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로 하나 되는 대안학교

6개 대안학교 마음공부 연수

검토 완료

정일관(jasimmita)등록 2004.02.06 15:09

마음공부 연수를 모두 마치고 기념 사진을 찍은 6개 대안학교 교사들 ⓒ 정일관

<수신(修身)의 요법>

1. 시대를 따라 학업에 종사하여 모든 학문을 준비할 것.
2. 정신을 수양하여 분수 지키는데 안정을 얻을 것이며, 희로애락의 경우를 당하여도 정의를 잃지 아니할 것.
3. 일과 이치를 연구하여 허위와 사실을 분석하며 시비와 이해를 바르게 판단할 것.
4. 응용할 때에 *취사(取捨)하는 주의심을 놓지 아니하고 지행(知行)을 같이 할 것.

*취사 : 일을 당하여 무엇을 취하고 버릴 것인가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 대개 정의는 취하고, 불의는 버림. '취사 선택' 등에 사용하는 말.


방학이 끝자락으로 접어 들어가는 학교는 아이들의 소란함과 활기를, 선생님들은 각종 연수를 마무리 짓고 이제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떤 자세로, 어떤 경계로, 어떤 마음으로 만나서 함께 어우러질지, 보통이 넘는 우리 아이들과 만남을 기다리는 일은 설렘과 긴장이 섞인 묘한 마음이다.

이러한 즈음, 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원불교에서 설립한 6개 대안학교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마음공부 연수를 가졌다. 전남 영광의 영산성지고등학교, 경주 화랑고등학교, 원경고등학교 등 3개의 대안 고등학교 교사들과 영광의 성지송학중학교, 전북 김제의 지평선중학교, 용인의 헌산중학교 등 3개의 대안 중학교 교사 70명이 경남 합천의 원경고등학교에 모두 모인 것이다.

대안학교 교사들의 마음공부 연수는 지난해까지 3개 고등학교를 위주로 하였으나 올해부터 작년에 개교한 중학교를 포함한 6개 학교로 연수를 확충하였다. 다른 학교 선생님들의 표현을 빌자면 '첩첩산중'에 있는 원경고등학교로 오기 위해 굽이굽이 산을 넘고 물을 건넜지만, 한 자리에 만나보니 이어진 인연과 훈훈함으로 먼 거리의 고단함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내 마음을 보는 만큼 아이들의 마음이 보인다. 그러므로 아이들을 만날 때, 마음으로 만나야 막히지 않을 수 있다. 지식과 신분은 그 뒤에 따르는 것이다.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 내 마음을 살피는 것이 수신이다. 수신이 생활을 떠나면 무가치해진다. 수신을 하되 도학과 과학 양면을 다 갖추어 개인·가정·국가·세계에 이익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마음공부는 일어나는 내 마음을 그대로 볼 줄 아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그대로 볼 수 있을 때 일을 당해 멈출 수 있고, 지혜로 판단할 수 있고, 정의를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6개 학교 교사들은 지난 일 년간,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나 마음 공부한 이야기, 교사들 간의 갈등으로 공부한 마음 일기를 가지고 와서 대중들 앞에 풀어놓으며 함께 감정하고 지혜를 주고 받았다. 내 속의 깊은 곳까지 열어 보이며 내 마음의 고정관념, 잣대와 완강한 기준들, 분별성과 주착심이 무엇인가를 찾아나가는 공부를 함께 수행하였다.

진정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만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상대를 집요하게 변화시키려고 할 때는 철벽처럼 꼼짝 않고 괴로움만 더 했는데, 내가 내 마음을 보고 나를 변화시키면서 자유로워지니 문제 양상도 달라보이고 어렵지 않았다고 발표한 어떤 선생님의 일기는 우리 교육의 희망이 아닐까?

자, 다시 한번 살펴보자. 우리가 배운 도덕을 우리 마음이 얼마나 배반을 잘 하는가를! 원수를 사랑하라는 도덕을 배웠지만 우리 마음엔 미움이 일어나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도덕을 배웠지만 범사에 얼마나 원망심이 많이 일어나는가. 공익심이 있어야 한다는 도덕을 배웠지만 우리 마음엔 얼마든지 이기심이 일어날 수 있음을. 그래서 사실로 일어나는 내 마음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그 마음을 돌리는 공부를 오직 할 뿐!

사랑과 미움이, 감사와 원망이, 공익심과 이기심이 그 에너지가 동일하며, 그 두 마음이 모두 내 마음임을 긍정하는 것. 내 마음에는 여러 마음이 함께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며, 우리는 사실을 바탕으로 공부해야 사실적 도덕, 생동하는 도덕을 부활시킬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을 보지 못하고, 관념적이고 도덕적인 기준만 가지고 옳고 그름만 따진다면, 막힐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런 교육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만화를 안 보려고 하는데도 만화가 자꾸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죠?"
"그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 주어라. 없애려고 치우려고, 왜 자꾸 그런 마음이 일어나느냐고 간섭하지 말고 그 마음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라."

선생님 말씀보다 선배 말을 더 잘 듣는 학생들을 보며 괴로워하는 선생님, 담배 피우는 아이들을 붙잡아 지도하며 짜증을 못 견뎌하는 선생님, 아이들을 만나는 일에 불안감을 느끼는 선생님, 조급증을 내는 선생님, 그리고 경계 따라 요란해지고 어리석어지고 글러지는 우리 모두 이번 마음공부 연수를 통해 더욱 성숙하고 깊어졌고, 6개 대안학교 교사들은 마음공부로 하나될 수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다시 제 학교로 떠나가는 선생님들을 배웅했다. 그리고 학교 뒤 미타산을 올려다보며, "삶은 불안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 불안정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안정된 것이다"라는 말씀을 다시 한번 새김질해 보았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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