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모로서 국방예산 증액 반대한다

장애인에게는 교육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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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용(in85)등록 2003.08.27 11:32

장애인 교육예산 확대 요구를 전국화한 '장애인교육권연대'의 전국 순회투쟁 ⓒ 장애인교육권연대

갑자기 전국순회투쟁을 진행한 것은 장애인 교육의 실천 근거인 특수교육 신규예산에 대한 삭감조치 때문이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7월 교육부가 올린 2004년 특수교육 신규예산 273억원에 대해 두 차례 심의에서 전액 배제함으로써 당초 참여정부가 약속하였던 <특수교육 5개년 발전계획>을 실천할 의지가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국가예산은 우선순위에 따라 심의되는게 원칙이라고 들었다. 사회적 약자중의 약자인 장애아동의 교육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예산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면, 도대체 우선되는 예산이란 어떤 것일까? 이 대답을 듣기 위해 장애인교육권연대 대표들은 기획예산처 담당국장을 면담했었다.

담당국장은 "우리도 장애학생 교육예산이 절실하다는 걸 알고 있고 지원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동안 없던 예산을 국고로서 배정할 명목이 없다. 기획계산처에만 요구하지 말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국고는 안되고 지방 교육재정으로 알아서 하라는 말이다.

지방 교육재정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재정이 취약한 지방일수록 장애아동 교육권을 방기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인데 이는 얼마나 기만적인가? 또한 그 관료는 장애인 교육예산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기획예산처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속내도 드러냈는데, 국가예산 배정에 무언가 꿍꿍이가 존재한다는 무책임하고 엄한 소리가 아닌가!

그렇다. 노무현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는 '국방예산 대폭증액' 이라는 꿍꿍이가 있었던 것이다. 국방부가 내놓은 천문학적인 국방예산 28%(5조원) 증액안이 바로 그것이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주국방'이라는 요즘 흔치 않은 말을 내뱉더니 기획예산처 장관이 3조원 정도는 증액이 가능하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다. 이대로 라면 국방예산은 17.4조원에서 최소한 국방부가 수정 제출한 20.5조원 수준으로 무려 18%나 증액되고 말 것이다.

국방예산은 과연 절감될 부분이 없고 군축의 여지는 없는가? 게다가 남북협력을 내세우는 정부가 군비증강을 통해서만 자주국방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게 설득력이 있는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군산복합체의 충실한 대변자인 부시 정부 가랑이를 기더니 세계 미사일방어체제(MD)를 받아들이고 미국 미사일을 사는 데 수조원을 쏟아 부으려는게 아닌가?

이에 2004년 국방예산 증액 시도가 사회복지예산 삭감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26일 사회단체들은 국방예산 증액에 반대하고 사회복지예산 확충을 요구하며 기획예산처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하였다. 사회복지 예산을 삭감하고 국방예산 만을 대폭 증액한다면 아마도 내년 노무현 정부는 '아노미' 상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8월 18~24일 일주일간 장애인교육권연대 순회투쟁단은 전국 10개 시도를 돌며 장애인 교육예산 삭감조치에 대한 학부모들의 분노를 몸으로 느꼈다. 모든 지역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몰려나와 분개했으며, 지지와 성금을 보내주며 함께 싸우겠다고 결의하였다. 학부모 대중과 지역 장애단체, 교사단체가 자발적으로 연대하였고, 경남, 부산, 대구, 광주에서는 지역 '장애인교육권 연대' 가 결의되었다.

장애인 교육인권을 도둑질하는 국방예산 증액에 반대한다. 정부가 장애아동의 교육인권을 실천할 의지가 없고 장애인권에 반하는 정책을 일관한다면, 우리가 그 정부를 지킬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아동들이 기본적인 교육도 받지 못하고 어떻게 평생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 아이들의 생명이 죽어 가는데... 부모들이 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내년 '장애인 교육예산'이 그대로 삭감된다면, 장애아동 학부모들도 '국방예산 반대운동'에 나설 수 밖에 없다. 또한 무능하고 실천의지가 없는 관료들에 반대하여 '특수교육 개혁운동'을 조직할 수 밖에 없다. 필자는 생업을 포기하고서라도 전국을 다니면서 학부모들의 분노를 조직하려고 한다. 싸워서 우리 힘으로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자고 호소하려고 한다.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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