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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때 <오마이뉴스>에서 황순택 기자의 <아들에게 '동거 후 결혼'을 제안할까 합니다>라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
벌써 3백건의 독자의견이 올라와 있었고 거의 대부분의 독자들은 황 기자의 '제안'에 대해 '아니올시다'로 일관하며 부제에 올랐던 것처럼 '정말 돌 맞을 일인가?'라는 물음을 무색케 할 정도로 독자들은 흥분해 있었다.
사태가 이렇다보니 황 기자는 공개편집회의를 통해 기사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고 또 다른 시민기자는 이에 대한 반론기사를 올리는 등 열띤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또다른 시민 기자가 '동거'와 관련한 자신 주변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등 동거에 대한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나는 차근차근 황 기자의 기사를 다시 읽어보았다. 많은 고민과 망설임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황 기자는 기사를 쓰면서 딸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는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을 아내의 의견을 통해 기사에 싣기도 했다. 이러한 황 기자의 글쓰기를 통해 기사가 메인톱에 올랐을 때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하는 '실험의식'도 그의 글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에 대해 독자들은 냉담하기만 했다. 사회적인 통념이나 윤리의식에 비추어볼 때 동거문제는, 호응은커녕 '맹비난'의 목소리만 높아졌다.
필자는 여기서 동거가 '옳으냐, 그르냐, 혹은 이혼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냐, 없냐'를 따지고자 하는 게 아니다.
한 달 전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기자의 <스와핑의 자유를 허하라>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펴는 기사를 한번 떠올려보자. 그때도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그 기사가 매우 합리적이라는 네티즌들의 의견도 다수 올라왔지만 '아니올시다'라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았었다.
다행히도 <스와핑의 자유를 허하라>기사는 <오마이뉴스>의 '여기자'가 썼기에 '그 정도'였지 남자 기자가 썼더라면 '평지풍파'를 일으켰을 것이라는 게 당시 여러 지인들의 평이었다. 당시 필자가 그 기사에 대한 반론기사를 올리면서 여러 지인들의 의견을 모은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 황순택 기자의 <아들에게 '동거 후 결혼'을 제안할까 합니다>는 가장인 아버지가 글을 올림으로써 주로 '딸 가진' 부모, 혹은 '여성'들로부터 혹평의 단계를 넘어 '맹비난'을 받으며 "만약 당신에게 딸이 있다면… 혹은 만약 당신의 아들이 동거 경험이 있는 여자와 결혼을 한다면…?" 식의 전제를 달며 황 기자가 역지사지 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황순택 기자의 글을 계기로 필자는 <오마이뉴스>에 한 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편집부에서는 황 기자의 기사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안다. 이처럼 민감한 문제를 메인 톱에 올려 공론화시키고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을 형성했을 때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 것이며 이에 대한 사회적인 파급효과는 어떻게 되는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여성단체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고민도 했을지 모른다. 이러한 '위험'과 '돌발' 등을 감안하며 사안에 대한 독자들의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황 기자의 기사를 통해 <오마이뉴스>는 '도전적인 실험(?)'을 했지만 결국 '실험 실패'였음을 <오마이뉴스>는 인정하고 향후 이같은 문제를 공론화할 때는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편집부에서는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갖고 해당 기사를 톱에 올려 '무엇인가'를 이끌어내려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이러한 의도와는 달리 대부분의 독자가 이에 호응하지 못하고 '혹독한 반론'을 제기한 데 대해 <오마이뉴스>는 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독자가 있어야 신문이 있는 것처럼 한마디로 <오마이뉴스>에 올라가는 기사는 '독자'들을 위한 것이다. 시민기자가 흔히 "제 기사가 왜 생나무지요?"라고 편집부에 의문을 던졌을 때 "새로운 소재거리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또한 호응할 수 있는 기사가 좋은 기사입니다"라고 답해 주는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조언을 스스로 실천하기를 당부하는 바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번 기사를 쓴 황순택 기자가 공개편집회의를 통해 "영원히 자숙할지도 모른다"고 밝힌 것처럼 시민기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오마이뉴스>는 크나큰 '오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다 지난 기사를 갖고 '긁어 부스럼' 만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부위를 다시 긁지 않아도 되게끔 깔끔한 마무리를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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