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폭발 피해 주민, 이주 대책, 재건축 대책 즉각 마련해라"

평택 진위, 피해 주민들, "시도 정부도 2주째 방치, 소수 서민이라 표 안 된다고 깔보나? "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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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한(pcdskorea)등록 2003.11.29 13:37

화영아파트 폭발 피해 주민들과 주민들이 12일째 천막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 김용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1월 28일 저녁, 어린이들과 주민 몇 명이 아파트 빈터에 설치한 천막 안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곳은 지난 17일 LP 가스 폭발 때문에, 주민 13명이 숨지거나 다치고, 아파트 5가구의 벽과 베란다는 물론 이웃 아파트 유리창과 주변에 주차했던 차량들까지 크게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던 평택시 진위면 화영아파트.
사고가 터진 뒤 12일이 지났지만, 처음 며칠 빤짝하던 평택시청 관계자들이 발길을 끊은 지도 오래고, 시장, 국회의원, 시도의원, 각 당 지구당위원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다녀갔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다.

"울지 않는 애기는 젖 안 준다고 우리더러 울라는데, 우리가 애깁니까? 애기야 말이 안 통하니까 모든 걸 다 울어서 해결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다 말이 통하는 사람들입니다. 대화로 좋게좋게 하면 다 될 걸, 왜 꼭 우리가 데모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울잖는 애기가 아닙니다. 좋게좋게 대화로 풀렸음 좋겠습니다. 근데 벌써 며칠입니까? 비는 오고, 날은 점점 추워지고..." 주민대책위 김혜선 위원장 ⓒ 김용한



화영아파트 가스 폭발 피해주민대책위원회 김혜선 위원장(40)의 말이다. 김위원장은 회사원인 남편 박형도(41)씨와 5학년생, 3학년, 6살짜리 유치원생, 이렇게 세 아들과 함께,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승용차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난 번 가스 폭발로 아파트가 무너져 내려 잘 곳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들 그렇게그렇게 살아요. 여자들은 가곡3리 마을회관에서 살고, 남자들은 4리 마을회관, 애들하고 할머님들은 여기 이 관리사무소에서 살고..., 수용소 집단생활이지, 뭐. 친척집에 갔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서서히 다시 오고 있어요. 친척집도 하루 이틀이지 마냥 있을 수 있나요? 빨래는 아파트 여기저기 앞뒤 동 아는 집에 들어가 신세 지면서 해요. 쌀도 부식도 여러 군데서 후원해 주고 계세요. 갑자기 이재민 아닌 이재민이 됐는데, 정말 고맙죠. 밥도 부녀회가 5인 1조로 조를 짜서 함께 해 먹어요. 고생스러운 가운데도 그 바람에 이웃사촌 정도 느끼게 됐어요. 요즘 우리끼리 그래요. 벽이 허물어지니까 그거 하난 좋다고... 그게 보람이랄까? 근데, 뭐니뭐니해도 내 차가 젤 편해. 의자 뒤로 젖히면 그게 방이지 뭐. 그래도 남편은 회사차가 있어서 우린 그나마 집이 두 채인 셈이지."

날씨가 추워져서, 차안에서 히터를 켜놓고 자다가 참변을 당하는 사람들 뉴스도 간간이 들려와 걱정이 되는데, 오히려 김 위원장은 애써 쓴 웃음을 웃는다.

문제는 자녀 교육이다. 어린 아이들은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니까, 요즘 부쩍 짜증을 부리고, 바쁜 어른들 쫓아다니며 간식 사달라고 조르다 얻어맞기 일쑤고, 중고생들은 예민한 때라 집단 생활을 못하니까 친구네 집에서 생활하며,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 아이들 탈선이라도 하면, 누가 책임 져 준대요? 근데도 시에서는 맨날 예산 타령만 해대니..."

