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소설이 초등 교과서에 실린 것은 부당하다

초등 교과서 오류 지적--엄마, 교과서가 잘못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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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열(y206047)등록 2003.06.23 14:25
이문열 소설이 초등 교과서에 실린 것은 부당하다
<엄마, 교과서가 잘못됐어요>

7차 교육 과정으로 개정되어 작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초등 교과서 읽기 5학년 1학기 14쪽에는 이문열의 소설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 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나는 이 글이 왜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선정되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태까지는 중 고등학교에서 문학으로 배웠는데 갑작스럽게 초등 교과서에 실리게 되었냐는 지적이 아닙니다. 보다 근본적인 잘못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이 문학의 텍스트로 무엇인가를 파악하기 위하여 배운다면 탐탁치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넘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게재된 자체도 잘못되었지만 일부분을 보여줌으로써 교육상 심각한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혹시 유명하다는 작가의 문학 작품이고 5학년 아이들의 교실 풍경을 그렸다는 점이 선정 이유였을까요?
그렇다면 무지며 무책임이며 심각한 고질일 수 있습니다. 유명은 역사처럼 당대의 판단으로는 신중하지 못합니다. 친일파도 히틀러도 당대는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5학년 아이들의 교실 풍경을 그렸다는 것이 이유라면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과서에 텍스트를 선정하는 데는 분명 어떤 기준이 있을 것입니다. 더욱 온 국민을 교육하는 초등학교 교과서의 선정이나 가르침에는 누구나 분명히 긍정할 수 있는 타당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일부만 게재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의 내용은 선생님의 책임하에 있는 교실이 엄석대라는 교활한 학생의 수중에 장악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보여주어서는 안 될 음흉한 모습을 알도록 하는 것은 참 교육이 아닙니다
말하기에 앞서 저는 문학 평론의 입장에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인 관점에서 쓰는 것임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문학과 교육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유명한 문학이 훌륭한 교육일 수는 없습니다. 문학은 목적성보다 예술성을 추구하지만 교육은 뚜렷한 목적이 있습니다.
만약에 소설가가 초등학생의 교육을 대상으로 쓴 글이라면 부합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 소설은 쓴 지가 꽤 오래된 글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쓰지도 않았고 더욱 교육을 위해서는 쓰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문학가는 교육보다 자신이 추구하는 진실이라는 것을 씁니다. 여기서의 진실은 학문의 기초를 쌓는 초등학생의 교육에 도움이 되는 진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세계적인 문호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 은 아무 이유도 목적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내용입니다. 태양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현대의 석학이며 지성을 대표한다던 샤르트르가 성스럽다고 쟝을 붙여서까지 극찬한 주네의 문학은 음란물이 판치는 지금에 갔다 놓아도 도저히 우리가 입에 담기조차 낯뜨거운 내용입니다. 그러나 문학이므로 가치를 인정받고 높이 평가받아 유명합니다.
특히 이 글은 4, 5, 6학년 교과서 전체 글과는 확연히 이질적입니다. 문투며 내용이며 분위기까지 도저히 교육적으로는 맞지 않습니다.
이질적이라고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교육상으로도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질성이 교육 결과 장차 어떤 반향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검증 받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청소년의 교육에는 그들의 정서를 돕거나 위하는 교육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문학적 읽기와 교육적 읽기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그 점을 헤아리지 못하면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문학적 읽기는 작가가 되려는 의미를 살리지 않는다면 대체적으로 여가나 소양을 위해서입니다. 그러므로 문학은 읽는 사람의 모두의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교육적 읽기는 무엇을 어떻게 읽고 배웠나에 따라 인생 자체가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읽기라 하더라도 교과서가 되면 그냥 적당히 읽는 것이 아니라 읽고 시험을 치르고 그 읽기를 기준으로 다른 것을 배우는 기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스승이 여러 제자를 가르쳤습니다. 나중에 보니 훌륭하게 된
사람이 있는데 자신은 도둑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도둑은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왜 내가 도둑이 되었습니까?'
'그것은 네가 희다고 읽어야 할 것을 검다고 읽었느니라.'
혹시 아이들의 독서 태도가 눈에 거슬린 적이 있다면, 왜 그런 독서 습관이 아이들에게서 생기는지 그 이유나 원인을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부모님의 독서 모습을 보고 배워서입니다.
집에서 볼 수 있는 부모님의 독서 태도는 어떤 모습입니까? 보편적으로 여가나 취미나 소양을 위한 편입니다. 그러므로 자세는 자유롭게 가장 편하게 취하고, 예고나 준비 없이도 책을 들고 읽습니다. 책을 놓을 때도 미련 없이 던지는 식입니다. 그러니까 부모들의 책읽기는 모든 일의 우선이 아닙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독서는 이럴 수 없습니다.
