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술지역 단독 구호사업 펼친 한비야 "파병하면 나는 모술로 못 돌아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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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sol)등록 2003.10.17 20:59
지금 한국사회는 이라크에 전투병을 파병하느냐를 놓고 찬반양론이 뜨겁다. 파병할 경우 예상주둔지인 모술지역의 상황은 파병결정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다. 정부가 주관한 현지조사 조사단은 모술지역의 치안상태가 나아지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그 조사가 불성실한 조사였음이 드러남에 따라 모술지역의 상황에 대한 갖가지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사이버참여연대에서는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라크 모술지역에 3개월 동안 머물렀던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을 만나 모술지역 상황을 직접 확인했다. 편집자 주

모술지역 치안상황부터 물었다.

"모술지역이요? 긴급구호팀들마저 철수하는 상황입니다. 긴급구호요원이라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도 구호를 위해 뛰어드는 사람들이잖아요. 불이 나면 모두 대피해도 소방수는 불길로 뛰어드는 것처럼 긴급구호요원들도 다들 피신하는 구호현장에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사람들인데, 이들이 철수할 정도라면 정말 위험한 것이죠. UN은 700여 명 중에서 20여 명만 남기고 철수했고 국제적십자도 직원들을 철수시킨다고 들었어요. 옥스팜(Oxfarm)이라는 큰 구호단체도 철수할 계획으로 알고있고. 우리도 인원을 축소했잖아요. 상황은 좋지 않아요. 이번 월드비전의 모술 긴급구호사업일은 최소 12명은 있어야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한 팀을 꾸릴 수 있는데, 결국에는 제가 나오던 8월 말에 4명만 남기고 모두 철수했어요. 비상상황시 한 차로 철수할 수 있으니 4명이 남은 것이죠. 남은 이들은 현지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 바로 지금도."

구호라고는 하지만, 연일 사상자가 생기는 전쟁터다. 3개월 동안의 생활에 대해 물었다.

"예전에 세계일주할때는 이라크에 못 갔어요. 백방으로 노력했는데도 비자가 안나오더라구요. 드디어 이번에 89번째 나라로, 여행가가 아닌 긴급구호팀장으로 이라크에 가게 된거죠. 저는 고대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이나 바그다드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고 그러니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의 대상이었죠. 그런데 가보니까 난리가 아닌거예요. 치안이 안좋아서 매일매일 무슨 일이 생기는 거예요. 학교정수기 안에는 폭탄이 들어있죠. 그럼 영국폭탄제거반에게 부탁해 폭탄을 제거하죠. 우물 파는데 쓰는 펌프를 누가 훔쳐가서, 그걸 잡으러 가야하기도 하고. 또 공사하다가 사람들이 다치기도하고 아무튼 매일매일 무슨 일이 생겨요.

그뿐이 아니죠. 3개월 동안이 이라크의 여름이었는데 평균 53도가 넘는 날씨였어요. 저녁에 샤워기를 틀면 컵라면을 익혀 먹을 만큼 뜨거운 물이 나와요. 그게 낮동안 지붕 위 물탱크에서 달궈진 거죠. 그 물을 받아서 식힌 다음에야 샤워를 할 수 있죠. 에어콘은커녕 선풍기라도 돌릴 수가 있나, 전기가 없잖아요. 그런데 방탄조끼를 입고 다니니 온몸은 땀띠죠. 따가워서 잠을 못자요. 너무 더워서 잠은 아예 안와요. 또 벽은 너무 뜨거워서 닿을 수도 없고. 잠깐만이라도 더위를 식힐 수가 없어요. 거기에 한국과 연락하려면 시차가 안맞으니 더 잠을 못자고, 그래서 제가 병이 난 거에요."

지금 한비야 씨는 극심한 탈진현상으로 인해 안면근육 마비되기까지 했다. 한국에 돌어온지 한달도 더 지났지만 아직 완치되지 못했다. 인터뷰를 시작한지 30분가량이 지나자 벌써 얼굴 한편이 굳어지는 증세가 나타났다. 굳어가는 뺨을 손으로 잡고 그녀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정부가 파견한 이라크 현지에 대한 1차 보고서에는 모술지역의 치안이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담겨있다. 조사보고서를 한비야 씨에게 읽어보라고 건네주었다. 한참동안 꼼꼼히 읽은 후 답했다.


"이 조사보고서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지고 작성했겠지만요. 제가 보기에는 지금 우리군이 전투병으로 파병된다면 이 보고서에 적힌대로 '군사작전보다 치안유지 및 재건지원에 집중'할 수는 없을 거예요. 적어도 모술지역에서는요. 원래는 점령군이 그 지역의 치안유지를 담당하잖아요. 우리같은 구호단체들의 안전도 챙겨야하구요. 그런데 지금 점령군은 그 역할을 못하고 있어요. 누구든지 알테고 자기들도 시인할 거예요. 점령군 대부분인 미군에 대한 이라크의 반연합군세력의 공격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요. 미군들은 그에 대응하기 급급하죠. 주민들 치안유지와 재건지원보다는 자기 안전유지가 더 급하다는 느낌을 줘요. 미군들은 그야말로 자기코가 석자예요. 자기들 치안이 너무너무 급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치안에 신경쓸 경황이 없는거죠. 그래서 결국 우리같은 인도적 구호단체는 물론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죠. 긴급구호팀으로 현장에 가면 통상적으로 그 지역 점령군이나 유엔의 안전브리핑을 받거든요. 우리가 일일이 안전상황을 꿰뚫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유엔의 물자창고 등을 같이 쓰는데, 이번 모술의 경우는 반대였죠. 유엔 물자창고에 불이 나고 총알이 날아드는 상황이니까요."

현실적으로 미군이 치안유지를 전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죠. 자기들 치안유지가 너무나 급하거든요. 미군 스스로가 이라크내 반연합군세력에게 극도로 긴장해 있어요. 그로인해 반연합군 세력의 습격에 오히려 과잉반응해 더 큰 불상사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지경이예요. 정찰을 한다는 패트롤카들은 쏜살같이 달려요. 정찰을 하려면 천천히 달리면서 주변을 살펴야하잖아요. 미군들에 대한 공격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거든요. 우리도 모술에 사무실이 있기는 한데 3주일인가 전에는 모술 시내에 공격이 있어서 아예 직원들이 중요한 문서들을 챙겨 근처의 아르빌이라는 도시로 대피했죠. 제가 있을때만해도 위험해도 하루정도 있다가 돌아오곤 했는데 그 후에는 일주일이나 있어야 모술로 되돌아 온 것을 보면, 상황이 좋아진다고 볼수는 없는거죠. 제가 있는 3개월동안만 보더라도 미군에 대한 공격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치안 및 질서유지 재건유지에 주력할 수 있을까? 적어도 모술에서는 지금 당장은 어렵다고 봐요."

본 기사는 사이버참여연대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부분 발췌한 것입니다. 기사전문은 http://www.peoplepower21.org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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