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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소회부터 밝히면, 거듭났다고 생각한 MBC가 자사이익을 위해 예전의 관제방송 시대의 왜곡편집 기술을 다시 한 번 부활시켰다는 사실이 더없이 충격적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미디어비평에서 그렇게 비판했던 조선일보식의 거두절미식 따옴표 편집을 스스로 저질렀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대체 이제 무슨 도덕성을 가지고 조선을 비판하시렵니까?
어제 특집방송으로 내보낸 디지털 TV에 대한 논란은 정말 심각한 수준의 사실왜곡을 보였습니다.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1. 방식비교에 대해 시청자 이해를 돕겠다며 미국식 디지털방송은 큰 화물차 한대가 길을 가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못가지만, 유럽식 디지털방송은 작은차 여러대가 가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몇 대는 통과하므로 수신율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큰 화물차가 수송할 수 있는 화물의 양과 작은차가 수송할 수 있는 화물의 양이 다르다는 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정보를 쪼개면 전송율은 좋아져도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는 정보량, 즉 화면의 선명도가 낮아진다는 상충성(tradeoff)은 눈감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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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측과 방송국측이 세계 디지털 방송실태를 공동조사한 내용들은 정말 왜곡편집의 극치였습니다.
2. 미국쪽의 디지털방송 실태를 보여주면서 "이동수신의 광고수익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미국 CBS측의 인터뷰를 보여줍니다.
아마도 이 인터뷰를 본 시청자들은 모두 흡사 소비자의 권리인 이동수신권이 상업적인 이유로 침해된 것으로 여겼을 겁니다.
그러나 광고수익과 미국 방송국들이 이동수신을 포기한 것 간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습니다. 미국식 디지털이 이동수신이 안되는 건 기술적 문제이지 상업적 이유로 일부러 안하는 건 아니란 말이지요.
그렇다면 왜 이런 인터뷰가 나왔는가? 정황상 이 인터뷰는 한국측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보입니다. 즉 한국 방송국측 조사단이 "왜 미국 방송국(CBS)은 수익성이 좋은 이동수신을 포기한 미국식 디지털 방송에 반대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했고 이에 대해 이동수신이 광고수익이 크지 않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요지로 답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3. 또 미국측 방송실태에서 미국 시청자는 고화질(HD)방식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면서 매장에서 인터뷰를 하는데, 첫번째는 'HD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시민의 인터뷰를 내보내고. 그 다음에는 다음에는 '삼성 DLP 디지털 TV가 거실에 있어서 방에 놓을 작은 TV를 사러왔다'는 고객을 인터뷰했습니다. 이미 HD방식 방송을 보고 있는 이 고객이 HD방송을 원하지 않는 사례인가요? 궁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4. 그 다음으로 유럽식을 채택한 유럽 국가들의 방송실태를 보여주지만, 단 한 번도 유럽방식이 고화질(HD) 방송을 못 내보내고 사실을 밝히지 않습니다. 단지 인터뷰에서 영국이 2010년 이후 고화질 방식 전환을 검토한다는 말이 나오더군요. 오직 다채널과 이동수신이라는 장점만 계속 강조됩니다.
그러다가 유럽식이되 다채널을 포기하고 HD급 방송을 하는 호주의 실태에서는 갑자기 '유럽식도 HD가 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여긴 다채널 방송을 안한다는 건 언급하지 않더군요. 즉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걸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5. 호주에서 유럽식도 이동중 고화질(HD)방송이 된다는 걸 시연해 보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드러난 것은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술적으로 이동중 HD방송에 필요한 엄청난 정보량을 끊김없이 수신하기란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통부 국장이 '되는 장비 있으면 가져와서 해봐요'라고 주장하는걸 흡사 시연에 딴지놓고 비아냥대는 것처럼 편집합니다. 결국 된다고 주장하는 호주측 방송차량을 탔지만, 화면은 일반화면(SD급)입니다. 그런데 호주측 기술진은 궁색하게도 '이 장비는 SD급이지만 수신되는 신호는 HD급이므로 HD급 수신도 된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하더군요.
바로 교수 한 분이 이 정도 수신상태로는 고화질 수신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그나마 SD급도 방송국에서 멀리 벗어나니까 수신이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즉 이동수신 HD급 방송은 유럽식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만 증명된 셈이죠.
6. 다음으로 대만을 갔는데, 이동수신 선호율이 높다고 이야기하면서 차에 AV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 AV 매니아를 인터뷰 합니다. 그것이 '차를 가진 이들 중 이동수신을 원하는 이가 높다'는 근거가 될까요? 곧바로 통계치를 제시하긴 합니다. 디지털 방송을 가정에서 보는 이가 5000명 수준인데 차량에 갖춘이가 4000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는 대만이 채택한 유럽식 디지털방송이 얼마나 실패했는가를 드러내는 자료일 뿐입니다. 대체 가정에 5000대밖에 공급되지 않은 방송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7. 마지막으로 일본의 경우가 나옵니다. 일본은 유럽식도 미국식도 아닌 독자방식을 채택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이동중 고화질방송 수신이 가능하다는 시연화면을 보여주는데,
첫번째. 독자방식인 일본에서 이동식 HD 수신이 되는것이 대체 (HD가 되지도 않는)유럽식의 미국식에 대한 이동수신의 우위랑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단지 미국식을 일본식에 비교해 폄하하려는 의도겠지요.
두번째, 그나마 이동식HD 수신이 된다는 차량은 NHK의 시범용 차량이었는데 차안에 거의 이동방송국 수준의 장비가 깔렸더군요. 이걸로 수신이 된다는 것이 일반 차량에서 된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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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마지막으로 이 방송 최악의 왜곡이자, 정말 시청자를 바보 수준으로 얕보는 한국 사례를 지적하고 마치겠습니다.
차내에서 디지털방송 이동수신이 잘 안된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을 인터뷰했더군요. (여담으로, 버젓이 주행중에 앞좌석 화면을 틀어놓고 가는걸 보여줍니다. 범법장면을 보여줘서라도 자신들 주장을 펴야할 만큼 급하긴 급했나 봅니다.)
디지털 방송에 별 관심이 없는 시청자들에게는 '그렇구나. 역시 미국식 디지털방송을 해서 이동중엔 수신이 안되는구나' 라고 착각하게 만들기 딱 좋습니다.
그러나 그 화면은 위성 디지털방송 수신 화면이었죠. 즉, 공중파 이동수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화면을 틀어주고 그것이 흡사 미국식 디지털방송의 단점인양 이야기하는 태도는 정말 시청자를 우롱하는 수준에서 조선일보의 그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방송국에 묻습니다. 정말 당신들이 시청자의 방송주권을 위해 디지털 방송을 연기했습니까? 어제의 방송은 그 순수성을 정말 심각하게 의심하게 만든 우민화 방송의 정수였습니다. 관계자들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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