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의 낯선 여행(3부)

아이들을 위하여

검토 완료

장봉수(twowonf)등록 2003.08.23 21:32

아이들이 고기를 굽는 모습 ⓒ 장봉수

땅거미가 내리고 있는 바닷가의 산책은 도시의 묵은 때를 한번에 말끔히 씻어주며, 비로소 여름 여행 '섬으로의 낯선 여행'을 실감나게 해주었습니다.

저녁시간이었는데도 의외로 사람들이 하나도 없어서 그야말로 우리가족만의 산책로, 우리가족만을 위한 바닷가 해변이었습니다. 평소 땅파기를 좋아하던 둘째 아이가 자그마한 막대기로 모래밭을 파며 그 안에 바닷물을 담고는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 그것을 허물고 도망가며 까르르 웃음보를 터트리는 큰 아이의 맑은 웃음에 우리는 마냥 행복했습니다.

밤바다에서 땅파며 놀기 ⓒ 장봉수

우리네 가족이 자리 펴고 누으면 딱 좋을 만큼 크기의 방에서 모처럼 한가족이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그마한 방에서 아파트로 이사한 후 아이들을 따로 재웠기 때문에 지난 여름 휴가이후 모처럼 만에 한 방에서 꿈나라로 동행하는 것이라 아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워하며 무서운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는데,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어서 '옛날 옛날에'를 몇 번 반복하니 여행 첫 날의 일정이 버거웠는지 가벼운 코골이를 하며 꿈나라로 가버렸습니다.

'콜 콜 콜'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잠도 달아나게 해주는가 봅니다. 부스스 눈을 떠보니 5시30분. 가볍게 맥주 한 잔을 마셨고 어제의 일정이 그리 녹록치 않았는데도 신 새벽의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든지 평소보다 무척이나 일찍 잠자리를 박차고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어제의 어둑한 느낌과는 다르게 거기에는 또 다른 시원한 바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닥을 보니 어제 밤에는 보지 못했던 숱한 조개껍질이 깔려있더군요.

'승봉도에는 조개가 많다더니.'

우리 아이들은 친할머니와 아빠를 닮아서인지 무엇을 잡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거든요. 민물로 놀러 가면 혹시 바닥에 민물 다슬기가 있지 않나? 송사리 떼가 지나가지 않나? 등등

'승봉도'행 여행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에서 이곳저곳을 뒤적이다보니, 승봉도에는 조개, 게, 우럭 등이 많다고 하여 꽤나 기대를 하며, 조그마한 모종삽도 준비해 갔거든요.물론 조개구이도 해먹자고 하며.

아이들도 여행의 흥겨움과 설레임으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우리 가족은 서둘러 아침을 지어 먹고 다시금 바다로 향했습니다.

신나는 물놀이 ⓒ 장봉수

매년 동해로만 여행 일정을 잡고 서해는 강화도를 빼고는 처음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바닷물은 탁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헤엄치며 놀기에 적당한 깊이의 바다였고, 사람들도 동해의 북적임보다는 적당히 흥에 겨울 수 있는 정도의 숫자만이 즐거운 물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준비해간 튜브에 바람을 넣고 우리 모두 바다로 뛰어 들었습니다. 어른이 뛰어 들기에는 다소 차가운 바다였으나 아이들은 신바람에 입술이 파래지는 것도 모른 채 흥겨운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수영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이라서 튜브를 이리 저리 끌어 주며 놀다보니 힘에 부쳐 물놀이는 잠시 쉬면서 조개를 잡기로 했습니다.

'승봉도'에는 이일레라는 해수욕장이 있는데,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왼쪽으로 대 여섯 명의 사람들이 조개를 캐고 있는 것이어서 준비해간 호미를 꺼내들고 커다란 통 하나로 채비를 마치고 땅을 열심히 파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느 것이 조개고 돌멩이인지 구분이 안 갔는데 쪼그리고 앉아 두 눈 부릅뜨고 땅을 헤치다 보니 하나 둘 조개가 살포시 숨쉬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났죠.

조개를 캐 볼까? ⓒ 장봉수

여기 파고 저기 파고 아빠 옆에서 자랑하듯이 파내고 , 엄마 옆에서 또 하나 파내고. 기대보다도 조개는 꽤 많더군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주변에 배 두척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흘러나왔는지 땅의 일부에는 기름이 배어 나와 냄새가 심하게 나더군요. 적어도 그곳만큼은 청정지역으로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혹시 '기름 유출 등의 사고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동네 분에게 여쭈어 봤더니 그런 적은 없고 짐작한 대로 배에서 일부 유출된 것이 아닌가하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조금씩만 서로 조심한다면 더욱 쾌적한 휴식공간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오전부터 뛰어 놀다 보니 모두 허기가 져서 준비해간 라면과 과일로 점심을 맛나게 먹고 우리네 가족은 이일레 해수욕장 해변에서 축구시합을 하였습니다. 큰애가 아빠하고 한편이 되고 싶다고 해서, 둘째가 엄마와 한 팀을 이루어 '아이스크림 내기'를 하였습니다. 해수욕장의 모래는 단단하여 물이 빠져나가면 차를 운행해도 될 정도여서 훌륭한 축구장이 되었답니다. 섬에서 맞는 이틀이 그렇게 흥겹게 지나갔습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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