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자가 본 대구U대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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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재(just2348)등록 2003.08.27 18:18
보수단체의 잇단 시위와 북측기자단과의 충돌로 이상기류가 흐르던 대구U대회. 하지만 북한 선수단을 응원하며 미녀응원단과 만나길 기대한 아리랑 응원단 대학생 20여 명은 지난 26일 예천 진호 양궁장을 찾았다.

이들이 양궁장을 찾은 건 벌써 3번째. 북측 미녀응원단과 함께 응원할 수 있으리라는 바람 하나로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예천 진호 양궁장 관중석 한켠에서 한반도기를 휘날리며 응원을 보냈다. 당초 미녀응원단은 남·녀 개인전 예선이 벌어지는 25일, 26일 양궁장을 찾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저런 불협화음으로 북측응원단을 “이곳 예천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를 접어야 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속된 양궁경기에서 보기 좋게 남·북 여자양궁 대표팀이 우수한 성적으로 4강에 올랐다. 전날 여자 개인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북측 선수단의 어두운 분위기와는 달리 오늘(26일)은 자신들을 응원해준 ‘아리랑 응원단’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뿐만 아니라 직접 응원석 가까이 다가와 준비해온 뱃지를 나눠주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기장 한 복판에서 북측 선수·임원진과 남한 학생들이 어울리는 모습에 취재를 위해 찾은 여러 사진기자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으며, 관중들도 서서히 아리랑 응원단이 있는 응원석으로 모여들었다.

아리랑 응원단으로 참가한 김영대(안동대·국어국문2) 학생은 “뜻하지 않은 북측 선수들의 반가운 인사와 선물에 나도 모르게 흥분했다”며, “우리들의 작은 힘으로 남아 북측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기뻐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본 이상태(문경시·77) 할아버지는 “나이 많은 우리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이렇게 젊은이들이 모여 같은 동족끼리 응원하고 함께 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전했다.

한동안 계속됐던 남북의 만남은 양궁경기가 끝난 해질 무렵 그만둬야 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컸던지 아리랑 응원단은 북측 선수·임원진이 떠나는 버스 앞으로 몰려가 손을 흔들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에 북측 선수들도 창문 커튼에 가렸던 자신의 모습을 내비치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러한 모습은 경호를 위해 버스를 둘러싼 안전요원과 경찰들에게도 전해져 훈훈함이 더해 졌다. 결국 모레 준결승전이 열리는 이곳에서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며 이들은 발걸음을 돌렸다.

비교적 짧은 만남이었지만 남한 시민·학생들과 북측 선수들의 우정어린 모습은 분명히 그 어느 경기와 행사보다 흥미 있고 가슴 뿌듯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만남도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안타까운 마음은 더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또다시 좋지 않은 뉴스를 접했다. 그 내용은 ‘일부 종교 단체의 북한 비방, 북측 응원단 숙소에 불순분자 침입 등…’이었다. 조금 전 북측 선수·임원단과 “모레 다시 만나자” 약속을 했건만 또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살기 어렵다는 요즘, 그나마 즐거운 뉴스의 하나였던 북측 손님들의 소식이 이젠 더 이상 국민들에게 즐겁지 않은 소식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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