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전동차 사고 '무면허 시운전' 의혹 제기

무면허 시운전 확인시 '국제적 신인도 악영향' 예상

검토 완료

김호경(kimuk)등록 2003.10.22 20:28
전동차 전문 제작업체인 창원 소재 (주)로템에서 시운전 중이던 전동차가 회사 담장을 들이받고 튀어나와 대형 사고를 초래할 뻔 했던 사고의 원인을 놓고 회사측과 일부 전문가간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회사측은 시운전자가 졸았던 탓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이 회사와 직·간접으로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한 전문가는 "정규 기관사 자격이 없는 무면허 직원이 시운전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사고당시 시운전을 한 직원은 기관사 자격 취득 여부에 대해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어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자칫, 이 회사는 물론 한국 기업의 국제 신인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전동차 탈출 미수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전동차는 달리고 싶었다(?)

지난 16일 오후 4시경, 전동차 한 대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창원 대원동 대우자동차 서비스센터 뒤편 (주)로템의 담장을 박차고 튀어나오는 사고가 발생해 이곳을 지나던 운전자와 행인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L(여·45)씨에 따르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전동차가 담장을 통과해 길 밖으로 튀어 나왔다"며 "탑승해 있던 운전자는 곧 바로 탈출했으며, 전동차는 계속 전진하려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황급히 뛰어 나온 직원들이 전동차 지붕에 올라가고 얼마 후 전동차의 움직임이 중단됐다"고 덧붙였다.

사고가 발생하자 회사측은 "운전자가 잠시 졸았기 때문에 제동 시기를 놓쳐 발생한 사고로 기술적 결함이 원인은 아니다"며 직원을 동원해 담장 밖으로 튀어나온 전동차를 푸른 천막으로 가렸다.

이튿날 지역 일간지는 사고 현장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고, 일부 신문사는 시운전한 직원의 이름을 '김모씨'로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된 직원의 이름은 김모씨가 아닌 J(47)씨로 밝혀졌다. 또한 졸음 운전에 의한 사고라는 회사측의 설명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전동차 운전자 '무면허(?)' 의혹 제기

익명의 제보자는 졸음 운전 때문에 담장과 추돌했다는 회사측의 설명은 논리상 허점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시운전자는 전동차 내부에 장착된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신호사령의 지시를 따라 시시각각 컴퓨터를 통해 문의 개폐 상황이나 속도 등 전동차의 기능을 체크하는 등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타이트'한 환경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졸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사고 당시 전동차를 운전한 J씨가 정규 기관사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조작 미숙에 의한 사고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수천 수만명의 생명과 직결된 전동차의 중대한 결함이나 성능을 최종 점검하는 과정인 시운전을 면허증도 없는 사람에게 맡긴 것은 중대한 과오"라며 "발주처인 그리스 아테네시가 알았다면 당장 크레임을 걸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전동차는 오는 11월 1일 그리스 아테네시로 출고될 예정이었다.

J씨 면허 보유 유무 '노 코멘트'

이날 사고 전동차를 시운전한 J모씨는 1년 5개월여 전 시운전팀에 배속받아 출고 직전의 전동차 시운전을 담당해 왔으며, 이전에는 중화기 사업부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렵사리 취재팀과 연락이 닿은 J씨는 "기관사 자격증이 있느냐"는 취재팀의 질문에 "알아서 뭐 하느냐. 어디 신문사라고 했느냐. 할 말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으며, 수차 재접촉을 시도했으나 끝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회사 홍보실, "우리는 모르는 사안"

한편 시운전자의 기관사 자격 보유 여부에 대해 (주)로템 홍보실 김신구 과장은 "관리팀에서는 잘 모르는 사안으로 시운전팀 염모 과장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취재팀은 21일과 22일 양일간 염 과장에게 십 수차례 전화를 걸고 주변 직원에게 메모를 남겼으나 끝내 연결되지 못했다. 사고 전동차는 1편성 6량으로 이날 사고로 출고 기일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로템측은 모 신문사 기자에게는 "6개월간 시운전을 담당한 직원에게 자체적으로 기관사 자격을 부여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행 기관사 자격증은 8년간의 실무 경력을 쌓은 자에 한해 12주간의 철도 연수원 과정을 이수한 후, 필기 및 실기 시험에 합격해야 만이 취득할 수 있으나, J씨는 이러한 과정을 이수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창원 중부경찰서는 이날 사고에 대해 회사 관계자를 불러 사고 원인 등에 대해 조사를 펼치고 있다.

시운전은 차량의 결함 발견 등 출고 직전의 단계로 엄격한 검사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운전자는 전동차의 상태를 귀와 눈과 감각으로 탐색하는 베테랑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회사 관계자도 이견이 없다.

만약 사고 전동차를 시운전한 J씨가 정규 기관사 자격증도 없이 시운전을 했다면 지금까지 쌓은 국내는 물론 국제 신인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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