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싸다 . 너무 비싸'

해남 땅 끝 마을 이야기

검토 완료

명희복(myunghb)등록 2003.08.05 15:33
아내와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매년 어떤 형태로든 단둘이서 간단히라도 피서겸 여행을 다녀오곤 한다. 형편이 못따라줘서지 여건만 허락한다면 살아가는 기본 경비만 남기고 세계일주를 시도하고 싶다. 아니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돌아다니고 싶다.

둘만의 여행이라 특별히 걱정할 게 없다. 아직 아이가 없어서인지 더욱 간편하다. 금년 74세이신 어머니께서도 여유 있으면 얼마든지 다녀오라고 허락하신다.

여행지에 대한 준비는 간단하다. 인터넷검색으로 예정지 프린터 볼 것 메모 경험자 조언 등의 종합이다. 알뜰 여행의 노하우도 있지만 궁색해서 내세울 정도는 아니다. 기회가 되면 궁색하나마 충분히 알려드리리라.

여행은 거의 언제나 즐겁다. 찻길이 막혀도 날씨가 더워도 비가 주룩주룩 내려도 기쁘다. 이유는 일하러 가는 게 아니라 놀러간다는 데 있다. 놀이와 일의 차이는 명백한 것이니까.

가끔은 여행 중에 겪었던 나쁜 기억을 갖고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바가지 요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람간의 신뢰를 말린다. 속이는 주체가 어른 아이 할머니 할아버지 할 것 없이 모두 미워진다. 생각하기조차 싫지만 더 쌔록쌔록 떠오른다. 당했다는 생각이 들면 정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한 철 장사니까 하면서 이해하다가도 닥치면 새롭게 화가 난다.

2003년 7월17일 오후 1시쯤이다. 올해도 굉장한 기대는 안하지만 어느 정도는 가슴이 부풀어있다. 처음 가보는 곳이니까.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출발한다. 해남 땅끝마을행이다. 출발!

수원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로 진입해 목포까지는 약 4시간이 걸린다. 목포에서 완도항까지는 두 시간을 더 가야하니 소요시간은 모두 6시간 정도다. 완도항에서 보길도로 들어가 일박하고 다음날 땅끝마을과 진도를 차례로 관광하고 귀가할 심산이다. 왠일인가? 목포에서부터 세차게 내리던 비가 완도항에 도착하는 동안 멈출 줄을 모른다.

완도항 도착시간이 저녁 7시 40분 정도다. 여객선터미널 주변이 깜깜하다. 하는 수 없이 완도항 파출소에 들어간다. 배편을 물으니 경찰관이 친절히 알려주신다. 말씀에 따르면 오늘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단다. 해상경보가 내려 한주일 내내 보길도행 여객선은 운항금지란다. 완도항에서 하루 묵고 내일 가까운 신지도까지는 배가 왕래하니 생각해보라고 하신다. 완도관광책 한권을 얻어 고맙다는 말씀을 남기며 파출소를 나오니 비는 더 세차게 내린다.

섬 날씨라 육지보다 더 일찍 어두워지는 것도 같다. 바다에는 안개가 자욱히 깔려 시계가 거의 없다. 촐촐한 허기를 달래느라 우리는 주위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처음 들어보는 낙지연포탕이란 것을 시켜먹는다. 낙지의 먹물을 빼지 않은 채 삶아서 만든 음식이란다. 해물 매운탕맛과 비슷하다.

식사를 마치고 주변에 있는 코리아모텔(?)로 숙소를 정하고 여장을 푼다. 방 하나에 3만원으로 내가 조사한 예상숙박비보다는 싸다 싶었는데 시설이 엉망이다. 생략.

이튿날이다. 일찌기 서둘러야 한다. 비는 계속내린다. 땅끝마을로 출발! 도로에 차는 많지 않으나 도로폭이 편도 1차선으로 이어져 무척 답답하다. 50분정도 지난 뒤 우리는 땅끝마을에 도착한다.

전망대 휴게실에서 컵라면 하나씩 먹고 전망대에 오르니 해남 앞바다가 펼쳐진다. 안개 때문에 속속들이 살펴볼 수는 없다. 내려와 전망대 주차장에 높이 걸린 안내도를 보니 땅끝마을에서 보길도로 가는 배편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얼른 작은 항구로 내려간다. 가능하면 배를 타고 보길도로 들어가보려는 생각이다.

매표소에 줄을 서 있다가 요금표를 본 우리는 매우 놀랐다. 승용차 1대 승선료가 1만 8천원이다. 두 사람의 승선 요금을 합해 2만 7천원이란다. 2만 7천원도 편도요금이란다. 쾌청한 날씨라면 모르지만 비도 내리고 특별한 관광거리도 없는데 너무 비싼 요금을 받는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계획을 바꿔 우리는 보길도 관광을 포기한다.

진도로 출발! 완도도 마찬가지지만 섬이 육지와 다리로 이어져 자동차로도 얼마든지 다닐 수 있으니 한층 편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도대교를 건너 안으로 들어간다. 섬이라도 육지가 아주 많은 곳 같다. 도로를 정비해서인지 깨끗하고 편안한 느낌까지 든다. 가는곳마다 진돗개의 그림이 군데군데 붙어있다. 매우 친근하게 여겨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자동차 안에서 조용히 지난 시간을 생각해본다. 땅끝마을 뱃삯이 계속 떠오른다. '너무 비싸다. 너무 비싸.'
우리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건지 뱃사람의 바가지 행각이 지나친 건지 지금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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