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둔 지수씨덜 한티 디리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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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창(jhc43)등록 2004.01.14 16:51
이 땅의 지수씨 여러분!
다가오는 명절이 걱정덜 디시지유?


평소 자주뵙지 못한 시부모님덜 뵙는것 부터 조심스럽구 불편하구유.
형제,동기간덜 죄다 모인디다가 조카덜꺼정 나부대니 정신사납기 이를데 읎구유....

부엌에 들어가는거 자체가 어설픈 디다가, 삼시 세끼 밥 해멕이는것두 버거운디 차례음식 준비하랴, 저녁에 잠자리 불편한거, 그리구 최소한 2박3일 꼼짝읎이 이리키 눌러 앉아 있어야 된다구 생각하문 오금이 저려오구두 남을 일이지유.

그리타구 일번 노래방 가서 여자의 일생 불른다는 것두 말이 안되는 소리지유 솔직히....

남자덜은 모여앉어 고스톱이나 치거나 술상 봐와라 하구서는 신선놀음하구 있는거 볼라치문 부아가 치밀어 그것두 봐주기 심들지유.

어쩌다 화장실 한번 갈라 하문 어김읎이 잠겨있구, 쪼매 기다리다 문열구 나오는 시아주버니 보구 화들짝 놀래구 보문은 읎는 변비꺼정 얻구두 남을 일이지유.

그러니 나오느니 짜증이구 생각나는거 그 따땃하구 오붓한 도회지 아파트먼트 배끼 더 생각나겄유 그것두 오자마자....

지가 드리구 싶은 말씀은 왜덜 그리키 피곤하게 사시냐 이거지유.
그래서 지가 한수 가리켜 드릴 참이니께 잠깐 일손덜 놓으시구 들어보시라 이 말씀이지유.


즘심?
정신읎지유?!

간단히 하자구유.

찬밥에 만두국으로 때워유.
먼저 만두속 맹글기는 쉽잖어유.
아니 쉬운건 절대 아니구 그거 꺼정은 남정네덜 죽었다 깨나두 못하니께 속 맹글었으문 질루 막내 동서가 남정네덜 고스톱판 벌릴라구 그랄즈음 갖다 줘유
그리구 이리키 말씀드리라는 거지유.

질루 큰 시아주버니 눈 똑바루 쳐다보구
"아주버님 만두 좀 빚어보실래유, 이거 보기보덤은 엄청 쉬워유
지가 한번 맹글어 볼티니께 잘 보세유, 한번만 보문은 금방 할수 있거든유"

시상에 지수 시아주버니 대하기 엄청 어렵다지만 그보덤 더 어려운게 그 시아주버니 지수 대하기가 곱절은 어려운거 거든유.. 그냥 아야 소리 못하구 쳐다볼거유..
그리니께 자신있게 하시란 말씀이지유.... 눈 똑바루 뜨구 쳐다 보문서....

"이거 한장씩 떼어가지구서는유 속을 이리키 넣으시구유.
요기 물두 떠왔어유, 요걸 손가락으로 가에다 바르세유, 그래야 잘 붙거든유, 그담에 송편 빚듯이 꼭꼭 눌러 붙이시문 돼유, 그리구 이 쟁반에 담으실 적에 밑에 늘어 붙을거 아녀유 그리니께 여기 밀가루 따루 또 있어유, 밑에다 살짝 묻혀서 쟁반위에 놓으시문 돼유, 속 너무 많이 넣으문 터지구유 적게 넣으문 맛이 읎거든유 부탁디려유"



형제덜 많은 집은 그래두 노는 사람덜 있잖어유
마늘 깔거, 깨소금 빻을거, 하나씩 갖다가 멭기세유.

이런것두 해보세유.

"아주버님 상 좀 펴 주실래유?"

행주 갖다 주문서
"위에 좀 한번 훔쳐야 되겄네유"

먹구나서 물떠다 바치문서 (작은상 내밀구)
"요기다 빈그릇 좀 담아 주실래유?"

"삼춘 상 좀 내가 주시지..."

'아주버님은 그냥 앉아 기세유 좀 있다 행주 보낼티니께 상좀 한번 훔치시구 접어 주실래유?"


찬장 높은디 내릴 찜통, 쓰레기 갖다 바깥마당에 버릴거 등등

근디
맛맛하다구 부군이나 시동생 시키문 안되지유.
부군 눈 멀뚱히 쳐다보구 "왜 안하던짓 하구 그랴" 하문 끝이구
시동생덜은 대개덜 뺀질이 잖어유 너나 할거 읎이 형수한티는..
그리니께 지수씨덜이 갖다 엥기라 이말씀이지유 시아주버니한티...
기죽지 마시구 어려워 마시구 눈 똑바루 뜨구 쳐다보문서 .....


