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키스

그리고는 가만히 할머니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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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주(saengju)등록 2003.12.13 09:46
전라남도 영암군 서호면 엄길리 홍씨 집안에 초상이 났다. 구순의 연세에도 늘 단아하시던 노 할머니께서 아침이슬처럼 살며시 이승을 떠나신 것이다. 가족들이 멀리서 가까이서 찾아 왔다. 시집간 손녀딸이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대성통곡이다.

"할-머--니!"

너무 서럽게 울어 이젠 곡소리마저 잦아들었다. 숙이는 이미 숨이 끊어진 할머니 시신에 엎드려 손도 만지고 얼굴도 만지고 볼도 만지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서럽게 하고 있다. 이제 마지막 이별의 순간이다.

입관할 시각이다. 숙이는 자신의 핸드백에서 화장품을 꺼내어 할머니의 얼굴에 화장을 시켜드린다. 얼굴에 연지도 바르고 곤지도 찍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술에 루즈까지 칠해 드린다. 그리고는 가만히 할머니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댄다.

마지막 키스다. 어려선 할머니의 젖을 빨며 자랐고 할머니의 입술을 만지곤 했다. 그런데 이제 할머니께서 먼 길 떠나시는가 싶어 곱게 화장까지 시켜드리고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 잘 가세요!!"

시신이 무서워 옆에도 못 가던 며느리 한 분이 멀리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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