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붕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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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원(reform1)등록 2003.08.12 18:03

''학교붕괴'' 어떻게 볼 것인가.

청소년들에게 학교란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보내며, 친구들을 만나고 배움을 넓혀가며 자신을 형성해가는 공간이었다. 학교외에 다른 어느 것도 생각하기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90년대 들어 학교가 위기에 빠져있고 , 청소년의 삶이 피폐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교가 더 이상 학생들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연일 매스컴이 쏟아내는 학교부적응아 이야기나 일탈 청소년들의 얘기, 학교의 현실에 대한 고발 프로그램은 ''학교붕괴''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학교붕괴''란 현상은 단순히 학교에서 벌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교교육은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점이 얽혀있는 복합성을 띠고 있다

우선 ''학교붕괴''라는 문제를 김영삼정부가 교육개혁 차원에서 도입한 ''열린교육''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적인 산물로 이해하려는 입장이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열린교육'' 방식이 그 기본개념을 기존의 권위체제하의 강압과 규제를 거부하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학교붕괴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학교운영 주체인 교장단, 교사, 학부보, 학생 등이 자율기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열린교육을 실시하다보니 기존체제에 대한 반대와 거부라는 행동양식이 교육현장의 무규범화를 초래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즉 ''열린교육''은 교사들의 학생들에 대한 통제권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며, 아울러 대중매체의 무차별 경쟁으로 인해, 한참 감수성이 민감한 학생들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감각문화를 너무 쉽게 접촉함으로써 일탈과 탈선이 부추겨졌다.

개방과 자율을 강조하는 열린교육 환경속에서 그러한 일탈행위가 방치되면서 학교붕괴 현상이 촉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를 정상으로 복원하고 아이들을 학교로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들의 교권확립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잃어버린 교사들의 권위를 회복하고 강제성과 체벌을 강화하여 아이들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강화하는 것만이 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인식은 사태의 진실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 ''학교붕괴'' 현상을 우리 사회의 복합적 문제로 파악하지 않고, 충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비성숙한 아이들이 저지르는 일탈이나 불량스런 행위로만 이해하면 , 이는 단지 일탈학생의 문제로만 국한되고 만다.
해결책에 대한 입장도 불량.일탈 청소년의 선도 문제로 축소되버린다.

문제는 모든 학생들에게서 일탈문화에의 욕구와 발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전시기 학생들은 설령 실패하더라도 학교를 마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자신을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알고 있었다. 학교라는 제도를 통과하는 것만이 정상적인 생활이라고 믿고 있었다. 학생들이 삶의 목표를 학교에서 찾을 경우는 학교의 통제와 관리를 수용한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에의 꿈과 희망을 더 이상 학교에서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을 이룩하면서 사회적 부와 자산이 급속히 증대했고 , 사회 각 분야에 돈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부모들의 덕분으로 10대들은 풍족한 소비자가 되었다. 아울러 돈이 넘쳐나는 사회 각 분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부와 사회적 지위를 얻는 ''성공''이라는 목표는 일치하지만 , 학교를 통해서만이 그것을 이룩할 수 있다는 신화가 무너지고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아이들은 학교의 억압체제에 저항하여 그것을 개선해 학교를 자유로운 곳으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학생이 아닌 다른 누군가로서 자신의 삶을 기획하고자 하는 것이고, 이것이 마치 기존의 학교체제를 거부하는 행동양식으로 비춰지면서 학교붕괴현상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입시위주교육의 문제.

다음으로 학교의 위기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진단의 하나는 입시위주의 주입식교육에서 원인을 찾는 견해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그동안 학교교육은 전국민적인 합의와 신뢰속에 지위향상, 혹은 계층상승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위한 합법적이고 공개적인 경쟁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사회에서는 ''(인생의)모든 길(목표)은 대학입시로 통한다''는 말이 진실이었다. ''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대졸자들은 비교적 순조롭게 취업과 승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많은 학생들을 일류 상급학교에 진학시키는 것만이 지고의 선이었다. 이를 위해서 어떠한 수단이나 편법, 강제도 용인 또는 묵인되어졌다.
이에따라 교육행정(정책)당국의 최우선 과제는 ''평등하고 공정한 선발제도의 도입과 부작용없는 실시''이다. 교육당국이 해야할 더 중요한 국가과제는 항상 2순위로 밀려났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에 진학하여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학생의 비율이 50%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오로지 대학진학만을 위한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이 나머지 50%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의미없는 강제와 복종이 나머지 50%에게 더 이상 효과가 없는 상황이 왔고 이것이 학교붕괴현상으로 비춰지게 된 것이다.

세 번째로 지난 ''97년 경제외환위기 이후 학교신화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대학을 졸업다고 만사가 해결되지 않게 된 것이다. 오히려 대학문호는 넓어진 반면에 사회진출은 힘들어지는 상황이 왔다.

그동안 한국사회를 지탱해온 축의 하나가 고도경제성장이었는데 ''97년 외환경제위기 이후 이 축이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회 전체적인 고용기회의 축소(대졸 실업자의 증대), 연공서열의 평생직장 개념의 붕괴, 학력인플레 현상, 세계화에 따른 국제경쟁력 개념 도입(조기유학, 추가해외유학 등), 학력과 무관한 분야에서의 성공사례(문화산업) 등이 생겨났다.

대학졸업이 더 이상 성공의 유일한 척도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에 대학이 여전히 유일한 성공의 수단이 되는 사람의 숫자가 대폭 줄어 들다보니 그 소수안에 들기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조기유학 붐이 극성스럽게 불어왔고, 국내에서는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공교육외의 사교육에 십수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추가로 지출하고 있는 지경이다.

학교 교사들조차 학생들에게 학원의 선행학습, 추가학습을 권유하고 있고, 학부모들도 학교교사보다는 학원강사를 더 신뢰하는 상황에서 이미 공교육은 더 이상 의미를 갖고 있지 못하다.
이야말로 실질적인 학교붕괴현상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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