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때문에 쫓겨나지 않기 위해 싸우시는 여러분! 꼭 승리하시길 바라무니다."

일본 도쿄 평화위원회 20명, 팽성읍 대추리 방문, 종이학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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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한(pcdskorea)등록 2003.10.05 10:35

"미군기지 때문에 더 이상은 쫓겨나지 않고 싶어하시는 여러분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는 심정으로 우리 일본 사라무들이 일본에서부터 종이학을 접어서 갖고 왔스무니다." 대추리 노인정에 들러 종이학을 선물하는 일본 도쿄 평화위원회 평택 방문단 일행 ⓒ 김용한

얼마 전 대추리를 방문한 겐슈이쿄와 자매 관계에 있는 일본 도쿄 평화위원회 소속 평화 운동가 20여 명이 10월 4일 오후 2시 독립기념관을 거쳐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를 찾았다.

오키나와의 작은 섬 미에코지마와 본토 도쿄 가나가와 현 같은 곳에서 미군기지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용산미군사령부, 동두천 의정부 미2사단의 평택 이전 때문에 이번에 4번째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는 대추리를 찾아 "여러분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빈다"며 기념품으로 종이학을 선물했다. 종이학은 일본 동화작가 사다꼬의 반전반핵 동화에 '종이학 1천마리를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 나온 뒤부터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소원을 비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상징물이다.

안도우 다케시 단장이 대표 인사를 통해 대추리 주민들에게 "일제의 침략에 대해 사죄하며, 특히 여러분이 맨 처음 쫓겨나신 것이 일제 때 일본군 기지를 만들 때부터였다는 점에 대해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모자를 벗으며 정중히 인사를 하자 모자를 쓴 참가단원들 모두 같은 자세로 인사를 했다.

"일본놈덜이.. 아이, 참 미안합니다. 입에 배서.... " 하며 껄껄 웃던 대추리 어른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은 도쿄 평화위원회도 역시 "일본놈덜"로 구성돼 있다. ⓒ 김용한

바쁜 추수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김지태 이장을 대신하여 환영인사를 하던 83세의 봉원천 전 노인회장은 "우리가 맨 처음 쫓겨난 건, 일제 때 일본 놈덜이 ...." 하다가, "아, 참, 죄송합니다. 일본놈덜이 입에 배서" 하며 껄껄 웃느라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일제 때 화성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는 요시다 씨는 한국말을 알아듣고 바로 웃음을 터트렸고, 통역을 통해 내용을 알아들은 다른 일본인들은 "다이죠부테스, 이이데스"(괜찮습니다)를 연발하며, 함께 웃었다.

도쿄 평화위원회가 대추리 방문을 마친 뒤 찾은 "평화의 논"은 황구지리 들판에서 가장 먼저 추수를 한 상태였다. ⓒ 김용한

대추리 방문을 마친 이들은 서탄면 황구지리 앞에 있는 "평화의 논"을 찾아, 추수가 제일 먼저 끝난 평화의 논에 꽂혀 있는 깃발과 현수막을 바라보며, "오키나와에도 한평반전지주회가 있다. 연대할 생각은 없냐?" "미군기지 확장될 때까지 여기서 농사를 지을 수 있고 그 다음부터는 여기 우리가 서 있는 땅이 미군기지가 되는 거냐?" "여기 평택에서는 미군기지 임대료로 얼마나 받냐?" "여기서 농사 지은 쌀은 어떻게 쓸 거냐?"는 등의 질문을 던지며, 굉장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가능한 한 10월 31일 평택역 광장에서 열릴 미군기지확장반대 범국민궐기대회에 몇 명이라도 다시 와서 참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다짐한 뒤 숙소가 있는 서울로 향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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