸더니 사회복지차원이 아닌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노인복지 활성화를 위해 애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또한 젊어진 정년 후의 재취업 대안과 일자리 창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서 진지하게 말씀해 주셨다. 진정으로 사람 사는 것처럼 살아야 하는 노년의 건강에 대한 대책과 소외된 노인들을 손잡아 주는 프로그램 등 실제로 절실하게 와 닿는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못해 아쉽다며 나름대로의 현실적인 대안까지 제시하셨다.

바쁘신 와중에도 긴 시간을 할애해 주신 관장님은 문밖까지 나오셔서 허리 숙인 인사로 다정한 배웅을 해 주셨다. 오후가 되면서 강당은 신나는 노래교실이 시작되었는지 “울고넘는 박달재”가 담을 넘어 들렸다. 구성지게 꺽이는 트로트 한 소절처럼 굽이쳐 돌아 와 남은 생을 아끼며 살고 있는 황혼 빛 노년분들의 삶의 현장에서 잠시 마주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정말 멋지고 근사해 보였다.

나도 할머니가 되면 노인복지관에 와서 멋진 할아버지를 만나야지..
늙는다는 것은 결코 두려움만이 아니라는 것을 온 몸으로 부딪쳐 깨닫게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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