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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술자사회에서는 이러한 말이 유행어이다.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야! 군대가면 자동 병장되듯이, 밥만 많이 먹으면 기술사가 되니 말이야!
정부가 지난 92년부터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 건설기술관리법, 정보통신사업법, 전력기술관리법 등에 도입한 ‘인정기술자제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인정기술자제도’란 정부가 무자격자에게도 일정한 학력과 경력만 있으면 기술사, 기사, 산업기사 자격과 동등한 자격인 '특급기술자, 고급기술자, 중급기술자, 초급기술자' 자격을 무시험으로 주는 제도를 말한다. 즉 ‘기술자등급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 시행으로 ‘기술사’는 특급기술자로 편입이 되었다. 특급기술자를 ‘기술사’란 명칭 앞에 ‘인정’이란 두 글자 낱말을 덧 붙여서 ‘인정기술사’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드디어 이공계의 꽃, 이공계의 변호사로 불리는 기술사가 대졸 수준의 기사 자격증은 물론이고, 전문대졸 수준의 산업기사 자격증조차도 없는 사람들인 무자격 학, 경력자들과 같은 반열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일례로 기술사급인 '특급기술자'의 경우, 일정한 경력(대졸 12년, 전문대졸 14년, 고졸 18년)만 되면 그 자격을 준다. 또 기술사조차 10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주어지는 '수석감리사'도, 일정한 경력(대졸 22년, 전문대졸 25년, 고졸 28년)만 되면 그 자격을 준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기술자들은 이제 공부 안 해도 일정 세월만 지나면 자동으로 ‘기술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학력이 낮아야 기술사급인 ‘특급기술자’가 빨리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첨언하자면 ‘특급기술자’가 되는 기간은, 대졸이 가장 오래 걸리고, 전문대졸이 그 다음, 고졸이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일례로 ‘특급기술자’가 되는 길은 3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기술사시험에 합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기사나 산업기사시험에 합격한 후 일정경력을 쌓으면 되고, 세 번째는 고등학교 이상 졸업 후 일정경력을 쌓으면 된다.
위 3가지 방법으로 ‘특급기술자’가 되는데 걸리는 기간을 학력별로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군대기간 3년 포함)
<대졸인 경우>
1. 기술사로 되는 나이 : 기사취득 졸업 26세 + 실무경력 4년 후 기술사시험 합 격 = 30세
2. 기사로 되는 나이 : 기사취득 졸업 26세 + 실무경력 10년 후 특급기술자 진입 = 36세
3. 대졸 학력으로 되는 나이 : 대졸 무자격 졸업 26세 + 실무경력 12년 후 특급기술자 진입 = 38세
<전문대졸인 경우>
1. 기술사로 되는 나이 : 산업기사취득 졸업 24세 + 실무경력 1년 후 기사시험 합격 + 실무경력 4년 후 기술사시험 합격 = 29세
2. 기사로 되는 나이 : 산업기사취득 졸업 24세 + 실무경력 1년 후 기사시험 합격 + 실무경력 10년 후 특급기술자 진입 = 35세
3. 산업기사로 되는 나이 : 산업기사취득 졸업 24세 + 실무경력 13년 후 특급기술자 진입 = 37세
4. 전문대 학력으로 되는 나이 : 전문대 무자격 졸업 24세 + 실무경력 15년 후 특급기술자 진입 = 39세
<고졸인 경우>
1. 기술사로 되는 나이 : 기능사취득 졸업 22세 + 실무경력 1년 후 산업기사시험 합격 + 실무경력 1년 후 기사시험 합격 + 실무경력 4년 후 기술사시험 합격 = 28세
2. 기사로 되는 나이 : 기능사취득 졸업 22세 + 실무경력 1년 후 산업기사시험 합격 + 실무경력 1년 후 기사시험 합격 + 실무경력 10년 후 특급기술자 진입 = 34세
3. 산업기사로 되는 나이 : 기능사취득 졸업 22세 + 실무경력 1년 후 산업기사시험 합격 + 실무경력 13년 후 특급기술자 진입 = 36세
4. 고졸 학력으로 되는 나이 : 고졸 무자격 졸업 22세 + 실무경력 18년 후 특급기술자 진입 = 40세
살펴본 바와 같이 자격취득여부와는 관계없이 고졸출신이건 대졸출신이건 간에 무조건 나이 40세가 되면 ‘특급기술자’가 되는 것이다. 이래서 기술자사회에서는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야!'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것 같다.
기술사는 80년대 까지만 해도 산업현장의 꽃으로 불리며 관련분야 최고의 연봉으로 스카웃 될 만큼 인기가 높은 선택된 직업이었다. 그리고 공무원 서기관특채, 대학부교수 초빙 등 대우를 받았었다.
그러나 ‘인정기술사제도’가 도입된 이후로는 ‘1인 연평균 전문가 소득’에서 순위는 고사하고, 완전히 빠져버렸다.(국세청 자료인용 2003. 1. 9일자 중앙일보, -> 1위 변리사: 5억7천890만원, 2위 관세사: 3억4천650만원, 3위 변호사 : 3억1천390만원, 4위 회계사: 2억4천100만원, 5위 세무사: 1억9천730만원, 6위 법무사: 1억1천120만원, 7위 건축사 8천980만원)
이는 머리 좋은 정부 관료들이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인 ‘인정기술사제도’를 기발한 발상으로 창안을 해 낸 결과다.
기술사가 부족해서 ‘인정기술사제도’를 도입했다는 정부당국자들의 논리대로라면, ‘학, 경력인정제도’는 변호사, 의사, 공인회계사 등 모든 전문가 분야에도 적용을 시켜야 한다.
가령 법률서비스 부실, 고액 수임료의 원인은 변호사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러니 ‘인정제도’를 적용시켜 일정경력이 있는 사무장들에게 ‘인정변호사 자격’을 주자. 이렇게 하면 변호사 부족현상은 말끔히 해결될 것이다.
또한 의약분업으로 의료재정이 바닥이 났는데, 이 역시 전문의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러니 일반의, 간호사 등 병원근무 경력자에게 ‘전문의 자격’을 주자. 이렇게 하면 의료재정은 1년 이내에 흑자로 돌아설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공인회계사, 법무사, 세무사 등 모든 전문가 분야에 적용을 시키자. 이렇게 하면 전문가 이용료가 대폭락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인정기술사제도’가 ‘기술사제도’를 붕괴시켰듯이 변호사제도, 전문의제도, 공인회계사제도 등 모든 ‘전문가제도’는 붕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공계 기피현상’처럼 법대, 의대, 상대 기피현상 등이 일어나서 나라가 흔들릴지도 모른다.
이처럼 ‘인정기술사제도’는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위험한 제도이다.
기술자들은 정부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고 한다. ‘인정기술사제도’는 진정으로 누굴 위한 제도인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는 제도인가? 아니면 사주들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는 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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