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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 4월 1일 국립암센타에서 자궁경부암수술을 받았다. 다행히도 수술이 잘 되어 지금은 월 2회 정기검진을 받으며 일상생활을 하고있다. 그런데 퇴원후 두번째 정기검진 때 담당의사로부터 수술후유증으로 배에 물이 차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의사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물이 빠지는 수가 있으니 기다려 보자고 하였으나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배에는 1리터 정도의 물이 고여있다. 의사는 시간이 지나도 배에서 물이 빠지지않을 경우 세균감염이 우려되고 그리되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 빨리 다시 입원하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종용하였다. 그래서 나는 의사의 요구에 따라 지난 7월 3일 국립암센타 원무팀에 다시 입원신청을 하려 했으나 당시 국립암센타의 입원병동에는 다인실(5인 거주)이 꽉 차있으니 1인실이나 3인실에 입원 하든지 아니면 다인실이 빌때까지 기다렸다 입원해야 한다는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입원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국립암센타의 1인실 하루 입원비는 15만8천원이고 3인실은 9만7천원이며 다인실은 6천4백원이다.) 남편 없이 혼자 가족의 생계를 꾸려왔던 나는 사실 경제적으로 넉넉치 못한데다 이번에 받게 될 치료가 거동을 못할 정도의 큰 수술이 아니어서 다인실에 입원해야만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7월 19일 아침에 그날 입원을 하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갑작스런 통보에 일이 있어 지방에 가 있던 형편이라 입원을 할 수 없다고 하며 언제쯤 자리가 나겠냐 묻자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로 부터 20여일이 지나도록 병원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어 불안한 마음에 8월7일 외래진료를 신청하여 담당의사를 만나니 시간을 끄는 것이 위험할 수 있으니 다인실이 나는대로 옮겨줄테니 당장 입원을 하라는 것이다. 또다시 원무과로 가서 입원신청을 하려 하였으나 역시 1인실 밖에 없다는 것이었고 하루를 더 기다린 오늘 역시 5인실의 자리는 없다는 것이며 다인실로의 입원은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여일 동안 다인실의 병상이 한번도 빈적이 없냐고 따져 물었으나 "그렇다"라는 담당자의 말에 더이상 어찌해 볼 방법이 없었다.
이런 경우에 나같이 경제적으로 넉넉치않은 환자는 고통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심각한 위험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마냥 기약도 없이 기다리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일 뿐만 아니라, 그렇다고 자신의 형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비싼 병실에 입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환자 개인의 능력과 기호에 따라 1인실과 3인실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수술후 입원했을 때의 경험에 따르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다인실 입원을 희망한다. 1인실은 차치하고라도 15배나 비싼 3인실의 환경이 5인실과 큰 차이가 없고 더욱이 통상 열흘 이상은 입원해야 하기 때문에 다인실이 아닐 경우에 병실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수술후 입원했을때 겪어보니 다인실의 병상이 늘 차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병원측은 통상 1인실이나 3인실에 이삼일은 입원해 있어야만 다인실을 배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암환자는 수술로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한 후에도 최소한 5년 이상을 추가적인 치료및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그 치료에 필요한 액수는 서민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수 없다. 그런데 '국민의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고 암환자의 삶의질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로 100% 국민의 세금으로 세워진 국립기관이 서민들의 얇은 호주머니를 털기위해 얄팍한 상술을 동원하여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국립암센타측은 본래의 설립취지를 살려 수요가없어 늘 비어있는 1-3인실을 채우려고 서민들을 우롱할 것이 아니라 1-3인실의 일부를 다인실로 개조하는 것이 옳다. 당장은 병실 입퇴원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영리 목적으로 다인실 병상을 비워 놓고도 환자들을 1-3인실에 입원시키는 관행부터 뜯어 고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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