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고온현상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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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일(youngiri)등록 2004.01.07 16:13
연일 계속되는 봄 같이 포근한 날씨로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특히 1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인 6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이 대부분 영하 3도를 웃돌아 "10여 년만에 가장 따뜻한 소한"으로 기록됐다.

이에 따라 겨울을 맞아 한창 대목을 노렸던 난방용품과 방한 의류 판매상, 스키장 등은 비상이 걸렸고, 여행사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겨울용품 매출 부진= 6일 오후 찾은 서울시내 한 대형백화점.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돌입한 겨울세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경기침체를 반영하듯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았다.

게다가 날씨까지 따뜻해 니트류와 모피, 파카 등을 판매하는 매장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다. 의류 판매직원 공 모 씨(여)는 "가뜩이나 손님이 없어 장사도 안 되는데 날씨마저 포근해 예년보다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봄 신상품을 빨리 선보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재래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겨울철 대목을 맞아 두꺼운 겨울옷을 잔뜩 준비해 뒀다는 남대문 시장 상인 정성오 씨(55. 서울 용산구 후암동)는 벌서부터 재고처리 걱정부터 했다.

서 씨는 "이번 달 하순부터 추워진다는 기상청의 예보와 다가오는 설날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올 겨울 장사는 완전히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세운상가에서 난방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 모씨(26)도 "요즘은 아예 물건을 구입하러 오는 사람들도 없다"고 말했다.

◇스키장은 지금 초비상 상태= 스키와 눈썰매 등 겨울 레저 스포츠업계도 울상이다. 이상 고온현상이 계속되면서 스키장을 찾는 고객들의 수가 줄어든데다 눈 대신 비가 내리면서 인공제설기를 가동하기 위해 추가 경비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스키장들은 고객들을 붙잡기 위한 이벤트 행사를 기획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는 있으나 쉽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지방자치단체 겨울잔치도 엉망= 때아닌 포근한 날씨는 각 지방 자치단체가 눈과 얼음을 주제로 펼치는 겨울축제도 엉망으로 만들었다.

겨울축제의 대표적 도시인 강원도는 최근 건조한 날씨에다 눈도 제때 내려주지 않자 평창군 눈꽃축제와 인제군 이글루 테마캠프를 연기했다. 또,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짭짤한 소득을 올렸던 소양호 빙어축제도 호수와 강이 얼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강원도의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날씨가 추워지기만을 무작정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가능하면 축제를 예정대로 개최해 관광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상고온이 즐거운 사람들= 반면, 이상고온으로 상대적인 특수를 누리고 있는 곳도 있다. "추운 겨울"을 만끽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려는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여행사들이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는 것.

또, 따뜻한 날씨를 맞아 시민들이 야외활동을 늘려 국내 관광지에도 관람객이 꾸준히 찾는 등 여행사들은 "포근한 겨울"의 단맛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

이와 함께 비닐하우스 내부온도를 섭씨 18도 이상으로 유지해 주어야 하는 화훼농가도 포근한 기온이 마냥 반갑기만 하다. 서울 양재동 꽃시장 상인 강 모씨(여. 50)는 "겨울답지 않은 날씨 덕에 난방 비용이 예년에 비해 평균 20∼30% 가량 절감됐다"고 즐거워했다.

이 밖에 양로원과 요양원, 아동복지시설, 경로당 등 복지시설과 달동네와 쪽방 사람들에게도 올 겨울은 지금 처럼만 춥지 않고 지나가 주길 바라는 반가운 손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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