특히 교과서는 그런 읽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어떤 읽기라도 교과서가 되면 철저한 공부로 의식화가 되고 정신이 되면서 육화되는 중요한 가르침이 됩니다. 그러므로 어떤 읽기 자료라도 교과서로 배우게 할 때는 문학보다는 먼저 교육을 생각하고 교육의 목적에 알맞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셋째, 전체가 아닌 부분을 가지고 교육의 텍스트로 삼는 것은 위험합니다. 교육은 전체를 보도록 하는 안목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부분으로 교육을 삼을 때는 그에 따른 적절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런 사려가 아예 없습니다. 소설의 일부를 보여주는데 그것도 가장 위험한 부분을 부각시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내용만을 가지고는 작품의 참 모습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만약 전체를 찾아 읽는다 해도 초등 5학년의 정서에는 이해가 여간 어려울 것입니다.
석가는 군맹평상의 가르침을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의 이 우화는 교육상으로도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장님은 자기가 만진(배운) 사실을 최선을 다해 진실하게 말합니다. 그런데 그게 어리석음이 되고 마는 것은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만을 말했기 때문입니다. 5학년 교과서에서도 완결된 작품이 아닌 일부분을 발췌하여 게재함으로써 그런 우를 여실히 범하고 말았습니다.
가르치려고 한 질문의 내용을 보아도 앞에서 지적한 첫 단추가 잘못 끼어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교활한 엄석대가 전학 온 학생에게 자신이 교실을 어떻게 장악하고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경험 속으로' 라는 이 단원에서 강조한 것은 이야기를 읽고, 인물의 성격과 사건의 전개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알아봅시다 라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교육에 역행하는 부정적인 면을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에게 일반화하고 의식화하는 교육이 정당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생님이 조기 앉으라고 하셨는데……."
"어이, 김영수, 여기 이 한병태와 자리 바꿔."
석대가 그 자리에 앉았던 아이에게 그렇게 말하자, 그 아이는 두말 하지 않고 책가방을 챙겼다. 그 아이의 철저한 복종이 다시 묘한 힘으로 나를 몰아, 잠시 머뭇거린 것으로 저항을 마치고 나도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끝나는 이 글을 통해 성격을 알아보도록 하는 것은 무슨 뜻으로 해석해야 될까요? 고집 센 성격인가 독재적인 성격인가가 교육상 어떤 의의를 갖습니까?
교활한 처세에 영합하고 굴복하는 끝맺음을 통해서 혹시 초등학교 5학년 때의 감수성 예민한 우리 아이들이 선생님을 우습게 알고 그게 영웅으로 뇌리에 남는다면 장래 우리의 교실이나 교육 현장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공교육이 무너지고 교실이 붕괴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 지 오래 전부터입니다. 여태까지는 중 고등학교에서 문학으로 가르치던 이 소설이 이번에는 갑작스럽게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로 자리를 옮겨 선생님을 우습게 아는 시기를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닙니까? 이것이 7차 교육 과정의 모습이라면 참으로 답답할 노릇입니다.
학생이 교실을 다스리는 모습을 그것도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가르치는 것이 과연 공교육의 교과서로로 가르쳐야 하는지 묻고자 합니다. 논의를 거쳐 하루 빨리 초등 교과서의 잘못된 가르침들이 선진 세계화를 이루는 본래의 교육 취지에 맞게 시정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린 전체 모습과 교육적으로 가르치려고 한 내용을 살펴보십시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그 때껏 서울에서 내가 보아 왔던 반장들은 하나같이 힘과는 거리가 멀었다. 집안이 넉넉하거나 운동을 잘 해 거기서 얻은 인기로 반장이 되는 수도 있었으나, 대개는 성적순으로 반장, 부반장이 결정되었고, 그 구실도 반장이라는 명예를 빼면 우리와 선생님 사이의 심부름꾼에 가까웠다. 드물게 힘까지 센 아이가 있어도, 그걸로 아이들을 억누르거나 부리려고 드는 법은 거의 없었다. 다음 선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그런 걸 참아 주지 않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날, 전혀 새로운 성질의 반장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반장이 부르면 다야? 반장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서 대령해야 하느냐고?"
그래도 나는 사내다운 꿋꿋함으로 마지막 저항을 하여 보았다.
