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검찰조사 받겠다"

열린인터뷰…20일 한총련 수배자 첫출두, 목포지검에 출두한 한총련 유영업 송승훈(수배 7년 동일)

검토 완료

김유승(yskim)등록 2003.08.20 15:49
<우리힘닷컴>은 20일 목포지검에 자진출두를 앞둔 한총련 최장기수배자 유영업(28), 송승훈(31)씨와 19일밤 열린인터뷰를 가졌다. 현재 이들은 목포지검에 20일 오후 1시30분부로 출두한 상태다.

유영업, 송승훈씨는 한총련 이적규정에 묶여 무려 7년이라는 세월을 거리와 대학의 어두운 강의실에서 밤을 지샌 한총련 연루 최장기 수배자들이다.

20일 검찰 자진출두를 하루 앞두고 <우리힘닷컴>과 가진 열린인터뷰에서 이들은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두려움이나 초조함같은 것은 뭍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들어오는 질문에는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출두를 위해 비장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을 때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를 위해 북측 선수단은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국가보안법이라는 법과 민족화해라는 현실의 괴리가 빚어낸 두 장면이었다.

국가보안법대로라면 한국의 대통령이 '이적단체 수괴'에게 유감을 표시하는 현 상황은 헌법을 뒤흐드는 국법질서가 혼란스러운 아노미 상태다. 하지만 선거 때만 되면 보수의 철옹성이라는 대구 시민들은 환영 일색이다. 모두들 즐거워하는 그 시각 이들은 비장한 결의로 검찰출두 기자회견문을 읽어갔다.

이들은 검찰청 출두 소감에 대해서 "나의 신념과 양심의 자유에 따라 7년이라는 수배생활을 견뎌왔으며 한총련 이적규정의 부당함에 대해서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19일 밤 목포대에서 <우리힘닷컴>과 가진 열린인터뷰.

* 유영업(28·제5기 한총련 의장 권한대행, 97년 목포대 총학생회장)
* 송승훈(31·제5기 한총련 간부, 목포과학대)


<우리힘>: 유영업씨의 경우 건강이 많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두분 건강은 어떤가.

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못해 봤으니까 몸이 어떤 상태인지는 모르겠는데, 예전 건강 검진을 한차례 받았는데 몸이 많이 안좋다고 들었다. 검진 결과 신장기능이 안 좋아서 단백뇨(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 나오는 현상)와 뇨잠혈(소변에 혈액이 섞여 나오는 현상)이 있으며 간 효소 수치가 정상의 2~3배인 상황이어서 간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스트레스성 위궤양 증상도 보이고 있다. 또, 두통과 허리디스크도 있고. (의사들이) 꼭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송: 스트레스성 위궤양 증상과 함께 관절통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건강이 좋지 않아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있다. 덕분에 살도 많이 빠졌다. 활동력이 떨어진 것 같아 잠도 줄였고. 지금 건강상태는 괜찮다.

△ 유영업(수배 7년,한총련수배해제모임 대표. 28·제5기 한총련 의장 권한대행, 97년 목포대 총학생회장)

"개인적인 수배해제를 풀기 위한 출두가 아니다"

<우리힘>: 검찰에 출두하기로 했는데, 지금 심정은 어떤가.

유: 지금 출두를 하게 되는데,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뚜렷한 전망이 없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출두하게 됐다. 그럼 왜 출두를 하게 됐느냐고 물으면 그것은 개인적으로 수배를 풀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라 우리사회가 대승적으로 한총련 수배해제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결단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사회공론화의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개인의 수배생활이 길어서 출두하는 게 아니라 이 문제가 우리사회의 공론으로 채택돼 여론을 형성하고, 해묵은 한총련의 이적단체 규정을 해소하는데 나름의 역할을 한다는 심정에서 출두를 결심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기쁜 마음으로 내려오지 못했다. 내려오는 과정에서 수배학생이 연행이 되기도 했었고, 79명(검찰 수배해제 발표 대상자) 외에도 나머지 수배자의 문제도 있고. 이번 대검의 입장에 대해 환영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선의가 있는 좋은 결과였고, 미흡하지만 큰 차원에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사회가 이번 출두를 계기로 한총련 수배자의 문제와 한총련에 대한 이적단체 문제를 깊게 생각해 봤으면 한다. 한총련 합법화에 대해 자신있게 이야기할 것이다.

"애초부터 탈퇴서는 거론되지도 않았다"

<우리힘>: 대검은 최근 발표에서 탈퇴서를 쓰면 기소유예 조치를 내린다고 밝혔다. 어떻게 생각하나.

