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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선배가 말했다. 삼십에 입지, 사십에 불혹이라 그랬는데 사십에 입지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정말 동감한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나이를 먹는데 나이를 먹는 게 어른이 된다는 게 모르는 걸 모르는 채로 두어도 부담없는 비율이 커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불혹이라는 게 몰라도 궁금하지도 않은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누군 나이 칠십에 서당을 차린다지 않나, 누군 결혼하자마자 아프리카에 농사지러 가지 않나.
나이 서른 셋에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세상에 정답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 이름조차도 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정답은 없어도 선택은 자기 맘대로 라는 게 참 좋다. 뭐가 상수이고 뭐가 변수인지는 자기가 판단 할 일이고 그걸 누가 뭐라 그러면 참 싫다. 그게 무게가 있기 때문에 더욱 싫다. 그래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사실 그런 말 들은 적도 한참되었고 항상 알카리성인 체질이 그런 산성 얘기 한방에 딱 중화되어 좋기도 하지만 말이다. 세상엔 정답이 없고 그냥 선택하고 그냥 책임지는 것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열심히 고민해서 선택하고 열심히 책임지는 그게 그냥 열심히 하다보면 자기 색이 그렇게 변색되고 그게 자기라는게 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이육사가 왜 사냐건 웃지요라고 했지만 그게 너 왜 사니라고 비아냥 거려도 웃으라라고 들린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질문을 받으면 아직은 궁금한게 많고 재밌거든이라고 대답을 스스로 해본다. 그러기에 굳이 입지를 하지 않아도 굳이 불혹을 하지 않아도 부담가지지 말고 그냥 살자라는 말로 평화롭게 살자라는 말로 그렇게 입지를 해도 좋지 않을까 한다. 세상에 그냥이란 말보다 더 정감어리고 그냥이란 말보다 더 사람을 울리는 말이 없다. 그러기에 그냥 뭔가 해보는 것도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목소리가 듣고 싶은 친구가 있었다. 전화 한 통화를 했는데 막상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라고 그랬더니 이틀 후에 갑자기 만나자고 해 술을 한잔 하게 되었다. 평상시에는 별로 연락도 없는 놈이 뭔가 일이 있어서 전화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전화를 했다는 것이 정말로 내가 보고 싶구나 해서 찾아 왔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정말 맛있는 술을 마셨다. 자정이 넘도록 취하다가 나중에 연락할께라고 하고 헤어졌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내 수첩을 들여다 보면 수많은 약속들이 꽉 차 있다. 아직 학생이기에 선생님과의 미팅부터 세미나, 아르바이트 그리고 술 마실 계획 산에 갈 계획 모든게 다 꼼꼼하게 적혀 있다. 그리고 술을 마시더라도 내일 뭐 해야지 하는 생각에 기분 좋게 마시기가 힘들다. 스스로 어느 정도 제어를 하면서 마시고 - 그게 저절로 그렇게 된다. 그런 순간 부터 술은 영업용으로 마시는 것일뿐 스트레스 해소의 기능은 철저히 배제가 되고 만다.
산을 타더라도 산을 오르는 것은 계획을 하지만 거기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라던가 정상에 올랐을 때의 그 통쾌함 같은 기분을 느끼러 가기 때문에 뭔가 낯선 새로운 무언가를 얻을 수 있기에 가는 것이다.
그냥 뭔가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많이 잊어버리고 살지 않고 있는가 한다. 그냥 이번 주말에는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을 하루 해보자.
안타까운 건 그냥이란 말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대상과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게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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