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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중국 전대륙을 뜨거운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사스"란 병명의 괴질도 어느 정도 맹렬했던 위세가 꺾이고 중국내 분위기는 조금씩 이전의 평온을 찾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5월 28일에는 전국의 'PC방'이 정부 당국의 영업 규제가 풀려 다시 영업을 시작했고 대중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 오락장소도 닫혔던 문을 열었으나 아직은 썰렁한 분위기여서 그동안의 손실분을 어떻게 해서든지 만회하려는 업소 주인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아직도 싼시성과 내몽고 지역의 어느 시골 마을 촌장 이하 촌민 전체가 이 병으로 집단 사망하였으나 당국은 쉬쉬하고 있다고 승객한테서 들었다는 택시기사의 귀띔에도 아랑곳 없이 정부의 당 선전부에서는 열심히 "위대한 우리 인민의 승리"라며 언론매체의 공익광고를 통해 연일 호들갑을 떨고 있다.
괴질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4월과 5월에 만나 본 중국인들은 하나같이, 그렇지 않아도 작년보다 경기가 훨씬 못한데다 "SARS"로 인해 경기가 더욱 휘청거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었다.
또한 중국내에서 의료부문이나 기타 삶의 수준 등에서 수위를 형성하고 있는 광동이나 베이징이 이렇다면 위생이나 보건환경이 더 한층 열악한 농촌에는 이보다 더한 환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모두들 정부가 발표한 숫자에 동그라미를 하나 더 하는게 정확한 발병자와 사망자의 수치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김대중 정권시절, 대통령의 아들이 뇌물수수죄로 입건되는 뉴스를 접한 중국인들은 만일 중국의 짱쩌민 주석(당시)의 아들이 똑같은 범법행위를 했다면 구속은 커녕 언론에 보도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의 진정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부러워하며 당 선전부의 입맛에 맞게 가공된 언론매체만 접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현실을 개탄하는 모습을 여러번 목격했다.
어쨋든 많은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 번의 계기를 통해 중국인의 생활습관을 업그레이드 시킨 것만은 분명하다. 평소 잘 씻지 않던 중국인이란 오명(?)에 걸맞지 않게 외출 후 귀가하자마자 손부터 씻는 사람들이 늘어 났으며 저녁에도 발조차 잘 씻지 않고 자던 중국의 남성들도 최소한 씻는 것을 귀찮아 하지는 않게 되었다. 또 더운물을 중앙공급식으로 조달 받아 쓸 수 없는 대부분 아파트 주민들이 이용하는 전기순간온수기(러수이치 熱水器)를 집안에 설치 해놓는 가구 수가 크게 증가하였다.
우스개 소리로 감염을 우려한 젊은 애인들이 키스조차 거부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렸다. 위생적인 목욕문화의 산실(?)인 싸우나는 호황을 누려야 될것 같으나 탈의실에서 상대방 의복을 통해 남겨진 흔적을 통해 감염 될 수 있다는, 지나치게 과민반응하는 소심한 인민들 탓에 이곳은 연일 개점휴업 상태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비온뒤의 땅이 더 굳어진다'라는 진리처럼 이번 국가적인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감 이상으로 중국인민들을 더욱 결속 시키는 계기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으며, 정부가 하는 일이 옳든 그르든 신속히 정부의 지시에 따르며 불평없이 운영하던 영업장을 닫는 등 방비하는 그들의 모습에 솔직히 작금의 집단이기주의로 온 나라가 '붉은띠 두른 노조원들의 절규와 원성'이 진동하고 있는 고국의 현실을 보면서 비록 체제는 다르지만 '경제발전'이란 똑같은 공통 목표의 관점에서 볼 때 일시적 그들의 불행은 더 큰 도약을 위한 움추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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