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당첨확률만큼이나 가능성이 적은 만남이 이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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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원(reform1)등록 2003.08.12 18:11
나는 그동안 택시영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겪은 해프닝이나 사소한 사건들에 대해선 별로 얘기하지 않는 편이었다. 사회 보편적인 현상이나 우리 사회가 부닥치고 있는 현안이나 문제점들을 정리하는데 더 관심이 많았고 그것이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는 우연치고는 신기하다싶은 사례가 있었다. 오전에 통화한 바 있고 마침 새벽 1시 20분쯤 현대건설 본사 맞은편에서 귀가하려고 택시를 잡으려는 중인 초중학교 동창(대림산업에서 근무하는 김재곤)을 나의 택시에 태웠던 것이다.

이 친구는 잔뜩 술이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동행인을 부축하고 있었다. 술취한 동행인을 먼저 택시에 태워보내려고 이미 개인택시를 잡아서 세워놓은 상태였다. 이 취객이 정신을 못차리면서 택시는 세워놓은 채 도로변에서 주춤거리고 있었는데 그 길을 지나던 내가 택시를 타려는 승객인줄 알고 내 차를 그 앞에 갖다 대었다.

세워논 개인택시와 어떤 싱갱이가 벌어졌는지는 모르나 재곤이는 그 취객을 내차에 태워보내려 차문을 열고 그 취객을 밀어넣었으나 그는 타려하지 않았다. 내가 쳐다보니 마침 동창생 재곤이길래 ''''
" 야! 재곤아 "하고 몇번 불렀다. 나를 알아본 재곤이는 그 취객을 개인택시에 다시 태우고 자신은 세워놓은 택시에 두었던 가방과 우산을 가져와서는 내차에 탔다.
이렇게 해서 나는 재곤이를 승객으로 태우고 의정부 집까지 가게 되었고 재곤이 집 근처 포장마차에서 우동과 짜장면을 함께 먹었다.

참으로 신기한 인연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날 오전에 통화하고 새벽에 나의 택시와 조우를 하였으니 보통 인연이 아닌 것이다. 재곤이도 신기한듯 계속해서 ''''기가 막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하루에 서울에 5만여대의 택시가 운행하는데다 또한 새벽에 귀가하는 사람이 수천 수만명은 된다. 이 경우 서울 전역에서 특정 택시와 특정 귀가자가 만날 확율이 얼마나 될까를 계산해볼 때 그야말로 복권당첨 확률만큼이나 만날 확률이 적은 것이다.

특히 새벽 1시와 2시 사이에는 밤 12시를 전후해서 일시에 상당한 정도의 사람이 귀가한 후라 빈 택시는 많은데다 택시 승객은 많이 줄어든 상태다.

따라서 몇 초 상간에 택시손님을 먼저 태우려는 빈 택시들의 전쟁 버금가는 쟁탈전이 벌어지기 때문에 그 몇만 엇갈려도 나의 택시와 재곤이가 만날 확률은 제로(0)로 떨어지는 것이다.

나는 지난 5월말 이래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내가 알고 있던 지인의 핸드폰으로 나의 홈피 주소를 문자메시지로 보내었다. 지인들의 관심도 불러일키고 내가 쓴 글들에 대한 촌평도 부탁할겸해서 잊어버릴만 하면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

어제도 그동안 쓴 글들이 꽤 되기에 오랜만에 문자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냈고 , 재곤이는 평소에도 나의 홈피를 자주 방문해서 애독하는 사람중의 하나였고 가끔 통화도 하였다. 어제도 문자메시지를 받은 재곤이가 먼저 안부전화를 해와서 통화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택시는 밤 11시와 새벽 1시 사이를 전후해서 시간당 요금수입이 가장 많다. 차가 잘 빠지는 동시에 장거리 손님이 많고 , 할증요금이 붙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간대에 몇번이나 승객을 태우느냐에 따라 그날의 회사입금외의 자기 수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택시들은 밤 12시를 전후해서는 방향을 맞추려고 승객들로부터 목적지를 확인하고는 차에 태우기도 한다.

나는 밤 12시 쯤에 연신내에 있었다. 일반 주택과 빌라가 밀집되어 있는데다 골목도 좁고 경사도 가파른 가련동 꼭대기에 술취한 여자승객을 내려주고 대로변으로 나왔다.

경험상으로 이 시간대에는 연신내,불광동 홍제동 서대문 시내로 이어지는 대로변에는 택시승객이 거의 없다. 영락없이 빈 택시로 시내 중심가로 잽싸게 빠져나오는 것이 다음 승객을 한번이라도 더 태울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다.

운이 억세게 좋으면 가끔 시내를 관통하는 승객을 태우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빈 택시들이 줄지어 시내까지 열심히 달려가는 모습을 더 많이 본다.

나역시 천천히 가다 불광동 국립보건원 앞 횡단보도에서 남대문을 가는 손님을 태웠다 . 이때의 기분은 날아가는 듯하다. 빈차로 시내중심가로 가야하는데 손님을 태웠으니 신이 나는 것이다.

남대문에서 힐튼호텔 방향의 옛 도쿄호텔 앞 횡단보도에 승객을 내려주고는 맞은편 차선 쪽에 중년의 남자가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산쪽에서 맞은편 쪽으로 빈 택시가 내려오지 않기를 바라며 횡단보도 신호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횡단보도 신호가 들어오면 차를 반대차선으로 돌려 승객을 태우려는 것이다.

마침 횡단보도 신호가 들어올 때까지 다른 빈택시는 오지 않았다. 결국 이곳에서 12시 40분쯤에 성산동 승객을 태웠다. 광화문으로 금화터널로 연세대 앞으로 해서 잽싸게 승객을 태워다 주었다. 새벽 1시가 되었다. 나는 서서히 차고지 방향의 북부지역으로 차의 방향을 잡았다.
성산동에서 연희동을 거쳐 연세대로 사직터널을 지나도록 계속 빈택시이다.

사직터널을 지나 우회전해서 서울 경찰청 앞을 지나면 문화관광부와 미대사관 뒤쪽으로 통하는 지하도로가 있다. 그 쪽에 가끔 그 시간대에 술집에서 나오는 사람이 있음을 염두에 둔것이다.
마침 공중화장실도 있어서 소변을 보고 , 커피자판기도 있어 커피 한잔도 빼서 먹었다.

승객이 없어 한국일보쪽으로 나와서 종로경찰서 앞 횡단보도에 차를 갖다 대었다. 그곳에서 택시들이 대기하다 손님을 태우는 것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가 1시 10여분 되었다. 10여분 기다리다 손님이 없어 차라리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것이 낫겠다싶어 일본문화원을 지나 혜화동 방향으로 서서히 가는 중이었다. 일본문화원을 지나 삼환건설 본사 앞 도로에서 마침내 동창생 재곤이를 조우하게 된 것이다.

술이 취해있던 재곤이는 신기한듯 꿈인듯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를 연발했다.

다음날 나는 재곤이를 만난 확률이 다시 살아날것을 기원하며 복권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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