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라크 의료지원 브로커에 속았다"

김 목사 글로벌 케어 가짜 의회와 양해각서 체결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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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xs4444)등록 2003.08.30 13:35

이라크 사다르시 의료지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사랑의 오아시스'의 김동문 목사 ⓒ 김경호

이라크 의료지원에 나선 경기도와 '글로벌 케어' 5차 의료지원단이 이라크 현지에서 미군정 브로커에게 속아 이라크 사드르시의 가짜 의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의약품과 방역장비 등을 넘겨준 것으로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 선교사에 의해 드러났다.

미군정 브로커는 이 의약품을 가짜 의회를 통해 전달받아 병원과 보건당국 등에 전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밝혀져 경기도의 의료지원 활동 취지가 무색케 됐다.

요르단에서 활동하고 있던 선교사들이 이라크 구호활동을 위해 만든 '사랑의 오아시스' 소속 김동문(41) 목사는 29일 오후 3시 경기 경실련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라크 현지에서 벌어진 경기도와 글로벌 케어 5차 의료지원단의 의료지원 활동 실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김 목사는 "글로벌 케어가 현지에서 의약품과 방역장비를 전달한 곳은 사드르시의 의회가 아니라 미군정의 자문기구였다"며 "미군정 브로커에게 의약품과 장비가 전달되는 바람에 현지 병원과 보건소 등에는 의약품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글로벌 케어측이 가짜 의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의약품과 방역장비를 전달하는 것을 반대했다가 거절당했다"며 "가짜 의회일 우려가 있어 검증절차가 필요하다며 현지 경찰서장과 종교지도자 등의 입회하에 양해각서를 체결하자고 주장했지만 이도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케어 5차 의료지원단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기도와 글로벌 케어에서 보도자료를 내겠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29일 오후 3시 경기경실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라크 의료지원에 대한 문제점을 밝혔다. ⓒ 김경호


이라크 사르드르시의 현지 실태

"경기도와 글로벌 케어가 사드르시 시의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하는 주장하는 시의회는 의회가 아닌 자문위원회(Advisory Council)이다."

조직 이름도 '자문위원회'로 돼 있고 이 기구의 대표인 무한나드는 대표로 전권을 가진 '의장(Representative)'이 아닌 회의 소집시 사회를 보는 '의장(Chairman)'이 더 적절하다는 게 김 목사와 현지에서 의료지원을 벌이고 있는 단체의 판단이다. 이라크 현지인 조차도 이들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이라크 현지에서 미군정은 주민 스스로 투표에 의해서 의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이를 인정하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사드르시의 경우 미군정 브로커인 하이다르가 41명으로 구성한 자문위원회와 이 단체의 의장인 무한나드를 미군정으로부터 인준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주민들이 스스로 선출한 DAC(구단위 자문위원회)는 하이다르가 무한나드를 앞세워 만든 자문위원회를 해체하고 미군정이 주민의 선거로 이뤄진 DAC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항의 집회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 목사는 "미군 CPA 산하 CMOC의 사드르시 담당자인 채프만 소령도 무한나드는 회의를 이끄는 의장일 뿐이라고 밝혔다"며 "미군정에 의해 임명된 아미드 알리 경찰서장도 자문위원회의 권한에 대해 책임성 있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사드르시 자문위원회와 글로벌 케어, 경기도의 양해 각서 체결도 회의를 통해 결의하지 않았고 임의적으로 하이다르에 의해 자문위원회 대표 몇 사람이 참석해 양해각서를 교환했다"며 "이날 행사장에 나오지 않은 자문위원회 구성원들은 어떤 측과 어떤 성격의 양해각서 교환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필요한 곳으로 가지 못한 의약품

김 목사는 이라크 현지 실정을 설명하면서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 김경호

7월 21일 오후 사드르시내 사담후세인의 정당인 바트당의 당사 안. 이날 이 자리에서는 경기도와 글로벌 케어, 사드르시의 자문위원회가 양해각서 조인식을 가졌다.

글로벌 케어 5차 의료지원단장은 무한나드 등에게 상징적인 의미로 일부 의약품과 방역장비 1세트를 전달하고 사진촬영도 가졌다.

당사 밖에서는 총소리가 나서 미군이 작전대열를 갖추고 있었다.