형제덜 멫 안돼서 남정네덜 적으문유.
장조카를 비롯해서 큰집 조카덜 시키문 돼유.
그래야 숙모 어려운줄두 알구 또 왜 주는거 읎이 밉잖어유, 시키덜...

못난 아재비 장조카 뭐만 진다구 그라구
큰집 잔치에 작은집 돼지가 어띠키 된다구 그라구

지차의 설움 이런때 슬그머니 풀어두 보구
좌당간에 괜찮어유 고넘덜 슬슬 부려먹는것두


그리구 나서는
여자덜은 부엌에서 전이나 슬슬 붙이문서 간이 맞었나 잡숴덜 가문서
이쁜짓 하는 조카덜 있으문 불러서 멕여가문서

거기서 내새끼 유독 챙겨서 거둬 멕이문 동서덜 찌리두 의나니 께는
내가 맘에 읎는 조카 새끼덜 챙겨주문 동서덜이 내새끼 챙기구
그라는 가운데 있는정 두터워 지구 읎는정 생기구 그러는 거거든유.

즘심 간단히 해결됐잖어유.
만두국에 밥말어 먹었으니께....

저녁유?
으른덜(부모님덜)이나 더운밥 지어 디리구
나머지는 그냥 만두 남은거 군만두 반, 찐만두 반
왜간장에 식초 섞어 고추가루 살짝 뿌려 얹어 찍어 먹으라구덜 그래유.

투덜대는 잉간덜 있으문 한마디만 하셔유.
설날이 조상덜 모시라구 있는거지 잉간덜 퍼먹자구 있는 날이냐구....

아님 찬밥 있는거 있는 반찬, 읎는 반찬 죄다 넣구 찬기름 애끼지 말구 잔뜩넣어서
양은솥에 한솥 비벼 볶아 숟가락만 한 개씩 나눠줘유.

그릇에 담아서 따로 나누어 주문 그만큼 정덜두 떨어져 나가니께, 머리 맞대구 혹은 서루 대갈 비벼가문서 말그대루 한솥밥 먹는거지유.

그래야 깨닫는 거유, 시상은 이리키 부디끼구, 그런 가운데 정나누며 사는거다, 먹으문서 느끼문서 깨달으문서 그리키덜 먹다보문 저녁두 해결되는 거지유....


워낙 복짝거리니께 피곤한 사람덜 슬그머니 애덜방 찾어서 먼저 자빠지구 가까이 있는 동기덜끼리 첫날 설거지 그냥 하기루 해지유, 정해 놓은건 읎지만 서두
남남이 아니잖어유??

까치설날은 이리키 넹기구서

설날아침
잠시 생각은 해야지유.
우리보덤 더 어려운 시대, 이 세상에 나오셔셔
어렵게 사시다가 영면하신 조상님덜
님덜 덕분에 그래두 즈희덜은 이리키나마 살고 있습니다.

"증말루 고맙습니다."

조상님덜 잡숫구 난 담이
인간덜두 끓인 떡꾹, 아침덜 잡숫구
연세두 하나씩 챙겨덜 가지시구

지발 덜 부탁디리는디
거 읎는 핑계 맹글어가지구 일찍 간다소리덜 당최 하지덜 말어유.

이왕지사 여꺼정 온거 하루만 더 고생하문 디는걸 가지구
공연히 부군 옆구리 찔르문서 가자구 가자구....
고새를 못참어가지구 그냥.....

차례 지나구 나문은 성묘덜 댕겨오구
즘심이야 전부덜 생각읎다, 안먹는다 그러잖어유.

증 먹구 싶다는 잉간덜 있으문 라면이나 하나 넣어서 떡라면 멕이던지...
그래두 만두가 질루 만만하잖어유.

후라아판에 구어주던지
즌자렌지에 뎁혀 주던지
먹기 싫음 관두라 그래유
지덜이 배고프문 안먹구 배기나.....

좌당간 차례 지내구 나문
그 찌끄리기 가지구서두 사날은 족히 먹는걸
설겆이만 교대루 적당히 나눠서 하문 되는걸 가지구....

이땅의 지수씨 여러분!
괜한 걱정덜 마시구 편한 설덜 보내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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