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전 경제수석 "제가 십자가를 져야지요"

대북송금 '대출편의' 제공 사실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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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재(karma50)등록 2003.06.04 08:03

현재 구속수감 중인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 오마아뉴스 유창재

지난 2000년 6월 산업은행에서 현대상선 측으로 4000억원 대출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수감중인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송두환 특검팀의 조사를 받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던 중 "제가 십자가를 져야지요"라는 말을 남겼다.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검팀은 3일 오전 이기호 전 수석과 이근영 당시 산업은행 총재 등을 재소환해 대출과정에 대한 추가 보강조사를 벌였다.

이날 조사를 마치고 오후 9시 30분경 15층 특검조사실을 나서던 이기호 전 수석은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임동원 전 국정원장, 이 전 수석 자신이 2000년 5월 서너차례 만나 현대의 대북송금 문제를 논의해 현대의 대북송금을 도와주기로 협의했나"라고 질문하자 이같이 답변했다.

이어 취재기자들이 "혼자 (십자가를) 지기 버겁지 않나"라고 다시 묻자 묶인 손을 들어 올려 살짝 웃음으로써 답변을 피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현대에 '대출 편의'를 제공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난 1일 <오마이뉴스>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5억 달러 대북송금은 현대 정몽헌 회장의 대출지원 및 송금편의 요청을 받은 당시 임동원 국정원장·박지원 문광부장관·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의 '3인 협의' 및 '대통령 보고'를 거쳐 김대중 대통령의 '묵인' 아래 이뤄진 것으로 단독보도한 바 있다.

현재 이기호 전 수석은 지난 5월 31일 산업은행이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각각 4000억원, 1500억원 등 총 5500억원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당시 산은 총재였던 이근영씨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불법대출을 공모한 혐의(직권남용 및 특경가법상 업무상 배임) 등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며,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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