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연대의 오도, 열린우리당의 오버

왜 총선연대는 50점, 열린우리당은 빵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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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dwdhkim)등록 2004.02.08 20:19
열린우리당의 오버, 총선연대의 오도
‘2004 총선시민연대’의 낙선.낙천 대상자 발표는 기본적으로 합법적이다. 적어도 침묵하는 것보다는 낫다. 필자가 감히 채점을 한다면 아마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는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즉각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는 대변인 성명을 발표한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한마디로 빵점 받을 짓이다. 열린우리당의 ‘뻘짓’으로 인해 50점짜리 총선연대의 행위조차 절반쯤 평가절하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가피하고 현명한(?) 짓
오마이뉴스 사이트에 국한해서 본다면, 총선연대의 발표에 대해 가장 많이 쏟아진 비판은 바로 ‘의정활동을 매우 잘 한 송영길이 왜 대상자로 되어야 하느냐?’것과 ‘송영길도 낙천.낙선 대상자로 들어갔는데 아무개 아무개 의원은 왜 않들어갔느냐’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전자는 총선연대의 평가 기준(가치관)이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이고, 후자는 공정성(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의 문제제기는 공정성(형평성) 문제에 집중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한나라당, 민주당 측의 문제 제기도 마찬가지 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제기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적어도 이 사이트를 통해 문제제기를 한 많은 네티즌들의 시각에서는 총선연대의 선정 기준은 한나라당에는 너무 관대하고 열린우리당에는 너무 가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안기부자금(?), 차떼기, 날치기, 방탄국회, 정치개혁 입법에 대한 수구적 태도, 무책임한 폭로정치등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한나라당 의원이 몇이나 있겠는가? 또 최근 드러났듯이 대선기간 동안 지구당에 뿌려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불법 자금 수수로부터 자유로운 의원이 한나라당, 민주당,열린우리당을 통틀어 몇 명이나 있겠는가? 아예 후보가 없었던 자민련 빼놓고…

따라서 정말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아마 한나라당,민주당,열린우리당등 주요 정당 전체가 통째로 레드카드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이 엄격한 기준을 한참 양보하더라도, 과거 집권당 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의 의원들이 부정.부패나 국회파행에 책임이 더 커고, 또 더 많고 더 심각한 비리를 저질렀을 것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비록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274개 시민단체들의 연합체인 총선연대라 할지라도 이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 낙선.낙천자를 발표했다면 아마 ‘외계인’취급 받든지 아니면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민주)당’의 외곽단체 정도로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고무줄 기준’으로나마 각당에 골고루 낙선.낙천 대상자를 만들어 낸 것은 불가피하고 현명한(?) 짓이라고 할 수 있다.

낙선.낙천 운동의 현실적인 파괴력
물론 총선연대의 발표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을 제외하고는 진지하게 참고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한나라당과 민주당등은 공정성 시비, 불법 시비와 더불어 ‘총선연대 발표 자체가 열린우리당에 도움을 주려는 술수’로 폄하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상대당 의원들을 줄줄이 거론하면서 ‘진짜 낙선대상’이라며 맞불을 놓기도 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즉각 ‘겸허히 수용한다’고 발표하였다. 아마 열린우리당 당권파들은 억울한 몇몇 의원을 희생시키므로서 다른 당과의 차별성(개혁적 이미지)을 과시하여 총선에서 전체적으로 이익을 보는 그림, 즉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그림을 그린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총선연대가 주로 문제삼는 낡은 정치 청산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시늉이라도 해온 열린우리당 소속의 낙선.낙천 대상 의원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었다.

어쨌든 선정기준과 관련하여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고, 열린우리당 대상자들이 곤혹을 치른다 할지라도 부패, 지역주의, 무책임한 폭로정치등 각종 의정 파행 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집요한 감시의 눈초리가 있다는 것을 시위했다는 점에서 총선연대의 활동은 그런대로 의의가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가치관의 문제, 공정성(형평성)의 문제, 공당의 태도
그런데 필자가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공정성 문제가 아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열린우리당의 의원 몇몇만 크게 다치게 되었다고 성토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평가 기준(가치관) 자체의 문제이다. 다시말해 정작 중요하지만 총선연대와 네티즌들이 놓치고 있는 가치(관점)의 문제이다. 또한 시민단체의 견해를 받아안는 공당의 태도의 문제이다.

