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용 식탁] 이수연 감독은 사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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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suzaku)등록 2003.08.05 09:03

ⓒ 봄

어떻게 이런 생각을? 나는 오늘 무서운 사고를 갖고 있는 한 신인 감독의 작품을 만났다. 이수연 감독의 <4인용 식탁>. 나는 이수연 감독에게서 패기와 가능성이 아닌 한 인간의 공포를 보았다. 사람이 저렇게 악할 수도 있구나. 기억도 게워낼 수 있다면 <4인용 식탁>은 말끔히 토해내고 싶다.

나는 이수연 감독에게 묻고 싶다. 현 한국 가족의 초상이 정말 그 정도까지냐고? 당신의 성장과 사고가 좀 남다른 게 아니냐고.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는 영화관람이라는 게 참 즐겁지 않은 행동임을 처음으로 느꼈다.

분명 <4인용 식탁>이 연출력이 살아있는 수준작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감독이 대중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너무나 끔찍한 것이다. 이토록 폐쇄적이고 절망적인 시선을 관객은 받아들이고 싶을까? 영화를 즐겁기 위해서만 보는 건 아니지만 이건 너무 답답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거칠게 말한다면 <4인용 식탁>은 비싼 배우 데려다가 자위행위 신나게 한 개인적인 작품일 뿐이다. 소수만을 위한 작품이었다면 나는 이 영화를 남몰래 혼자 기억하고만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지현과 박신양이라는 대중의 스타가 등장하는 상업영화이다. 그런데 이걸 보고 느껴보고 생각해보라고? 감독은 악하다.

나는 감독의 악한 마음이 담긴 몇몇 장면이 참 싫다. 특히 이 영화의 사람 죽는 장면 대부분이 싫다. 후진하는 청소차에 깔려 죽는 아이, 법정에서 투신하는 영아살해 모(김여진) 그리고 가장 저주하고 싶은 베란다에서 갓난아이를 떨어뜨리는 영아살해 장면.(그것도 두번씩이나!) 이 장면들은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닌 자극제로 보인다. 꼭 그렇게까지 (사실적으로)보여주었어야 했나 싶다. 이수연 감독은 사디스트다. 이쯤에서 한 번 더 묻자. 당신은 이 장면들을 연출하면서 고통스러워했는가.

한편 전지현의 투신 자살은 우습다. 믿게 해주려고 떨어지는 그 행동은 단순 미친 행동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떨어지면서 박신양과 교감하지 않는 그 자극적인 행동은 위험하다. 빠뜨리스 르 꽁드의 <살인혐의>를 보면 추락해 죽는 사람과 산 사람이 눈을 마주치는 순간의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엔 전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쓸쓸함의 것들이 있었다. 그러나 <4인용 식탁>의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도대체 이 영화는 뭘 말하려는 거지? 설마 탈출구는 없으니 모두가 죽어버리라는 소린가? 모두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라는 소린가. 웃기지 말아라. 이러한 얘길 하지 않아도 세상은 충분히 고통스럽다. 고통스러운 사람 더 고통스럽게 하지 말아라. 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베란다 위로 올라가지 않길 바란다.

※덧붙이기
1. 주연배우연기: 기존 이미지 변신으로 기대를 모은 전지현의 연기는 아직은 부족하다. 목소리의 톤이 개인적 아픔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한편 박신양은 안정돼 있지만 이전 작과 비교해볼 때 뚜렷한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2. 싫은 소리하느라 <4인용 식탁>의 맘에 드는 부분은 미처 말하지 못했다. 난 이 영화에서 아이에 대한 공포를 묘사한 부분이 흥미롭고 좋았다. 모유를 끊임없이 먹어대는 왕성한 식욕의 아이, 고양이 소리를 닮은 아이의 울음소리, 끊임없이 엄마를 찾는 아이 등. 영화는 여성들이 더 공감해볼 수 있을 육아에 대한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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