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분권 핵심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

[주장] 지역혁신은 '광역중심'이 아닌 '생활권·경제권' 중심 지역 단위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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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sarul)등록 2003.05.30 16:51
지역분권 시대를 맞는 지역의 새로운 위기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분권은 단순히 권한과 자원의 분산이 아니라 지식기반경제에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원천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지역분권을 통한 균형 발전은 모든 지역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역동적 균형을 통해 세계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참여 정부의 입장은 생산의 글로벌화 추세속에서 다면적인 국제분업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도 지역분업을 통해 자기 중심성을 가지는 지역경제구조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본, 물질 중심에서 정보/기술, 문화 중심으로,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및 부문간 연계로 변화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방향은 신산업사회로의 적극적인 전환을 의미하고 있으나 정보통신산업(IT)의 수도권 집중화는 제조업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 할 수 있어 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과는 별개로 정보통신산업의 수도권 집중화는 가속화 될 것으로 보여 또 다른 지역위기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한 규제대책이 없는 조건에서 지식경제산업으로의 전환은 단지 '이상적인 정책'에 불과할 수 있다. 그나마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보 격차 해소 정책은 정보산업 수용자의 업그레이드 정도에 만족하지 않을 수 없어 정보산업의 수도권 집중화에 대한 억제 정책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제조업을 포함한 첨단 기업들의 상당수가 향후 2-3년 이내에 생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어 지역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서비스업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나 서비스산업은 내수산업에 기반하고 있고 선진경제에서 도입되고 있는 선진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직도 낙후되어 있는 대다수 지역의 경제구조에서는 최소한의 경쟁력마저 상실할 수 있어 보다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얼마전 유통시장의 개방을 계기로 국내 대형할인점들이 지역에 입점하면서 지역상권이 공동화된 사례를 본다면 이상적인 신산업 정책이 지역공동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공단개발과 구산업의 기업 유치를 중심 발전 전략으로 삼고 있는 중소도시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산업 경제구조로의 편입을 전제로 한 균형발전 전략과 충돌할 가능성이 많으며 1차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농·어촌 지역은 막연한 기대감만이 존재할 뿐이다.

참여 정부는 분권과 분산, 그리고 분업이 지역에서 어떤 경로와 과정을 통해 자리 매김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역분권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지역분권은 중앙정부에서 자치단체로의 권한이양과 서울에서 지역으로의 자원의 분산이란 측면에서 과거 중앙에 종속되었던 '종속형 지역' 개념에서 '자립형 지역' 이라는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에 제시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 참여 정부는 '지방분권, 지방분산, 지방분업' 이라는 3분 정책을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상생전략'를 추구하며 신산업으로의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대처를 강조하고 있어 소프트(행정적)의 변화는 물론 하드웨어(산업기반)의 변화마저 요구받고 있어 지역은 한마디로 '총체적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분권화의 핵심 요체는 《중앙의 분권·분산-->지역혁신-->자립형 지방화》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의 핵심은 지역혁신에 있으며 지역혁신은 지역 내부의 과제일 뿐 만 아니라 지역분권화의 성패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참여정부의 지역분권화는 '지역의 시장 기능'이 강조되고 '국가의 개념'에서 '균형발전'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혁신'의 문제는 안팎의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어 지역혁신의 성격과 추진과정은 대단히 중요한 화두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풀뿌리 자치활동을 전개해온 우리들은 기존의 비판적·소극적 지역운동에서 벗어나 '지역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 활동내용은 지역주민들이 주체적으로 낡은 패러다임을 파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과정이며, 낡은 가치관을 가진 기득권층으로부터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혁신주도층으로 지역 리더쉽이 교체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창조적 파괴'를 통해 지역의 새로운 발전 메커니즘을 구축하려는 것이 지역혁신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며 우리의 핵심적 과제라 할 수 있다.