총선연대가 낙천 대상자 선정기준으로 제시한 기준; 불법 정치자금및 뇌물 수수, 선거법위반, 당내 민주주의(경선 규율의 수용) 무시, 출석률과 발의법안 건수로 대표되는 의정활동의 성실성, 최소한의 인간적 자질, 시대착오적 색깔론.지역주의 조장 발언등등 모든 기준은 유권자들이 주의깊게 보아야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국 정치및 정치인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가를 꼽씹어 보면 알 수 있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한국 사회는 청년실업, 비정규직, 신용불량자 문제, 부동산투기로 대표되는 다양한 독점적 초과이윤(불로 소득)추구자들에 의한 가치사슬의 왜곡, 교육 전반의 고비용 저효율, 이공계 및 기초학문의 위기, 정부의 방만한 예산운용, 북핵및 북한의 기아 위기등 수많은 민족적.사회적 현안들이 있다.

지금도 이라크 파병, 한-칠레FTA, 부안문제, 세계 최고 수준의 노사갈등, 민영화-구조조정 과정의 소모적인 노정/노사갈등등 격렬한 대립.갈등들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민족적.사회적 현안들에 대한 국회차원의 진지한 연구는 지독히도 빈약하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정말 우리의 주요 경쟁국들인 미국,일본,중국,대만,유럽연합의 의원들이 벌이는 국정 현안에 대한 치열한 연구와 토론을 보다가 우리나라 국회의 행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근대화에 성공한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전이 벌어지던 100여년 전 한반도 상황을 자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세계사적 격변이 일어나는 이 시대 한반도 주변 환경을 직시하고, 위태롭게 항해하는 ‘한국호’의 통합.조정.조향 기능의 핵심인 정치의 후진성을 절감하면 등골에 식은 땀이 흐른다.

그러므로 한국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총선연대가 집중적으로 제기한 ‘누가 금을 밟았느냐’는 문제 못지않게, 국가.민족의 이해를 진정으로 앞세우고 진정으로 실천하는 태도(도덕성과 진정성)와 다양한 이해관계의 합리적 조정을 도모하는 정치 전문가로서의 능력 문제도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의 후진성은 기본적으로 유권자의 책임이다. 정치 본연의 활동을 열심히 잘하는 의원을 유권자가 알아주지 않는다면 정치의 선진화는 요원하게 마련이다.

필자가 대우자동차 처리 과정에서도 절감했지만, 대립 갈등의 현장에 정치인이 찾아가면 예외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 떨어뜨린다’는 위협을 받는다. 의원의 성실한 현장 정치에 대한 ‘호감이나 고마운 기억’은 짧지만, 조직된 소수 집단의 이익을 적극 옹호하지 않은데 대한 ‘악감정’은 길다. 왜 한-칠레 FTA문제를 앞두고 농촌당(?)이 생겨나겠는가? 왜 무기명 투표를 한다고 하겠는가?

그렇기에 현명한(?) 정치인은 목소리 큰 조직된 소수의 양보.타협이 필요한 갈등의 현장을 슬슬 피해다닌다. 그들과 결코 부딪치지 않으려 한다. 또 국가적 현안을 연구하고 해결하려는 정치인 본연의 활동은 대체로 주목받지 못한다. 단적으로 총선연대조차도 겨우 출석률과 법안 발의 건수 정도로 의정활동의 성실성을 재는 형편이다.

그러니 국회의원들이 국가적 현안을 연구할 시간이나 갈등의 현장을 돌아다닐 시간에 지역구 상가집이나 친목모임을 돌아다니며 덕담이나 나누는 행태를 보이는 것 아니겠는가? 어찌됐든 조직되고 목소리 큰 소수로부터 찍히지 않으려 하는 것 아니겠는가?

송영길을 둘러싼 논란의 근저에는 그가 오랫동안 다음 선거만 생각하는 통상적인 정치꾼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보여왔는데 반해 총선연대의 평가 기준에는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총선연대는 50점, 열린우리당은 빵점인가?
참여연대 김기식은 낙선.낙천자 발표 직후 ‘미디어 다음’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부에서는 부적격 사유만 적용할 뿐 의정활동을 잘하는 등 종합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들로 배제하기 시작하면 형평성에서 문제가 생기고 주관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낡은 정치를 허무는 운동만 담당할 뿐이다. 그 폐허 위에 새 정치의 건물을 축조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치사회의 몫이다’

이는 형평성과 주관성 시비를 배제하기 위해서 의정활동이라는 핵심적인 면을 배제하였고,시민단체의 책임 영역을 ‘파괴’로 국한 했다는 것을 고백한 것에 다름아니다.