평택시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다.
"폭발 사고가 나서 아파트가 무너져 내렸는데, 시장이란 사람이 와서는 무너진 통로 말고는, 들어가라고 하더라구요. 그 때, 얼마나 분했는지 몰라요. 나중에 우리가 재개발 요구를 했더니, 시는 못하니까 주민들끼리 돈 걷어서 하래요. 시에서 해 줄 수 없냐고 그러니까, 부시장이 저더러 삿대질까지 하며, 아줌마 욕심이라고 막 소릴 치더라구요. 그래요. 저 주민들이 대책위원장으로 뽑아주기 전에는 아줌마였고 지금도 아줌마예요. 하지만, 부시장도 주민 대표이시겠지만, 저도 이젠 주민이 직접 뽑아준 주민대표예요. 제가 아줌마면, 부시장은 아저씨 아닌가요? 며칠 전엔 시청엘 갔는데, 경비들이 우리를 막고, 비서들은 숨고, 부시장은 문 걸어잠그고... 한 바탕 소통을 피우니까 삐끔 나타나서는 다 잘 해 줄 것처럼 사탕발림해서 우릴 돌려보내 놓고는, 막상 돌아오니까 다시 원점이예요. 무너진 102동은 재개발할 수 있긴 한데, 그것도 세입자는 모른대요. 건물주랑 해결하래요. 참, 기가 막혀서... 전 건물주인데도 정말 열받더라구요. 그럼 세입자들한테서는 주민세를 왜 받아가요? 참, 그리고, 오늘 고맙게도 한 회사에서 위문품을 갖고 오셨더라구요.근데 언론 보도를 보고 평택시에 전화를 걸어서 화영아파트 위로방문 가려는데, 위치 좀 알려달라고 하니까, 모른다고 하더래요. 그래서 한참 헤매서 찾아왔답니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지난 17일 가스 폭발 사고로 무너진 화영아파트, 평택시장은 들어가 살라지만, 주민들은 아파트 붕괴를 두려워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김용한

주민들은 언론 보도에도 불만이 많았다.
"언론에서 부부싸움하다가 가스관 잘라서 폭파시켰다고 하던데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부부싸움요? 우리 아파트가 방음이 안 돼요. 5층에서 싸워도 1층까지 다 들려요. 저 그 때 남편한테 편지쓰고 있었어요. 주변이 얼마나 조용했는데요. 편지 다 쓰고 바로 친정에 전화했는데, 전화 도중에 제가 날아갔거든요. 폭발소리와 함께 폭풍에 밀려 제 몸이 닫혀있던 현관문을 뚫고 밖으로 날아갔어요. 그 집 아저씨 3교대 근무하시는 분인데, 오후 3시 출근하는 날이었어요. 아줌마가 점심 식사 준비하려다가 폭발한 게 틀림없어요. 가스관을 예리한 도구로 잘랐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TV에 비친 대로 가스관을 그렇게 예리하게 자를 수 있는 사람, 한 명도 없습니다. 가스 배관 이음새가 빠진 거라고 봐요.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말들 함부로 하는데, 천벌 받습니다. 죽은 부부가 자꾸 꿈에 나타나요. 제 생각엔 그 분들도 분명히 피해잡니다. 지금 영령들이 한이 맺혀서 제 꿈에 자꾸 나타나는 것 아닐까 싶어요. 유족들이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평택 신문에 딴 건 1면에 크게 나오던데, 우리 아파트 얘긴 구석에 눈에 띄지도 않게 실었더라구요. 시에서 압력을 넣거나, 언론 조작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다들 의심하고 있어요."

부검 결과나 수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분명히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그나저나 날은 자꾸 추워지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는 마당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나 정부는 근본적인 재난 대책이 아니면, 임시 이주 대책이라도 하루 빨리 마련해서, 재건축 문제보다 먼저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내가 적십자회비 15원 할 때부터 지금까지 65년을 살아온 사람이여. 근데, 늘그막에 서민아파트 하나 장만했더니, 이렇게 날아갔어. 그런데, 시나 정부에서 법이 어쩌구저쩌구 그러구들 있어. 그 법이 도대체 누구 법이여? 국민들이 그럼 세금을 뭐하러 내여?"

65세라고 나이를 밝힌 한 주민의 말이다.

"건물 붕괴직전인데, 들어가라니 웬말인가!" 화영아파트 피해 주민들이 아파트 입구에 내건 현수막이 가을 밤 처량하게 비를 맞고 있다. ⓒ 김용한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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