유: 이것은 대검의 애초 입장과 다른 주장이다. 탈퇴서를 꺼내는 건 해묵은 이야기다. 사실 우리가 지난 7월 대검 관계자와 논의된 것과도 다르다. 우리가 탈퇴서를 받았는데 거부하겠다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탈퇴서가 거론되지도 않았고 이야기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탈퇴서 문제가 나오고 있고, 조사과정에서 탈퇴서가 조건이 되면 수배모임에서는 민변과 함께 대응할 계획을 갖고 있다. 탈퇴서라는 개념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꺼내지를 말아야 한다. 내가(한총련 수배모임 대표) 먼저 가장 먼저 출두하니, 나의 결과를 보고 이후 수배자들의 출두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7.25 검찰발표 흔들려선 안된다

<우리힘>:20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밝히고자 하는 입장은 무엇인가.

송: 7월 25일 검찰의 발표가 나오고 나서 여러 가지 사안이 있은 후 지금은 유동적이다.
아무리 안좋은 악재가 터지든 간에 중요한 것은 7월25일 검찰의 발표가 기정사실화 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출두의 의미다. 출두하는 몇 명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가 안고 왔었던 모순과 학생운동의 순수성을 살리고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사회의 품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탈퇴서나 전향서를 검찰이 강요하지 않고, 현행 법적내에서 사안별로 판단을 해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반기 한총련 합법화 활동에서 본질적으로 문제가 됐던 국가보안법 폐지문제를 하반기에는 정기국회와 내년 총선을 겨냥해서 전면적으로 줄곧 제기할 계획을 갖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운동 하반기 적극 공론화

<우리힘>: 그렇다면 국가보안법 폐지쪽으로 운동의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의미인가.

송: 한총련 완전 합법화와 수배해제 활동은 가져가면서 국가보안법 페지 활동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최근에는 국가보안법에 피해를 입은 진보의련이나 한청등도 있고, 이들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전체적인 입장을 가지고 국가보안법 활동을 펼쳐 낼 것이다.

유: 왜 수배해제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는가, 대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은 나오지 못하는가는 결국 국가보안법의 문제다. 우리 역시 출두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하는 게 아니라 왜 한총련은 이적단체이고 수배해제가 풀리지 않는가를 고민해 봤을 때 결국 국가보안법 문제였고, 한총련 합법화 활동이나 수배해제 또한 그런 활동의 일환이었고, 1단계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이야기했고, 이제 이런 활동을 전격적으로 하는 것이다.

검찰청과 교감없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 * 송승훈(수배7년, 31·제5기 한총련 간부, 목포과학대)


<우리힘>:경제은 전 목포대 총학생회장도 출두한다고 했는데, 왜 그는 출두하지 않나. 견해의 차이가 있나.

유: 개인사정이 있다고 들었다. 견해의 차이는 아니다. 먼저 우리들이 출두를 결심했고, 순차적으로 해결될 거라 본다. 내부 이견은 없다.

<우리힘>: 사전에 검찰청의 이야기나 교감은 있었는지.

송: 없었다.

유: 우리는 7월25일 검찰 발표 수준에서 보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우리가 이렇게 출두를 하려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대검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옳다는 것 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다"

<우리힘>: 수배생활을 오래하면 자신의 성격이나 스타일도 깨지거나 달라진다고 들었는데.

유: 사실 예전에는 제 성격이 밝고 늘 웃는 스타일이었다. 굉장히 사교적이었고. 그런데 오랜 수배생활을 하다보니 고민이 많아져 선지 무거워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제가 만일 누구를 헤치려 했거나 훔치려했던 사람이라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비판한 것이 수구언론과 수구세력들에게 난도질을 당하면서 무거운 성격으로 바뀐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매도당해도 되는 세력인가, 하는 생각 들었다. 우리사회에 어떤 죄를 저질렀길래 도마위에 이렇게도 칼질을 당해야 하는가라는 비애감도 들었다. 하지만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위해 버텨왔고 싸웠다. 가끔 우리를 보고 우리를 막무가내로 달리는 '돈키호테'처럼 보는 것 같다. 수배해제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그들이 보는 시각이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돈키호테가 아니다. 속은 여리고 고민도 참 많은 사람들이고, 순간 순간 나를 지키려는 자세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 뿐이다.

<송>: 삶이 파괴된 것이 가장 가슴아픈 것이었다. 어려운 것은 이런 저런 해보고 싶은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없는 게 가장 힘들었다. 지금까지 버텨온 것은 단순한 성격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웃음)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도 사람이 좋아서였고, 사실 옳다는 것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많은 분들의 의견 듣고 싶다

<우리힘>:수배생활이 풀리면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송: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지만, 6.15 공동선언이 실현될 수 있도록 내가 처한 조건에서 역할을 해볼 생각이다. 사실 내 삶을 그 부분(통일운동)에 통째로 걸고 싶기도 하다.

유: 목포권에 있는 많은 선배와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만나서 이런 저런 말씀을 듣고 싶다. 당장은 복학해서 졸업을 해야 할 것 같고. 지역을 아는 노력과 함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지역사회 현안 문제나 목포와 신의주간의 자매결연 사업에 대해서도 많은 토론을 해보고 싶다. 차츰 좋은 분들을 만나면서 진로문제는 결정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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