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위원회 노사 양측이 29일 오전 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 오마이뉴스 손병관
방송위원회가 18일간 이어진 노동조합의 출근저지 투쟁 끝에 29일 정상화됐다.
2기 방송위원회(www.kbc.or.kr) 상임위원들과 노조(www.kbcunion.or.kr)는 이날 오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양측은 ▲ 방송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 선언 ▲ 방송위원 구성 및 운영에 대한 법적, 제도적 보완 추진 ▲ 노사 공동의 방송위 혁신위원회 구성 ▲ 그동안의 제반사태에 대한 상호간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했다.
김도환 노조위원장은 "당초 위원직 사퇴를 요구했던 일부 인사들의 부적격 사유가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투쟁의 장기화에 따른 방송위 기능의 정지와 이로 인한 비판 여론 때문에 투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성대 방송위원장은 "방송정책 과정에서 위원들의 정파성이 부각되고 외부 로비가 흘러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인사 등의 특별한 사유가 아닌 한 회의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방송위는 당장 임기가 만료된 KBS와 방송문화진흥회(MBC의 대주주) 이사진 선임에 착수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 노 위원장은 "나중에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겠나?"라고 답변을 유보했다. 방송위는 내달 3일에 첫 전체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다음은 방송위 노조가 이날 발표한 '국민에게 드리는 글'.
오늘 우리 노동조합은 제2기 방송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일련의 투쟁을 마무리하면서 국민여러분에게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국민적 합의를 거쳐 제정된 새 방송법에 따라 지난 2000년 3월에 출범한 방송위원회는 그 자체가 방송민주화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방송위원회는 자신에게 부여된 독립적인 방송총괄기관으로의 위상을 찾는데 미진함이 많았으며, 이에 우리 노동조합은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방송위원회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립성과 전문성, 그리고 개혁성을 갖춘 인사들이 제2기 방송위원으로 선임되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역설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밀실야합으로 방송법을 개악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행사하는 방송위원 추천권을 당리당략에 따라 남용함으로써, 방송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그리고 방송사업자로부터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처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우리 노동조합은 방송위원으로 선임된 다수의 부적격 인사들에게 스스로 용퇴할 것과, 정치권을 향해 제2기 방송위원회를 전면 재구성할 것을 주장하며 투쟁을 전개하여 왔습니다. 방송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 노동조합에 맡기신 가장 막중한 소임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의 투쟁은 방송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투쟁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저희를 마음 아프게 했던 것은 방송위원회 파행의 불가피한 지속이었습니다. 저희는 투쟁의 정당성만을 내세워 산적한 방송계의 현안을 더 이상 표류하게 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방송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시청자인 국민의 것이며, 방송위원회의 파행이 지속될수록 이로 인한 피해는 모든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우리 노동조합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문화관광부와 정부통신부는 이러한 틈새를 비집고 방송정책권을 방송위원회로부터 찬탈해 가려는 구시대적인 행태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의 방송환경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방송시장은 보다 복잡화·중층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방송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 이 순간은 너무나 중요한 시기인 것입니다.
오늘 우리 노동조합은 제2기 방송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투쟁을 결코 끝내는 것이 아닙니다. 제2기 방송위원들은 방송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굳은 각오와 소신으로 직무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방송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는 방송위원이 있을 경우, 저희는 단호하게 퇴진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국민 여러분에게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일부 방송위원의 상임위원 자격에 대해서는 법률적 논란이 있는 만큼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를 계속 진행해 나갈 것임을 밝힙니다.
국민 여러분, 방송위원회가 바로 서야 방송이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지난 시절 험난했던 방송민주화 운동의 핵심도 '방송위원회 바로 세우기'였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은 앞으로도 방송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제2기 방송위원들이 이러한 숭고한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감시와 비판에 결코 소흘하지 않겠습니다. 저희의 투쟁과 노력에 국민 여러분이 언제나 함께 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2003년 5월 29일
방송위원회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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