지역분권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 과정이다


지역분권과 지역혁신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확대 실현되는 과정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지역분권은 지역사회의 구성 주체인 지역 주민의 자기결정, 자주관리라는 원칙에서 시작되어져야 하며 주민 참여 없는 지역분권은 지역내의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의 권력과 기반만 강화시켜줄 것이다. 따라서 지역분권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결합되어야 하며 지역자치의 완결로 가는 '확대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일본은 과거 지방분권추진위원회 중간보고에서 분권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지방분권 추진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주변의 과제에 대한 지역주민의 자기결정권의 확정, 즉 성별·연령·직업의 차이를 초월한 모든 계층의 지역주민의 공동참여에 의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는 규제완화와 지방분권이라는 양바퀴로서 제3의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다" 고 적극적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또 "중앙정부주도의 '수직적 획일행정체제'를 지역사회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는 '주민주도의 개성있고 종합적인 행정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제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권한과 자원의 이양이 단지 국가에서 지역으로 '자본적 시장메커니즘' 이 이동하는 '시장지향적 분권'이 되어서는 안되며 새로운 형태의 '지역독점체제' 가 성립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든 과정에서 주민참여가 전제되어야 할 것 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앞에서 지적한 우려와 경향을 불식시키고 '풀뿌리 공동체 지향적 분권' 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른 개념의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공동의 노력을 위해서 지역간 혁신주체들의 연대가 필요하며 전국적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중심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분권의 핵심적 사안인 주민참정권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을 확대해 가야 할 것이다. 더욱이 지역자치에 대한 주민 참여를 높여 나가기 위해 지역 자체의 노력도 병행해 추진돼야 할 것이다. 도시계획, 주요 발전 계획, 예산 수립 등의 지역내 핵심적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추진되고 읍·면·동 등의 기층에서부터 주민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역분권을 내실있게 추진하고 지역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민·관 성격의 '자치와 분권을 위한 지역네트워크' 를 구성해 정부와 추진하고 있는 지역개발기구(RDA)와 지역혁신시스템(RIS)이 결합한 통합적 조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지역혁신은 생활권·경제권 지역 단위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지역분권의 핵심 요체인 지역혁신이 광역권 중심의 지역혁신시스템(RIS)으로 추진되어져서는 안되며 기초지역, 생활권 중심 단위의 지역혁신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져야 한다. 광역권 중심의 지역혁신시스템은 기초권, 생활권 중심의 지역혁신시스템을 협의하는 수준으로 축소되어져야 하고 국가와 직접 결합되는 실질적인 지역사회를 단위로 하는 지역혁신시스템은 생활권·경제권을 중심으로 재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역혁신 시스템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역혁신은 지역을 학습지역으로 만들어 주민들의 혁신 능력을 높일 때 성공할 수 있다. 현재의 광역중심의 지역혁신시스템은 단지 '소수의 상층구조'로 전락되거나 '형식적 시스템'으로 방치돼 주민참여는 물론 다양한 지역사회의 구성 주체들이 배제될 것이다.

정부가 지역분권의 성공 사례를 꼽고 있는 제3이탈리아의 경우도 우리 실정과 다르다. 제3이탈리아는 21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롬바르디아, 에밀리아-로마나, 베네토, 토스카니, 마르세, 아브루치, 프리울리-베네치아-기우리아 지역 등이 해당되는데 이들 지역은 정치적으로 보면 전통적으로 좌파의 세력이 강하였으며 노동조합의 힘과 창의적 소상공인들의 장인적 활동들이 매우 활발하였던 곳이다. 사회적 운영의 특색으로 참여민주주의와 환경친화적 인식, 장인적 기술의 존중, 첨단기술력, 사회적 협력과 네트워크의 활용 등이 살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제3이탈리아가 광역자치단체라는 점에서 우리 지역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려 해서는 안된다. 지적하였듯이 제3이탈리아의 성공 배경은 참여민주주의와 소상공인들의 장인 활동이 정착되었고 사회적 협력과 네트워크가 이미 형성되었기에 가능하였던 점을 꼽는다면 우리는 같은 광역행정구역이지만 별개의 산업구조는 물론 지리적, 문화적, 환경적 차이가 분명한 것이 특징이다. 경남과 전북의 예를 든다면 자동차, 기계산업이 창원, 군산 등 특정도시에 집중화되어 있는 반면 주변엔 농업·수산업등 1차 산업이 주요 기반인 농어촌지역이 포진해 있다. 또한, 내륙지역과 해안지역의 환경적, 문화적 차이가 다르며 이로 인해 전통산업의 형성도 뚜렷한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지역혁신은 지역의 잠재된 자원과 인력을 극대화시키고 지역주체들의 자발적 결집과 혁신을 통해 지역의 특성과 조건에 맞는 발전된 모델을 만들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특성과 조건을 무시한 광역중심의 지역혁신시스템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시·군·구 행정 단위를 중심으로 지역혁신 시스템을 설정해서도 안된다.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생활권, 경제권이 중심이 되는 단위를 지역혁신시스템을 재설정하거나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실질적인 지역혁신 단위를 만들지 않으면 지역혁신은 '겉도는 다람쥐 바퀴' 에 불과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불합리했던 행정구역 개편을 전면에 제기하여 실질적인 지역분권이 가능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접근해 볼 수 있다. 행정구역 개편은 지역 분권의 성공과 함께 기존의 권역별로 나누어진 지역감정을 해소할 수 도 있으며 통일시대를 맞이하여 지역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생활권, 경제권, 문화권이 겹치는 지역을 통합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한 단위라 생각되며 그럴 때만이 '자립형 지역'이 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지역분권화는 주민참여가 전제된 '풀뿌리 민주주의형 분권' 이 되어야 하며 지역혁신은 '생활권·경제권'이 중심이 된 단위에서 지역혁신 시스템이 만들어졌을 때 '종속적 지역'에서 '자립적 지역' 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원칙속에서 풀뿌리 자치활동가들은 먼저 자기혁신을 통해 지역분권에 적극 개입해 나가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 지역중심 사회의 새로운 대안을 창조해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임무라 할 수 있다.

또한, 참여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지역분권이 '역사적 실험'이 아니라 '지역중심의 새로운 시대' 로 발전하여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우리는 자임하고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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