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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친구가 올라왔어요.
음, 저 보려고 온 건 사실인데요., 대전에 사정이 생겨서 올라온 것이랍니다.
그런데, 발 넓은 그 친구가, "아무한테도 연락 안했다, 너두,나 아는 사람 만나면, 나 온다는 말 하면 안돼!"라며, 얼굴 보고 싶다고 청주에 왔습니다.
사실 저는 그 전날, 술 한잔 한 관계로 몸이 많이 피곤해 있었거든요.
그래도, 그렇게 저를 감동시키니, 안 나가고 배길 수 없는 것이었지요
아침 7시도 안돼서, 일어났습니다. 토요일날 그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저에겐 사건입니다. 또한 어제 술한잔 했으니,, 하지만, 눈이 떠지더군요.
분명 9시 전에 온다했으니, 어서어서 서둘러야 겠어요.
워낙 성격이 급한 친구라, 9시라고 해도, 8시에 불쑥 나타나는 녀석입니다.
푸석푸석한 얼굴에, 엣센스를 바르며 화장을 하고,
8시에 부랴부랴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친구가 차를 타고 다님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길치이기에,
저는 유명한 한 초등학교 앞에서 기다렸어요. 그리로 오라고 말이죠.
오늘은 비가 좀 세차게 내리지 않았습니까? 친구가 좀 늦더라구요.
한 50분 가까이 기다린 것 같습니다.
오다가, 차가 많이 밀렸나봐요. 화가 좀 나 있더라구요.
저도 기다리느라 춥고 힘들었는데, 그 애를 보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일찍 부터 서둘러, 저를 만나러 왔을 그 따뜻한 마음을 알기 때문이었죠.
함께 밥을 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오랫만에 자주가던
오락실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래도 불렀습니다.
그런데, 돈이 별로 없는 제가, 오늘따라 그 친구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대부분은 그 애가 제게 뭔가를 사주는데, 그냥 그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야, 뭐 좀 골라. 단 5000원 이하다!" 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그러자, "야, 야박하게 5000원 이하가 뭐냐!"하며, 비싼 걸 고른다고 저를 데리고 갑니다.
하지만, 이 가게 가서도, 머뭇머뭇, 저 가게 가서도 머뭇머뭇...
그 친구도 저의 사정을 알기 때문에, 그냥 보기만 한 거였습니다.
많이 아쉽고 미안하기도 해서, 귀걸이라도 사라고, 인형 조그만한거 하나라도 사라고 해도 마음에 드는게 없다고 생떼를 씁니다.
시간은 흘러, 그 친구가 경주로 내려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경주에 급한 볼일이 있어서, 오늘 내려가야 했거든요.
사실, 그 애의 전략은 저를 경주로 데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슬슬 눈치를 보더니, 같이 가지고 말을 하더군요.
하지만, 저도 사정이 있는 처지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 애 어머니도, 같이 가자고 하시면서, 안되면, 담에는 꼭 놀러오라고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 주십니다.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그녀는 저를 고속버스터미널 앞에 세워놓고, 길을 떠났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을 했어요.
우정이면서, 이게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구나.
어쩌면 이 사연 모두가 제 자랑이 될 수도 있지만,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그 친구를 보면서 느낍니다. 사람을 잊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 그리고, 만남을 소중히 한다는 것...
그녀와 5년 우정을 키워오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입니다.
그녀가 언제 불쑥 청주로 찾아올지 모릅니다.
저도 그녀를 위해 소중한 그 무엇을 준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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