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릴리> 원작을 심도있게 재해석한 의미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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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suzaku)등록 2003.12.05 12:09

ⓒ 판시네마(주)

러시아의 사실주의 극작가인 안톤 체홉의 희곡 <갈매기>를 현대적으로 영화화한 <우리의 릴리>는 연극과 영화의 경계에 서서 원작을 심도있게 재해석한 의미있는 작품이다. 비극적 결말로 맺는 원작과는 달리 영화는 끝을 단체사진으로 등장인물을 모아보면서 각자의 삶을 그려보게 한다. 권총 소리가 일순간 충격을 주면서 혼란스러움과 비애감으로 책장을 덮게 했던 원작과는 달리 영화는 이제 시작일 것 같은 장면에서 카메라를 거두면서 혼란을 주며 끝을 열어둔다. 모두가 무너지는 원작과는 달리 상처를 안고는 있지만 모두가 살아가는 영화는 전혀 다른 결말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채로운 것은 종반부에 연극적인 성격을 제시하는 세트 촬영씬이다. 이는 연극적인 분위기를 내면서 영화로 넘나들며 극 속 허구와 현실과 욕망들을 한 데 뒤섞어 놓아 매우 흥미로운 분위기를 이입시킨다. 영화에서, 그러니까 영화 속에서 올려지는 연극 속에서의 바람에 닫긴 문소리로 오인하는 줄리엥의 권총 자살 소리는 지난 날 릴리와의 추억에 방아쇠를 당기는 줄리엥의 총소리다. 사랑에 아파하며 자살했던 원작의 뜨레플레프는 생의 의지를 갖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릴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이라면 역시 릴리 역을 맡은 뤼디빈 사니에르이다. 그녀는 욕망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선수다. 인간 욕망을 파헤치는 데 선수인 프랑수아 오종의 페르소나인 그녀는 오종세계에서 드러냈던 욕망의 오만가지 형태를 <우리의 릴리>를 통해 전부 쏟아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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