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진압의 사각지대인 주택가 골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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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원(reform1)등록 2003.08.12 18:05
서울시는 주택가이든 시내든 주차전쟁이라 불릴 만큼 주차난이 심각하다.

특히 주택가의 겹겹주차는 소방도로마저 막아 화재발생시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

2001년 3월 소방관 6명이 순직했던 홍제동 다가구주택 화재 사고에 이어 2003년 6월에는 오금동 H아파트단지에 불이 나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이나자 소방차 20여대와 소방관 70여명이 출동했으나 겹겹이 주차된 차량들로 진화까지 50여분이 걸리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커진 것이다.

서울은 주거인구가 천만명이 넘는 초과밀지역으로 주택난이 심각하다.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단독주택을 부수거나 ,혹은 일정분의 택지만 확보되면, 가구별 주차 차고지를 고려하지 않은채 다세대주택과 빌라를 지었다.

또한 차량이 완만하게 보급되던 1980년대에 건축된 아파트단지는 지하주차장을 확보하지 않았다. 그런데 차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소방도로를 점거하게 된 것이다.

전국의 자가용 차량이 1000만대를 돌파하고 서울은 2003년 5월 현재 등록차량수가 총 270만여대이다. 자가용만 210만대이다.

단독주택을 제외한 공동주택 숫자는 1,05만가구이다. 3가구중 1가구가 차량을 2대 소유하고 있다. 단독주택의 경우 주인이 주택지내에 주차장을 마련하면 자치단체가 시설공사비 200만원을 무상지원하고 있다.

단독주택과 다가구 주택이 빼곡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은 주차차량들로 인해 차량이 1대 밖에 지나지 못해 아예 일방통행로로 만든 곳이 대부분이다. 일방통행로 표지판이 없어도 사실상 일방통행이나 마찬가지다. 수십 수백 동네에 달하는 이런 곳이야말로 화재시에 소방차량이 진입할 수 없어 화재진압의 사각지대인 것이다.

아파트단지라고 화재 사각지대의 예외는 아니다. 성산동 주공아파트단지는 3겹주차까지 하는 지경이다.

강남에서 술한잔 걸치고 심야에 귀가하는 샐러리맨을 태워다 준 적이 있다. 이 승객이 차비가 없어 아파트 자기집에 차비를 가지러 간 동안 택시를 정차시키고 있는데 마침 아파트 거주 차량이 진입해 들어왔다. 주변을 보니 쌍방향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차량들이 3겹주차를 하고 있었다. 할 수없이 아파트 단지를 한참 돌아 제자리로 왔더니 , 승객이 차비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수십만 수백만에 달하니 심야시간에 택시로 귀가하는 수도권 직장인이 꽤 많은 편이다. 분당, 성남, 수원, 인천, 의정부, 일산 방향 등이다.
차량소통이 원할한데다 택시요금을 더받기 때문에 심야시간대에 이쪽 방향의 승객을 태우는 날은 운이 좋은 경우다. 수도권 역시 다세대주택과 빌라가 밀집된 지역이 많다.

성남의 경우, 집을 찾는 일조차 어려울 정도인 곳이 있다. 똑같이 생긴 빌라 수천 가구가 똑같은 형상으로 붙어 있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빌라 사이 간격이 30㎝에 불과하다. 그 옆으로 골목길이 나 있다.

이곳에 사는 승객의 얘기를 들어보니 차를 세울 곳을 찾아 집 주위를 빙빙 도는 일이 예사란다. 어떤 때는 집에서 500m 이상 떨어진 골목을 배회해도 차 세울 데가 없다고 한다.

화재가 났을 경우 , 소방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대형 피해를 예방하려면 자치단체가 나서서 동네마다 타워주차장을 건립해주어야 한다. 또는 동네 초.중.고등학교 내에 야간주차를 허용하든지, 운동장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든지 해야한다.

재산피해는 둘째치고 생명보호와 안전 차원에서 서울시와 교육청, 경찰청이 협의하여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심각한 문제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날마다 주차전쟁이 벌어지면서 인심도 흉흉해지고 있다.

요즘은 택시의 합승이 없다보니 대로변이나 이면도로에서 하차하던 과거와 달리 승객들이 골목골목의 집앞까지 가서 하차한다.
나 역시 서울 각 지역의 골목골목을 다니다보니 이런 곳에 택시승객을 내려주면서 주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싸움장면을 가끔 목격하곤한다. 몇 년 전에는 주차문제로 칼부림까지 벌어져 살인까지 발생하는 사건도 있었다.

한번은 퇴근하는 아들의 주차장을 잡아놓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할아버지와 차량을 끌고 그곳에 먼저 주차시키려는 청년이 주차권리를 두고 벌어지는 대화를 목격한 적이 있다.

이 상황에서 청년에게 어른 공경, 예의범절, 양보정신 같은 어휘들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내 집 앞 골목이고 내가 먼저 자리를 맡았으니 내가 임자”라는 할아버지. 청년은 “할아버지, 여긴 이면도로예요”라고 반박한다.

할아버지와 청년, 두 사람의 목소리가 커진다.

“좋습니다. 이 땅(골목)이 누구 땅인지, 법원에 가서 토지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동사무소에 가서 우선주차구역인지 문의해보고, 또 경찰서에 가서 도로교통법상 이 도로에 주차할 수 있는지 없는지…”

주차할 곳이 마땅치않아 어중간한 곳에 차를 세워놓으면 새벽 시간에 시도 때도 없이 ‘차 빼’라는 목소리가 들리면서 어김없이 시비가 벌어지는 장면도 많이 목격된다.

화재시 안전을 위해서나 동네 인심이 흉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주차공간 확보는 시급한 과제이다.자치단체의 최우선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최근 인천소방본부가 폭 1m도로까지 주행할 수 있는 꼬마 소방차를 개발했다. 이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보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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