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뺑이 돌릴 생각말라더니 찐짜 뺑뺑이 장관으로 전락해"

전교조 서울지부, 사직공원에서 장외집회 열고 '강력투쟁'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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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종수(fromryu)등록 2003.06.03 10:35

2일 오후 서울 사직공원에서 열린 'NEIS 투쟁보고 및 전교조 창립 14주년 기념 교사대회'에 참석한 한 교사가 NEIS 시행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여기가 정상인 줄 알고 기뻐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네이스(NEIS)에 대해 헌법학자도 헌법을 위반했다고, 국가인권위도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이제 무엇이 두렵습니까. 교육부, 교육감, 학교장의 지침을 거부해서 네이스가 무력화될 수 있도록 동지들의 힘을 모아나갑시다"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의 발언에 사직공원을 가득 메운 2000여명의 전교조 교사들이 '투쟁'으로 화답한다.

2일 저녁 6시 종로구 사직동 사직공원에는 'NEIS투쟁보고 및 창립 14주년 기념 교사대회'에 참석한 서울지역 전교조 교사들이 내뿜는 분노과 투쟁의 목소리가 가득 찼다.

이날 대회에서는 지난 1일 전교조와의 합의를 파기하고 사실상 NEIS를 전면 실시하기로 다시 한 번 입장을 번복한 윤덕홍 교육부장관에 대한 집중성토가 이어졌다.

연단에 오른 김민석 교사는 "취임 초기에 '날 뺑뺑이 돌릴 생각하지 말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사람이 이제는 보수언론과 교총, 교장단의 뺑뺑이 돌리기에 진짜 뺑뺑이 장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면서 "약속까지 파기하면서 전국민을 관리의 대상인 자원으로밖에 보지 않는 네이스를 시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장외집회에서 전교조가 특히 강조한 것은 "네이스 시행을 둘러싸고 개혁과 수구세력의 전선이 명확하게 드러났고 보고 이제는 이러한 반개혁 세력의 '발목잡기'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했다"는 점이다. 향후 연가투쟁을 비롯한 보다 강력한 저항이 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사직공원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NEIS를 허용하기로 한 정부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원영만 위원장도 "이제 네이스 공동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네이스의 본질을 가르쳐야한다. 네이스를 반대하는 모든 노동,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하는 국민투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면서 "교육부 장관과 관료들을 고발한 것처럼 불법적인 네이스 시행을 강요하는 교육감, 학교장도 직권남용으로 고발 조치할 것이다"고 밝혔다.

원 위원장은 "교육부가 합의사항을 파기했기 때문에 지난번에 있었던 연가투쟁 찬반투표는 유효한 것"이라면서 20일 연가투쟁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 만나본 한 전교조 조합원은 'NEIS에 대한 지금의 언론보도와 정부 정책이 새만금 사업, 북한산 관통도로 문제와 매우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왕 이렇게까지 된 것', '이 만큼 왔으니'하는 식으로 네이스를 강행하려는 지금 상황이 새만금 사업이나 북한산 관통도로 문제와 유사하다. 교육감과 교장을 통해서 강요당한 일선 교사들도 이제는 네이스 이전이 많이 진행되어서 C/S로의 복귀를 귀찮아하는 면이 있다. 공익적 관점이나, 인권에 대한 양심보다도 이제는 그냥 진행하자는 무사안일주의는 본질적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 손가락을 비틀어도 네이스에는 입력하지 않겠다"

연단에 오른 송재혁(관악 동작 지회원)교사도 "지금 정부의 입장이 '이왕 마신 독약(NEIS)이니까 계속 마시면서 생각해보자', 그리고 '일단 마시면서 독약인지 아닌지 판단해보자'는 것 아닙니까. 저들이 내 손가락을 비틀어 억지로 자판기로 입력하게 만들더라도 나는 결코 네이스를 시행하지 않을 것입니다"고 발언을 해 참석한 조합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NEIS 시행 반대 전교조 집회에 고등학생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날 집회에는 "네이스에 반대하는 전교조 선생님들을 지지합니다"는 현수막을 건 'NEIS를 반대하는 청소년 모임' 소속 학생 10여명도 참석했다.

이 단체 소속 김소형(18세)양은 "교장선생님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시는 전교조 선생님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참석했다"며 "내가 무슨 약을 먹었는지, 부모님 월 소득이 얼만지 등 모든 국민의 정보를 입력하고 사기업이 관리하는 네이스는 끔찍하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극적인 합의를 이루고 단식농성도 풀었던 전교조가 교육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는 이 상황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조합원은 "올바른 교육을 말해야하는 교육부가 약속마저 지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여기서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이날 집회를 마치고 사직공원을 나와 정부종합청사로 행진을 벌이려던 전교조 교사들과 이를 막는 경찰간에 실랑이가 벌어졌으나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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