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 왜 떠나는가?

잘못된 정부의 ‘기술자제도’가 큰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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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방현(hyun600530)등록 2003.12.29 09:42
지난 25일, 한국교육개발원이 내놓은 우리나라 대학(산업대.교육대 제외)의 계열별 휴학생 비율(4월 1일 현재)은 공학계열이 38.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공대생 열명 중 네명이 휴학 중인 셈이다.

반면, 의약계열은 8.1%로 의대나 약대생에 비해 공대에 다니는 학생의 휴학생 비율이 무려 4.8배나 된다.

이처럼 지금 우리나라는 ‘공대 기피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정부는 ‘공대 기피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그 원인조차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의 공대생에 대한 군대혜택이나 장학금 지급과 같은 미봉책이 그 증거다.

공대 기피는 ‘기술자 문제’가 큰 비중 차지

공대생들은 졸업 후 두 가지의 길로 진출을 하게 된다. 하나는 과학자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자의 길이다.

이 두 가지의 길 중에서 과학자(연구자)의 길로 나가는 사람들은 전체 공대생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미만이고, 나머지 90%이상은 기술자의 길을 가게 된다.

이렇게 공대생 중 절대다수는 엔지니어가 되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이공계 대책에는 과학자에 대한 대책만 있을 뿐이지, ‘엔지니어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공대 기피’는 과학자(연구자)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엔지니어 문제에서 시작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공대 학생들은 ‘기술사(Professional Engineers)’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기술사는 한때 산업현장의 꽃으로 불리며 관련 분야 최고의 연봉으로 스카웃 될 만큼 인기가 높은 선택된 직업이었다. 그리고 공무원 서기관특채, 대학부교수 초빙 등 대우를 받았었다. 시험이 어려운 만큼 그만한 대우를 해주었던 셈이다.

일례로 제66회 기술사시험의 경우 합격자는 전체 응시자의 3% 미만에 불과했다. 이는 사법고시(8%), 행정고시(8%) 등 다른 시험과 비교해도 월등히 낮은 합격률로, 기술사를 이공계의 변호사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과거 공대생들의 최종 목표는 국가고시인 기술사시험에 합격하는 것이었다. 법대출신들의 최종목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가 되고 싶어 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사조차 정부가 천대를 하면서부터 사정이 확 바뀌었다. 시험은커녕 ‘공대 기피’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기술자 천대’ 사례

정부가 기술자를 천대하는 사례로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 전력기술관리법, 정보통신사업법, 건설기술관리법 등에 도입한 ‘인정기술자제도’를 들 수 있다.

‘인정기술자제도’란 정부가 지난 95년, 무자격자에게도 일정한 학력과 경력만 있으면 기술사, 기사, 산업기사 자격과 동등한 자격인 '특급기술자, 고급기술자, 중급기술자, 초급기술자' 자격을 무시험으로 주는 제도를 말한다.

먼저 기술사급인 '특급기술자'의 경우, 일정한 경력(대졸 12년, 전문대졸 14년, 고졸 18년)만 되면 그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또 기술사조차 10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주어지는 '수석감리사'도, 일정한 경력(대졸 22년, 전문대졸 25년, 고졸 28년)이 되면 자격을 받을 수 있다.

기사조차 7년 경력(산업기사는 10년)이 있어야 주어지는 자격인 '고급기술자'의 경우도, 일정한 경력(대졸 9년, 전문대졸 12년, 고졸 15년)만 되면 자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대졸 기사자격 7년 경력자나 대졸 무자격 9년 경력자는 똑같이 '고급기술자'가 되는데 그 차이는 경력 2년뿐이다. 이렇게 이공계의 변호사, 이공계 꽃으로 불리는 '기술사' 자격조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8년(대졸 12년)만 지나면 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술사의 경우, 10만 여명(2003. 12월 현재, 한국기술사회 추정치)으로 대폭 증가가 되었다. 이 중 정식기술사는 2만 4451명(2003. 12. 28일 현재)이다. 인정기술사가 정식기술사의 4배인 것이다.

그리고 하위자격인 기사나 산업기사의 경우도 비슷하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정부의 통계자료조차 없음)

이러한 기술자 대폭 증가는 기술자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균형체계’를 붕괴시켰는데, 이 때문에 기술자들의 임금이 10년 전 수준으로 대 폭락을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지난 92년, 당초 기술사 1인 포함 국가기술자격자 10명 정도를 의무보유 해야만 했던 ‘건설업 요건’을 무자격 학, 경력자들이 대신할 수 있도록 크게 완화를 했다.

이러한 ‘기술능력 완화’로 업자들은 정식기술자보다 임금이 훨씬 저렴한 무자격 학·경력자들을 고용하는 방식으로‘건설업 요건’을 맞추고 있다. 정식기술자는 난이도가 높은 공사가 있을 때만 임시적으로 고용을 한다는 것이다. 정식기술자들이 자격증을 갖추고도 취직을 못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살펴본바와 같이 우리나라 기술자들은 정부의 ‘기술자 천대정책 ’때문에 미래가 없게 된 것이다.

기술자 문제 해결 돼야 ‘공대 기피’ 해결 된다

기술사가 동격이라 할 수 있는 변호사, 의사, 공인회계사처럼 우대를 받고 산다면 학생들에게 공대를 선택하지 말라고 만류를 해도 선택을 할 것이다.

공대를 선택하면 최고봉인 기술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평생 생계를 걱정하면서 살아가야 할 텐데, 어느 누가 군대혜택이나 장학금과 같은 유인책에 현혹이 되어 공대를 선택하겠는가?

이렇듯 ‘공대 기피현상’의 중심에는 기술자 문제가 있고, ‘기술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대 기피현상 또한 해결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공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학금을 더 주겠다는 식의 회유성 정책에 앞서 ‘공대 기피현상’이 왜 발생하고 있는지 그 원인부터 철저히 분석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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