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 현실화 요구 장애인수급자 "천막농성" 돌입

10일간 서울역 광장서 천막농성

검토 완료

이철용(withnews)등록 2003.11.24 17:50

기자회견중에 구호를 외치고 있는 참가자들 ⓒ 이철용


농성단은 2000년 10월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국가가 국민의 최저생계를 보장한다는 목적과는 다르게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었고 김대중정부는 물론이고 참여정부도 기대와는 달리 현실과 거리가 더 멀어진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올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줄어들었고 내년 예산도 동결이 되어 수급자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참여정부들어 "선정기준 강화, 낮은 생계급여, 형식적 자활사업"

수급자 선정기준의 강화, 낮은 생계급여, 형식적인 자활사업 등으로 인해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최저생계비 제도가 아니라 오히려 저소득 빈곤계층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고 자살을 부추기는 제도로 전락했다고 했다.

한 수급권자 뒤로 보이는 실생활비와 관련한 그림자료 ⓒ 이철용

'노숙인복지와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 대표 문헌준씨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웅크리며 지나가던 사람들도 발길을 멈추고 기자회견에 귀를 기울였고 서울역 광장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던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첫 순서를 맡은 민주노총 김형탁 부위원장은 "한국 사회는 지금 죽음과 어둠이 드리워 있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생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없는 사람들이 벼랑 끝에서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살"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유발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며 "사회안전망 또한 허점이 너무 많아 대다수 사람들이 빠져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정부는 국방예산 증액과 이라크 파병 등 쓸데없는 곳에 사용하는 돈을 사회보장 예산 확충에 써야 한다. 실업의 문제가 상존하는 현실에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은 "정부는 차상위계층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노숙자 등 주민등록에 등재되지 않은 사람들을 분류하고 있는데 수십만명의 주민등록 말소자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장애인·만성질환자·노인은 일자리를 찾을 수 없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할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들은 거수기로 전락한 상태에서 위원들을 전원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박경석 준비위원장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기만성은 지난 2년간의 투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최옥란 열사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기만성을 항의하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인 2주년을 맞아 다시 천막농성을 통해 결연한 의지를 밝힌다."며 "이제 노무현 정부를 믿는 것이 아니라 투쟁을 할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죽지 않을 것이다. 철저히 알려내고 투쟁하겠다."고 했다.

장애인 수급자들, "사람답게 살고싶다"

수급권자 이승연씨 ⓒ 이철용

기자회견장에은 최저생계비 수급권 당사자인 한진구(장애1급, 1인가구), 이승연(장애1급), 김태현(장애1급, 1인가구)씨가 참여해 결의의 뜻을 밝혔다.

한진구씨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취업을 할 수도, 받아주는 곳도 없습니다. 저는 지금 기초보장법의 수급자로 한달 314,000원과 연금 8만원으로 늘 허덕이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달 관리비 7만원과 이것저것 각종 공과세 8만원 그리고 제대로된 치료는 받을 엄두도 못내는 채로 먹고 있는 약값만 해도 20만원 정도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 끼 먹을 돈도 안되는 나머지 금액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하고, 친구들이나 타인의 도움 없이는 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라고 했다.

수급권자 한진구씨 ⓒ 이철용

2002년 5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헌법소원을 낸 이승연씨는 "헌법소원을 낸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어떤 답변도 듣질 못했다."며 "최옥란열사의 농성투쟁과 죽음 이후 저는 최옥란열사의 뜻과 투쟁하는 삶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그조차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농성을 결의하며, 어떠한 희망도 없는 현실을 깨뜨려 나가고자 합니다."라고 결연한 투쟁의 의지를 밝혔다.

김태현씨는 "저는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나 어머님이 사시고 계신 광명시의 임대아파트로 주소를 옮길 수 없어, 몇해 전 직장을 잃고 여기 저기 장애인단체를 전전하며 사무실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받고 있는 급여로는 쪽방 생활도 어려운 실정이고 급여액으로도 하루에 두끼를 밖에서 사먹다 보니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쓸 수 조차 없습니다. 친구가 장가를 간다고 해도, 후배가 결혼을 해도 할머님의 제삿날이 되어도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아무도 만날 수 없는 저의 삶이 과연 사람이 사는 모습입니까?"라며 비참한 심경을 토로했다.

최저생계비 현실화 등 10가지 요구사항 요구

농성단은 전체 빈곤층에 대한 수급자의 확대와 생계비 현실화, 빈곤대책 마련을 통한 빈곤계층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10일간의 천막농성에 돌입하며 10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첫째, 1,2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고, 추정소득 전면 폐지하라. 둘째, 쪽방 임대료 12-15만원!! 현실성 없는 주거급여를 인상하라!!. 셋째, 비수급 빈곤계층에게 부분급여를 전면 확대하라. 넷째, 비현실적인 선정기준 폐지하고, 소득인정액제도 전면 개선하라. 다섯째, 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를 도입하고, 가구원수에 따라 선정기준을 차등화 하라. 여섯째,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하라. 일곱째, 노숙인 등 주거불안계층에게 '기초생활보장번호' 즉각 부여하고, 한시적 긴급생계급여를 지급하라. 여덟째, 빈곤계층에게 필요한 의료지원을 확대 보장하라. 아홉째, 장애인의 기본권과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 열째,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회의 공개하고 빈민대표를 참여시켜라.

농성단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천막에서 10일간의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농성장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와 농성단 참여단체가 매일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농성투쟁을 진행한다. 농성단은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시간을 이용한 선전전과 거리서명을 벌일 예정이다.

날자별 농성일정

1. 11월 24일(월) : 빈곤문제 해결, 불안정노동 철폐, 최저생계비 현실화
2. 11월 25일(화) : 의료급여제도 개선과 부분급여 확대
3. 11월 26일(수) : 장애인 최저생계비 현실화
4. 11월 27일(목) : 노숙인 기초생활 보장
5. 11월 28일(금) : 자활
6. 11월 29일(토) : 주거급여
7. 11월 30일(일) :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8. 12월 1일(월) : 최저생계보장
9. 12월 2일(화) : 2004년 예산안 의결에 맞추어.
10. 12월 3일(수) : 최옥란열사 농성 2주기 빈곤문제 해결 및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결의대회
/ 이철용

농성단의 농성 천막 ⓒ 이철용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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