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정씨의 하이파이브

계산된 연출인가

검토 완료

박동균(caupark)등록 2003.10.05 16:28
해양수산부 장관 최낙정씨가 재임 2주만에 경질되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장관직에서 해임당한 자가 이임식에서 송별하는 직원과 하이파이브를 연출한 것이다. 보통 이럴 때에는 하이파이브대신 악수를 하며 그간의 노고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는것이 상례이다. 그런데 그는 활기찬 모습으로 손바닥을 쳐 올린 것이다. 마치 떠나가는 입장이 아니라 입성하는 장관처럼 보였다.

그런 최장관의 속내는 어떨까. 기자의 눈으로 보건대 최장관이 짐짓 그런 연출을 했다고 본다. 불과 14일간이지만 그로서는 소임(?)을 다하고 떠난 것이다. 그가 그동안 한 일이란 장관 소임보다 노무현 시대의 공동연출을 감행해 본 것일지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은 틈만 나면 튀는 발언으로 사회분위기를 잡아 나갔다. 그가 그런 말들을 내 쏟는 것은 결코 가벼워서도 아니고 튀고 싶어서도 아니다. 물론 그의 스타일이 본디 꾸밈이 없다고 하지만 그는 그것을 십분 이용하여 이 사회의 지나친 가식과 권위를 없애고 모두가 평등한 가치관을 갖게 하고자 하는 것이었을것이다.

이창동씨가 노타이 차림으로 국무회의 참석하는 것이라든지 유시민씨의 노타이차림 국회등정은 다 그러한 연장선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작금의 참여정부는 출범 초부터 기존의 시각으로 보면 파격의 연속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물줄기를 끌어 안고 그 물꼬를 과감히 틀고 있는 것이다. 형식과 권위의 틀을 깨기 위해서는 언제나 혼돈이 수반되기 마련이지만 어느 사이엔가 우리사회는 이러한 분위기속에 들어와 있으며 알게 모르게 적응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최낙정씨도 그 와중의 한 가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생들이 제복을 입고 다니며 가식의 행렬에 앞장섰던 적이 있었다. 사복을 입어도 학교 뺏지를 달고 다녔다. 대학끼리도 뺏지를 보면 서열을 알 수 있어서 일부 대학생들은 아예 뺏지를 달지 않고 다녔다. 그러나 뺏지를 달지 않는 움직임이 한번 확산되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모두들 동참했다. 그리하여 대학간의 구별도, 공돌이 공순이라 비하되던 직장 청소년들과의 경계도, 그렇게 허물어 갔던 것이다.

현재 대통령을 가리켜 미스터 노라고 모든 국민이 지칭할 수 있게 된 마당에 앞으로는 과거회기적으로 돌아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형식적이고 권위의식만을 갖춘 자가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될 수 없을 것이고 차기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미 시대는 시위를 벗어난 활처럼 도도히 격류를 타고 흐르고 있어 과거로는 결코 돌아 갈 수 없게 되었다.
이렇듯 현 정부는 알게 모르게 국민들 머리속에 탈 권위주의를 심어주고 있다. 기자가 보기에는 이 점만큼은 현 정부가 의도한 바 대로 나가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제2의 최낙정이 또 어딘가에서 돌출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연출자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배우는 무대를 망칠지 모른다. 이제 노대통령의 의도는 최낙정식 무조건 돌쇠형 스타일이 아니라 서서히 상황을 파악하면서 나아가는 스타일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좌충우돌적인 면에 비해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굵은 선이 있고 잡가지가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낙정씨는 14일만에 끝나길 잘했다. 그 동안 그가 계산된 연기를 했다면 그의 연기는 그로써 충분하다. 그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단, 장관이라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연기는 그렇게 한번으로 족하다. 그 자리는 연속해서 연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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