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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관객 600만을 넘었다는 실미도. 그 지난 주말 나도 그 600만의 대열에 합류를 했다. 워낙 소문났던 영화이기에 기대치를 한껏 높이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사실 먼저 말해 둘것은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기준중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이 바로 자연스러움이다. 뭔가 덧대 놓은것같은 영화를 보고나면 항상 머리와 몸에 무거움이 느껴지는 탓에 바로 그 자연스러움이 내가 영화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소재 자체를 매우 잘 찾은 영화가 바로 이 실미도란 생각이 든다. 그냥 묻혀질 수도 있던 실화를 소재로 그들이 겪었을 갈등과 인간적 고뇌는 상상만 해 보아도 가슴이 떨리는것 같다. 하지만 좋은 소재만으로는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을 한다. 솔직히 영화 실미도를 보면서 너무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봤기 때문이었을까... 아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감히 건방진 생각이지만 역시나 그 좋은 소재에 비해 감독의 역량이 모자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선 이야기는 매끄럽게 흘러간다. 정해진 줄거리가 있고 부분부분 이야기꺼리에 충실한 화면을 담았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개성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미리 상상해 보는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예전 유오성 주연의 '챔피언'를 봤을때 느꼈던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챔피언도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였지만 처음부터 쭉 나열했던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있었던 사실이긴 하지만 그 부분중에 뭔가 특별히 더 강조해 보고 싶은 부분은 없었을까?? 한마디로 밋밋한 영화였다. 실미도 역시 그정도는 아니지만 개성이 강한 영화로 보기는 힘들었다.
인물로 보자면 주조연급 대부분이 멋있게 그려진다. 물론 아예 웃기러 나오는 사람 한둘을 제외하고는 비슷하다. 감독 나름대로 각각 다른성격임을 강조하려고 애쓴듯 보이지만 대부분 비슷해 보인다. 바로 이 '멋있게보이는'것이 영화 전반적인 사실감에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그들은 보다 멋있게 보이기 보다는 더 처절하고 애절하며 두려워 보여야 했을것이다. 물론 영화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 일수 있지만 보다더 인간적 고뇌와 판단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공포감, 더 나아가 될데로 되라는 자괴감을 넘어 광적인 모습까지 그려졌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인간적 고뇌를 그리는 방식도 참 어설펐던것 같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역시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한다. 기간병과의 인간적 관계, 생각보다 쉽게 융화되는 그들. 물론 3년을 같이 생활하다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렇게 되는것은 아닌것이다. 이런 다양성이 좀 부족한듯 보였고 안성기가 설경구들으라고 문밖에 세워놓고 상부지시를 하달하는 모습을 보면 참 작의적인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버스를 탈취해서 서울로 가는 도중 벌어진 총격전을 보면서 그나마 유지해 나가던 영화의 완성도가 한꺼번에 무너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솔직히 앞뒤 다 짜르고 그 부분만 보면 조잡한 헐리우드식 총격전 영화와 다른게 무엇인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바로 현실감이 결여된 부분. 인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총을 막 쏘는 군인하며 설사 솼다고 해도 그렇게 총 많이 맞고 잘 굴러가는 버스를 보면 참 애처러울 따름이다. 다 부서진 버스 안에서 그렇게 총알 맞고서고 거의 다 살아있는 모습을 보면 그저 영화일 따름이구나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총에 맞고 죽거나 다치는 인질의 모습을 보여 주거나 두려움에 질려 버스에 엎드려 떠는 사람의 모습을 조금만 더 보여 줬어도 좀더 자연스럽지 않았겠나 하는생각이 들었다.
앞서 얘기 했듯 이 영화는 멋있어 보이기 보다는 다른 그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그런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충분히 다른느낌을 가질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관점에서는 걸작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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