그 때,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 말이 떨어지자마자, 구경하고 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큰 소리로 웃어댔다. 내가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였다는 듯, 그 때껏 나를 을러대던 두 녀석과 엄석대까지를 포함한 많은 아이들 모두가 입을 벌리고 떠들썩하게 웃어댔다. 나는 어리둥절하였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어, 내가 한 말 어디가 그들을 그토록 웃게 만들었는지 생각하여 보고 있는데, 미화부장이라는 녀석이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그럼 반장이 부르는데 안 가? 어디 학교야? 어디서 왔어? 너희 반에는 반장이 없었어?"
그런데 그 무슨 어이없는 생각의 변화였을까? 나는 문득 무엇인가 큰 잘못을 하고 있다는 느낌, 특히 담임 선생님께서 부르시는데 뻗대고 있었던 것과 흡사한 착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때까지도 멈춰지지 않고 있던 아이들의 왁자한 웃음에 기가 죽어, 그게 굴욕적인 복종인 줄 알면서도 석대의 말을 따랐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가 머뭇머뭇 그에게 다가가자, 엄석대는 그 동안의 웃음을 그치고 웃는 얼굴로 바꾸며 물었다.
"나한테 잠깐 오기가 그렇게도 힘들어?"
목소리도 전과 달리 정이 듬뿍 묻어나는 듯하였다. 나는 그 너그러움에 하마터면 감격하여 펄쩍 뛰며 머리를 저을 뻔하였다. 아까보다는 다소 덜하기는 하였어도, 아직은 나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어떤 거부감이 겨우 그런 자존심 상하는 것을 막아 주었다.
엄석대는 확실히 놀라운 아이였다. 그는 잠깐 동안에, 내가 그에게 억지로 끌려갔다는 느낌을 깨끗이 씻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담임 선생님께 품었던 야속함까지도 풀어 주었다.
"서울 무슨 학교랬지? 얼마나 커? 물론, 우리 학교와는 댈 수 없을 만큼 좋겠지?"
먼저 그렇게 물어주어, 엄청나게 많은 학생 수와 오랜 전통이 있으며, 서울에서도 공부 잘 하기로 소문난, 내가 다니던 학교를 자랑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공부는 어땠어? 거기서 몇 등이나 했지? 다른 건 뭘 잘 해?"
그렇게 물어줌으로써, 내가 4학년 때 국어 과목에서 우등상을 탄 것이며(그 때, 이미 그 학교는 과목별로 우등상을 주었다.), 또한 그 전해 가을에 경복궁에서 열린 어린이 미술 대회에서 특선한 것을 자연스럽게 자랑할 수 있도록 하여 주었다.
그것만도 아니었다. 마치 내 마음 속을 읽었기나 한 듯, 석대는 내 아버지의 직업과 우리 집안의 살림살이도 물어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또한 특별히 내세운다는 느낌을 아이들에게 주지 않고도 군청에서 군수 다음 가는 자리에 있는 내 아버지와 우리 집안의 넉넉함을 아이들 앞에 드러낼 수 있었다.
"좋아. 그럼……."
이런저런 얘기를 다 듣고 난 엄석대는 어른처럼 팔짱을 끼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더니, 제 줄 앞의 앞엣자리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너는 저기 앉도록 해. 저기가 네 자리야."
그 갑작스러운 지시에 나는 약간 정신이 들었다.
"선생님이 조기 앉으라고 하셨는데……."
문득 되살아나는 서울에서의 기억으로 그렇게 대꾸하였지만, 얼마 전의 투지는 되살아나지 않았다. 엄석대는 내 말을 못 들은 척 넘어갔다.
"어이, 김영수, 여기 이 한병태와 자리 바꿔."
석대가 그 자리에 앉았던 아이에게 그렇게 말하자, 그 아이는 두말하지 않고 책가방을 챙겼다. 그 아이의 철저한 복종이 다시 묘한 힘으로 나를 몰아, 잠시 머뭇거린 것으로 저항을 마치고 나도 자리를 옮겼다.




1. 인물의 성격에 주의하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을 읽어봅시다.
2. 한병태와 엄석대의 성격에 어울리는 말을 《보기》에서 찾아봅시다. 그리고 그 성격이 사건의 전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말하여 봅시다.
보기---영리한 , 고집 센, 참을성 있는, 재치 있는, 이기적인
부지런한, 정직한, 진지한, 단순한, 장난스러운,
우울한, 자존심이 강한, 남을 배려하는, 독재적인
3. 한병태의 성격이 다음과 같았다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친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아 봅시다.
고집 센 성격
겁이 많은 성격
독재적인 성격
4. 내가 이야기에 나오는 한병태라면, 엄석대의 행동에 대하여 어떻게 하였을지 말해 봅시다.3. 한병태의 성격이 다음과 같았다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친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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