7월 22일 글로벌 케어 팀은 직접 전달하지 못한 의약품 60여 박스와 방역장비와 사드르시 한 단체에서 보관중인 모든 방역장비와 약품 등을 사드르시 자문위원회가 인수해 갈 것이라는 말만을 '사랑의 오아시스' 관계자들에게 남기고 암만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의약품과 방역장비를 인수하는 날의 상황은 달랐다. 7월 23일 오전 글로벌 케어 5차 의료지원단이 머물고 있던 숙소 자흐라틀 칼리지의 건너편 바그다드 시내 한복판.

미군이 추천한 통역요원 하이다르와 이라크 어린이 지원 NGO인 'Saving the Children of lraq'은 약품 60여 박스를 인수해 갔고 방역장비는 남겨두고 갔다. 그리고 다음날인 7월 24일과 7월 25일 이 단체는 사드르시 자문위원회에 기증했다고 알려진 물품들을 임의적으로 처분했다.

이 단체는 24일 단체 사무실 주변에 위치한 사둔경찰서와 전력공사 일부 관계자들에게 의약품을 분배했고 25일 자체적으로 어린이 진료활동을 벌이면서 동네 주민들에게 의약품을 임의적으로 분배했다.

전체 제공된 물량 가운데 일부는 사드르시의 6개 구의 하나인 다킬 구역의 한 동네를 비롯해 몇몇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전달된 물품은 설사하는 어린이용 전지분유와 구충제, 위장약 등이었다.

사드르시내에는 4개 종합병원과 17개소의 보건소가 있다. 글로벌 케어는 이 가운데 모자병원과 추와디르 병원으로 60여 박스의 일반 의약품과 특수 의약품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자문위원회도 추와디르 병원과 까디씨예 병원으로 기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aving the Children of lraq'의 아부 하니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8월초 추와디르 병원측은 자문위원회로부터 극히 소량의 수술용품만을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수술용품은 지난 21일 양해각서 조인식 당시에 글로벌 케어측이 자문위원회에 전달한 일부 의약품인 외과용 수술도구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 목사는 "모자병원에서는 의약품을 전달받은 사실이 전혀 없어 확인 각서까지 써줬다"며 "의약품이 필요한 곳은 병원과 보건소인데 의약품이 임의적으로 처리돼 적절하게 사용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약물 오용이나 남용 문제 심각

"소화제 베스타제는 몸을 튼튼하게 해주는 약으로 오해받고 있다."

"구충제는 한 달에 한 번 먹는 약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이라크 현지 사르드시에서는 의약품이 임의적으로 분배되는 바람에 약물 오용이나 남용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부 의약품은 한글로만 돼 있는 것도 있고 영어로 표기돼 있는 경우도 일반인들은 영어 처방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이 때문에 일반인들은 의사나 약사의 처방이나 지도가 없이 임의적으로 분배된 의약품을 일반인들은 지식이 없는 상태로 오·남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목사는 "의약품이 병원이나 보건당국으로 들어가지 않고 일반인에게 분배돼 약물의 오·남용 사례가 많고 사용용도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인들은 타이레놀 어린이용을 가래를 삭히는 약으로 오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자는 방역장비 중단된 방역활동

3차 의료지원단 활동 당시 도난됐던 방역장비는 4차 의료지원단 때 '사랑의 오아시스'와 현지 종교 지도자들에 의해 결실을 맺었다.

이들은 장물시장까지 뒤져서 방역장비를 찾아냈다. 하지만 방역장비를 찾은 이후에도 방역활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5차 의료지원단 때 사드르시 자문위원회로 서류상 넘겨졌고 현재는 도난전부터 보관중이던 '알아흐라르' 단체의 창고에 보관돼 있다. 현재 이 단체는 노즐 문제로 사용이 불가능한 차량용 분무기 2세트와 휴대용 연막기 6대를 보관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케어측으로부터 인수받은 자문위원회는 이 방역장비를 찾아가지 않고 있다. 반면 'Saving the Children of lraq'가 의약품과 함께 받은 방역 관련 소모품인 3상자 분량의 방역복 40벌, 마스크 50개들이 5박스, 목장갑 160짝 등은 임의적으로 처분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방역용 장갑은 이 단체에서 어린이용 겨울철 장갑으로 이해하고 있을 정도다.

김 목사는 "현지 주민들은 방역장비가 보건당국에 전달된 게 아니라 창고에서 잠자고 있어 방역활동을 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당초 주민, 종교지도자 등과 방역활동을 준비했던 현지 단체인 '알아흐라르'에게 방역장비가 전달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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