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율 30% , 그럭저럭型 30%에 달하는 위기의 부부관계

''''커플의 재발견''''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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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원(reform1)등록 2003.08.11 17:17
서로 욕망 인정… 열린 커플 권고( ''''커플의 재발견''''서평)

한때 '묻지마 관광'이 유행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10여년만에 3배로 늘어났고, 현재 결혼한 4쌍중 한쌍이 이혼하여 이혼율이 전세계에서 미국, 프랑스 다음으로 높다.

나의 택시 승객의 경우를 보더라도 10여 년전에 비교해서 부부가 아닌 이상한 관계인 듯한(?) 남녀를 택시에 태운 휫수가 3배는 더 된다. 모텔(세칭 러브호텔)에서 태우거나 내려준 경우도 많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모텔이 '객지에서의 숙박'이란 기능을 더이상 하지 않는다.

모텔주차장 입구는 차량의 번호판을 보호해주느라 커튼을 쳐놓았다. 차량마다 번호판에 덮개를 해놓는 경우도 있다. 내 주변에서도 마누라외에 다른 여자를 만나는 남자들의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특히나 핸드폰이 보급되면서 개인과 개인의 연락이 은밀히 이뤄질 수 있어 이상한(?) 남녀관계가 쉽게 노출되지 않고 유행병처럼 번져가고 있다. 심야에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는 기혼남성과 기혼여성이 늘어나면서 부부싸움도 많아졌다고 한다.

부부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드잡이를 했을지, 한숨을 토하면서 베개를 낀 채 옆방으로 옮기고, 혹은 돌아오지 않는 배우자를 애타게 기다리다 증오의 칼날을 세웠을지.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은 곳곳의 모텔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가린 채 도둑처럼 연정(戀情)을 태우고 있을까.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국산영화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남자(여자)가 한 여자(남자)만 평생 바라보며 사는 건 부질없는 짓인가?

일부일처제가 요동치고 균열하고 있다는 경보가 사방에서 울리고 있다. TV 드라마에서 불륜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애인''과 ''위기의 남자''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TV나 여성잡지,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이 나서서 ''''부부 갈등 이렇게 이겨내세요''''''라며 충고를 해대지만, 현실과 이론은 다르게 나타난다.

아무리 언론이 조언과 충고를 쏟아놓아도 언론이 보도하는 이상한 남녀(부부 및 불륜)관계 기사는 끊이질 않는다. 심지어 그런한 사회풍조를 조장하는 선정적인 보도도 많다.


결혼제도란 문제를 파헤친 책 ''''커플 재발견''''이 생각난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젊은 연인들이 결혼하도록 내버려두는가? 어차피 그들 중 30%는 이혼할 테고 또 다른 30%는 불만족 속에서 현상유지에 급급할 터인데 말이다."

이 책은 위기에 처한 결혼제도에 종합진단을 내린다. 저자는 우선 동물행동학을 빌려 일부일처제의 토대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준다. 동물 세계에선 포유류의 4%, 영장류의 18%만 일부일처이고 또 이런 종들은 대개 멸종 위기에 처하면서 소수집단으로 전락한다고 한다.

더구나 인간과 가까운 아프리카 유인원, 즉 고릴라나 침팬지는 일부일처를 따르는 경우가 전혀 없다. 서양의 일부일처제는 유대-기독교 문화가 강요한 것으로 자연스러운 본성과 욕구를 거스르는 가혹한 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첩''''문화는 근대국가 이후에도 지속되어 5.16군사정권은 공식적으로 공무원의 축첩제를 금지하기까지 했다.

그동안의 전통적인 결혼제도는 철저한 남성중심의 가부장제하에서 여성의 희생을 기반으로 나름대로 견고하게 유지되어왔다.

하지만 최근 30여년간 상황이 바뀌었다. 피임.낙태를 통해 여성은 원치 않는 임신의 구속에서 벗어났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활동이 늘어나면서 남성에의 종속적인 위치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여성이 결혼과 성적 관계에서도 수동적인 자세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게 되었다. 남성들이 더 이상 그녀들을 울타리에 가둘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억제된 본능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여성의 애정과 관능과 욕구가 발산되었다. 충족되지 못해도 참고 지날수 밖에 없었던 지난 세월에 복수라도 하듯이 , 여성은 언제든 뛰쳐나갈 태세를 갖춰버린 것이다.

19세기엔 수명이 짧아 평균 결혼 기간이 20년을 채 못 넘겼다. 오늘날엔 40, 50년을 넘기기가 예사다. 그러다 보니''''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이란 말이 무색하다. 오염과 스트레스가 심한 현대에는 이미 40대에 검은 머리가 백발(파뿌리)이 되버리니 살만큼 살은것인가(?)
이런한 사회환경의 변화와 개인의 새로운 욕구와 함께 짝을 만날 기회가 늘어난 것이다.

''''커플의 재발견''''은 일부일처제의 탄생과 그 부정적인 결과를 꼼꼼히 고찰하고 있다. 일부일처제는 생물학적으로나 문화.사회적 역사로 볼 때 유일무이한 제도나 해법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현대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일부일처의 커플로 살아가려는 욕망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그렇다면 잠정적으로 ''''열린 커플''''을 지향하자"고 제안한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대부분 ''''''닫힌 결혼''''''에 매어있다. 즉 부부가 같은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같은 여가를 즐기고, 다른 이성에게 끌리는 법이 없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1+1=1''''이라면서 자신의 내부조차 배우자에게 내주는 시늉을 한다. 우리 속담에 ''부부는 일심동체''란 말이 있듯이.
저자는 이런 관계는 자기 발전 욕망을 포기한, 지극히 유아적이고 퇴행적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열린 커플''''은 ''1+1=2''를 순순히 인정하고 배우자의 개인적인 삶을 내버려두는 관계다. 이들은 결혼=합일이라는 가짜 신화에서 벗어나 욕망과 충동의 자유로운 흐름을 체험한다. 단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든 상대에게는 진실해야 한다.

이 책은 사랑과 결혼의 기원은 어디이며 본질은 무엇인가를 알게 해주면서, 아울러 자신이 처한 현실도 되돌아보게 해준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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