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율 30% , 그럭저럭型 30%에 달하는 위기의 부부관계 ( '커플의 재발견'서평)

부부가 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열린 커플''을 지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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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원(reform1)등록 2003.11.07 12:26
한때 ''묻지마 관광''이 유행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10여년만에 3배로 늘어났고, 현재 결혼한 4쌍중 한쌍이 이혼하여 이혼율이 전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높은 2위다.

불륜과 외도를 다룬 TV드라마와 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등 ''바람’이 한국사회를 휩쓸고 있다. 나의 택시 승객의 경우를 보더라도 10여년 전과 비교해서 부부사이가 아닌(?) 남녀가 꽤 많아졌다. 나이트 클럽이나 러브호텔에서 태우거나 내려준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의 모텔이 숙박업이 주업이 아닌지는 오래되었다. 모텔주차장 입구는 손님차량의 번호판을 보호해 주느라 커튼을 쳐놓았다. 차량마다 번호판에 덮개를 해놓는 경우도 있다.

핸드폰이 보급되면서 개인과 개인의 연락이 은밀히 이뤄질 수 있어 이상한(?)남녀관계가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심야에 집에서도 은밀히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는 남녀가 늘어나면서 부부싸움도 많아졌다고 한다. 이집 저집에서 핸드폰 통화기록을 뒷조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부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드잡이를 했을지, 한숨을 토하면서 베개를 낀 채 옆방으로 옮기고, 혹은 돌아오지 않는 배우자를 애타게 기다리다 증오의 칼날을 세웠을지.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에서는 남편 따로 애인 따로를 공공연히 실행하는 세태가 나오고, 영화 ‘질투는 나의 힘’에서 문성근은 “마누라에게도 잘 하고 애인에게도 잘 하는 것이 마누라에게 못하고 애인 하나 없는 것보다 백 번 낫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한 남자(여자)가 한 여자(남자)만 평생 바라보며 사는 건 부질없는 짓인가?
이혼율의 가파른 상승과 부부관계가 위기에 처하면서 한국사회에 일부일처제가 무너져가고 있는 징조가 사방에서 울리고 있다.

''커플의 재발견''(필리프 브르노 지음, 에코리브르 출판사)은 오늘의 한국사회의 부부관계를 조망하는데 좋은 충고가 된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젊은 연인들이 결혼하도록 내버려두는가? 어차피 그들 중 30%는 이혼할 테고 또 다른 30%는 불만족 속에서 현상유지에 급급할 터인데 말이다."

''커플의 재발견''은 일부일처제의 탄생과 그 부정적인 결과를 꼼꼼히 고찰하면서 위기에 처한 인간의 결혼제도에 종합진단을 내린다. 이 책은 일부일처제는 생물학적으로나 문화.사회적 역사로 볼 때 유일무이한 제도나 해법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동물학자 답게 동물행동학을 빌려 인간의 결혼제도인 일부일처제의 토대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준다. 동물 세계에선 포유류의 4%, 영장류의 18%만 일부일처이고 또 이런 종들은 대개 멸종 위기에 처하면서 소수집단으로 전락한다고 한다. 더구나 인간과 가까운 아프리카 유인원, 즉 고릴라나 침팬지는 일부일처를 따르는 경우가 전혀 없다고 한다.

저자는 서양의 일부일처제는 유대-기독교 문화가 강요한 것으로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과 욕구를 거스르는 가혹한 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남성은 축첩, 외도, 성매매 등을 통해서 사실상 일부다처제를 누려왔다. 그런 점에서 인류 역사상 실질적인 일부일처제는 별로 없었다. 부계(父系, 夫系) 가족의 유지를 위해 여성에게만 일부일처제가 강요된 것이다. 결국 일부일처제의 결혼제도라는 것이 여성의 희생을 기반으로 유지되어왔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최근 30여년간 상황이 바뀌었다. 피임.낙태를 통해 여성은 원치 않는 임신의 구속에서 벗어났다. 또한 여성의 사회경제적 활동이 늘어나면서 남성에의 종속적인 위치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나아가 여성이 결혼과 성적 관계에서도 수동적인 자세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게 되었다. 그동안 억제되어온 여성의 애정과 관능과 욕구가 자연스럽게 발산되었다. 참고 지내온 지난 세월에 복수라도 하듯이, 여성은 언제든 뛰쳐나갈 태세를 갖추게 되었다. 남성이 더 이상 그녀들을 일부일처제라는 울타리에 가둘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책에 따르면 현대사회의 부부 대부분이 ''닫힌 결혼''이라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부부가 같은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같은 여가를 즐기고, 다른 이성에게 끌리는 법이 없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의 ''부부는 일심동체''란 말처럼 이들은 부부관계가 ''1+1=1''이라면서 자신의 내부조차 배우자에게 내주어야 하는 줄로 알고 있으며 또 그러한 시늉을 한다. 저자는 이런 관계는 각각의 자기 욕망을 포기한, 폐쇄적이고 억압적 관계라고 비판한다.

반면 ''열린 커플''의 부부관계는 ''1+1=2''임을 인정하고 배우자 각자의 개별적인 삶과 자유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계다. 이들은 결혼=합일이라는 가짜 신화에서 벗어나 욕망과 충동의 흐름을 자유롭게 체험한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 경험한 풍부한 임상사례와 동물학자로서의 전문성을 결합시켜 사랑과 결혼의 기원은 어디이며 본질은 무엇인가를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그렇지만 현대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일부일처의 커플로 살아가려는 욕망이 여전히 남아 있다" 면서 부부가 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열린 커플''을 지향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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