낡은 정치를 깨기만 하면 참정치가 바로 오는 것이 아니다.

정보화되고, 투명화되고, 사정기관의 자율성이 확보되어 정치인의 최소 기준에 대한 사회적 감시.응징의 흐름이 거세게 형성된 마당에서,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참정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라면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반드시 따져 묻고 생산해야 할 정보가 있다. 그것은 정치 본연의 역할 즉 참정치를 누가 잘 실현 할 수 있는가와 관련된 정보이다.

단적으로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든 찬성하든 한-칠레 FTA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합리적 대안을 내오기 위해 누가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누가 소모적 대립.갈등의 현장을 돌아다니며 실사구시에 입각한 정책대안을 고민했는지를 따져묻고 이를 유권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제출 법안 건수와 출석률 못지않게 정책자료집의 내공이나 소요된 노고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리당략이나 다음 선거의 유권자를 표를 의식한 쇼맨쉽에서 벗어나 그 누가 민족적.국민적 이해를 옹호하려고 노력했는지,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이름만 치면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그런 정보를 모아서 제공하는 것도 전혀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총선연대는 정작 필요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50점밖에 줄 수 없다고 하는것이다.

정치인 수십명의 정치 생명을 끊으려는 시도를 하는 마당에 이런 어려움을 들어 하지 않는 것은 편의주의에 다름아니다.

총선연대가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이상 낡은 정치의 유산을 쓸어내기 위한 판단기준을 공표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참 정치를 어떻게 빨리 현실화 시킬지를 고려하여 야 한다. 금을 밟은 놈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과 더불어 정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누가 가장 근접해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낙선.낙천 대상자도 발표해야 하지만 당선 대상자도 발표 해야 한다. 바람직한 정치인 모델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70~80점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고 해야 옳다.
낙선.낙천 운동은 기본적으로 하기 쉬운 운동이다. 선관위 지침대로 인터넷 공간에서만 변죽을 올리고 있는 한 다칠 사람도 없다. 또 네가티브는 원래 언론의 주목도 많이 받게 되어 있다. 특히 금 밟은 사람을 단죄하는 법원의 판결은 정말로 채택하기 쉬운 기준이다. 하는 일도 다르고 정치 성향도 다른 300개 가까운 단체를 묶어서 이런 활동을 벌이려다 보니 낙천.낙선 기준은 최소기준으로 수렴할 수 밖에 없고, 객관성의 이름아래 법원의 판결을 주요한 잣대로 삼을 수 밖에 없다. 이는 파괴력 제고를 위해 이들 300개 가까운 단체가 참여한 총선연대의 한계이자 업보이다. 그러니 낙천.낙선 기준은 낡은 정치 청산이라는 최소기준으로 맞춰지고, 그나마 현실 정치 지형을 고려하여 고무줄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본질적 한계를 가진 총선연대의 발표에 대해 집권당이 즉각 전향적으로 화답했으니 어찌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숫자가 많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고 해봐야 어쨌든 시민단체들의 일시적 연합체에 불과한 총선연대의 ‘협소한 견해’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의 태도에 대해 심각한 불안함과 불쾌감을 어찌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솔직히 포퓰리즘 냄새, 이미지 정치의 냄새가 나고, 지극히 근시안적인 당권파의 안목이 느껴진다. 이는 좀 엽기적인 쇼를 해서 주목을 끌어야 할 의원 몇몇의 소수 정당이 아니라, 국정을 책임진 정신적.실질적 집권당이기에 더욱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에 대해 느끼는 불쾌감은 필자가 비록 총선연대 회원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참정치 창조를 고민한다면 총선연대의 협소한 기준(그나마도 한나라당에 지나치게 관대하고 열린우리당에 지나치게 엄격한)을 그대로 겸허히 수용한다는 말은 차마 해서는 안될 말이다. 낡은 정치 파괴에만 눈이 가 있는 총선연대의 50점 짜리 기준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해서는 안된다.

총선연대의 발표는 ‘진지하게 경청한다’고 해야 공당다운 태도이자 집권당다운 태도이다.
공당인 이상 의원,당료 같은 정치 전문가들과 당원들과 유권자들의 종합적 판단을 총선연대의 판단 이상으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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