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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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기(chungwol)등록 2003.10.27 11:47
노동자의 분신이 이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의 이용석씨가 분신을 해서 현재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서 세원테크 지회 이해남 지회장이 분신을 기도해서 중태에 빠져 있는데 이와 같이 노동자의 연이은 분신은 노동 배제적인 정치 체제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다.

정치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한국의 정치는 이미 그 절반의 기능은 마비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의 정당은 시민 사회 내에서 이뤄지는 복잡한 이해 관계를 조율하면서 갈등을 최소화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공공 복리와 무관한 정파 사이의 쟁투는 항상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불필요한 영역에서 갈등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필요도와 정치적 갈등 정도는 비대칭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 한국 정당 정치의 현 주소다.

시민 사회 내에서의 갈등은 항상 치열하게 발생하면서 정치권의 역할을 필요로 하지만 일상적으로 보면 정당 사이의 갈등은 대단히 소모적인 정략적 성격을 띤 경우가 많다. 그나마 총선이나 대선과 같이 대형 이벤트가 발생한 경우에는 각 당의 정책적 차이가 부각되어서 잠재되어 있던 지지자들의 결집이 이뤄지게 되는데 일상적 정치와 선거 국면에서의 정치 사이의 텀이 너무 길다.

그래서 한국 정치의 특색은 일상적 지루함과 짜증이 지속되다가 선거가 되면 집합적 열정이 고양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일상적 정치 과정에 정략적 갈등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사실은 정치 발전에 있어서 대단히 문제가 있는 일이다.

이와 같은 양상은 최근의 정치적 과정에서도 반복되었다. 작년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선명한 이념적 대립과 그에 따른 지지자들의 집합적 열정의 형성은 지난 8개월 동안 전개된 파당적 쟁투에 의해서 철저하게 분해되었다. 그런데 이 번 사태가 아주 특이한 점은 노무현 정권을 창출해 낸 내부의 갈등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고 이것은 자유주의 개혁 세력 내에서의 분열뿐만 아니라 민중 진영의 정치적 도약의 가능성을 어렵게 하였다는 사실이다.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일은 진보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진출하는 것이다. 민주 노동당의 의회 진출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은 선거제도의 개혁에 있으며 민주노동당의 약진은 무엇보다도 영남 지역에서의 한나라당의 부분적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전체 개혁 진보 세력들의 정치적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권력은 당대에 가장 필요한 개혁 과제에 대한 우선 순위와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채 자기 파멸적인 권력 쟁투에 몰입한 끝에 전체 개혁 진보 진영 모두에 큰 상처만 남겨 주고 말았다.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은 정치 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물론이거니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모두 '노동' 문제에 관한 적절한 개입을 하지 못한 채 이 문제를 방기하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노동 문제는 아직도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되지도 못한 채 배제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정치적 담론 과정에서도 그대로 반복되면서 시민 사회의 본질을 이루며 가장 첨예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 문제에 관한 담론이 정치적 논쟁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

신문의 정치면뿐만 아니라 정치 논쟁 과정에서도 일상 시민들의 삶과 생존의 가치가 응축되어 있는 '노동' 문제는 배제되어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정치적 논쟁이 정치 세력들 사이의 전략과 전략을 탐색하는 것에 집중되게 하였다.

정치적 주장은 수 많은 사람들의 직접적인 삶과 관련된 정서와 논리에 기초해야만 하고 그래야만 정치 논쟁이 담론의 유희가 아닌 삶의 진보를 위한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렇게 볼 때 노동 배제적인 정치 구도의 지속과 그에 따른 정치 논쟁의 협애화는 분명 정치 발전에 대단히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은 반드시 필요하다. 진보적 가치가 국회에 반영될 수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고 의회에서의 발언권을 가져야 정치적 담론 형성에 있어서도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노동자의 분신이라는 극단의 선택에 의해서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의 논쟁 과정에서 이뤄지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는 이처럼 국민들의 삶의 조건에 관련된 중요한 논쟁이 정치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을 극복하는 일이며 이는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을 통해서 그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허약한 자유주의 정치 세력들과 강고한 수구 냉전 세력들이 의회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근본적인 정치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미 두 세력은 오랜 기간 동안 얽히고 섥혀 있는 정쟁의 늪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되어 있다. 이 문제는 신당이 출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오직 근본적인 정치 지형의 변화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그것은 자유주의 정치 세력과 수구 냉전 세력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을 통해서 현실화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이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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