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질서를 마비시켰던 세대의 편지

김충배 육군사관학교 교장께 드리는글

검토 완료

조용연(abechoph)등록 2004.02.09 19:47
김충배 육군사관학교 교장이 쓰신 편지를 읽어보며 이 나라 앞날이 왜 이리 어두운지 그 이유의 일면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 현 시국문제나 정치문제 사회문제를 세대간 또는 보혁구도에서 발생된 문제들로 보고 계시는 세계관과 5.16군사 군데타를 혁명으로 규정하는 분이 오늘 우리나라 최고의 군 지도자를 키워내는 육사교장으로 계시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우리 부모님들세대가 어렵게 고생하며 살았던 과거의 역사를 한번도 잊은적이 없습니다. 부모님들 세대뿐 아니라 그 이전 일제 강점하에서 고생하셨던 자랑스런 선조들의 희생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옳습니다. 부모님 세대들의 희생과 고생 때문에 오늘의 우리가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하지만 김교장께서 잊은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부모님들 세대처럼 그전세대들도, 그리고 우리세대들도 역시 그 시대와 역사가 요구하는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며 살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당신들의 세대만 희생을 강요당했다고 강변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먼저 우리세대가 과연 우리 부모님들 세대 모두를 수구세력으로 폄하한 사실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런 규정이야말로 사실을 왜곡하여 세대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반인간적인 이분법입니다. 부모님들 세대속에 수구세력들이 있음과 동시에 민주와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기위해 자신을 희생하셨던 분들도 많이 계신다고 믿습니다. 또한 정치보다 생계를 위해 묵묵히 자신들의 길을 걸어 오셨던 분들이 더 많이 계심을 상기해 드리고 싶습니다. 젊은 세대 대부분은 우리 부모님들 세대를 결코 모두 수구세력이라고 폄하하지 않습니다.

비난당하는 수구세력을 옹호하기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많은 부분을 인용하셨습니다. 그분에 대해 분명한 공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교장께서 주장하시는 재독 광부와 간호사 파견문제가 그분의 공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오늘 세계로 노동자를 파견하는 필리핀도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보아야 하는건지 묻고 싶습니다. 힘들고 험난한 광부와 간호사의 길을 그분들이 갔고 그로인해 당시 서독정부의 경제원조를 받아내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시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지 못했던 원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있음을 교묘히 숨기셨습니다. 서독에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해 그들로 조국을 위해 희생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입니다. 잘못된 방법으로 권력을 잡았기에 원조나 차관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즉 5.16군사 구데타가 없었더라면 독일에서의 가슴 아픈 한국인의 역사도 없었을 것입니다.

5,60대 이상의 우리 부모님들이 고생하고 사셨던 그 기간동안 3,40대는 호강하며 살았는가를 묻고 싶습니다. 여인네들의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고 쥐털로 밍크코트를 만들던 그 시절, 3,40대도 역시 함께 허리띠를 졸라메고 동참해야 했습니다. 청계천 피복상가에서는 10대의 어린 여공들이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임금으로 최장시간의 노동을 강요당했습니다. 산업화로 인해 젊은이들이 도시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최저인금으로 도시빈민들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바로 이 나라 경제발전의 주역들이 아닌가요? 서독에 갔었던 광부와 간호사들이 고생했던 것만큼 국내에서도 그런 희생을 강요당해야만 했던 수백만의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가발과 코리안밍크 기억과 함께 지금 3,40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도 몽당연필, 공책여백과 앞뒷장 모두 쓰기, 보리혼식 도시락등의 기억들을 담고 삼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보리도시락도 제대로 싸 가지 못했던, 그래서 물배를 채워야만 했던 많은 기억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월남전에 참가했던 우리 아버지를 비롯한 수많은 당시 국군장병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 그분들의 희생이 우리 나라경제 발전의 기폭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장인어르신도 당시 부상당하셨던 상처를 안고 살아가십니다. 하지만 베트남 국민들에게는 그들의 해방전쟁에 우리가 용병으로 동원되었다는 가슴아픈 역사적 사실이었습니다. 전쟁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이중적인 진실과 교훈입니다.

결국 그 전쟁은 미군측의 패배로 끝이 났고 우리는 희생을 담보로 한 전리품을 안게 되었습니다. 참전한 군인들이 어떤 역사적인 사실도 알지 못했을 뿐더러 알 수도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럼으로 그분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그분들에 대해서 국가가 응분의 보상과 명예를 갖춰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전쟁에 우리 당시 젊은이들을 용병으로 보냈던 것이 바로 김교장이 말씀하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그들의 희생으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이 사실임으로 결국 박정희 전대통령은 젊은이들의 피와 목숨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이므로 결코 박정희란 개인의 치적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런 논리로 70년대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당시 젊은이들, 이역 베트남에서 죽어가고 부상당하고 싸웠던 참전용사들이었습니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당시 참전했던 분들 배후에는 가슴 졸이며 살았던 그분들의 부모님들과 형제들, 자녀들이 있었음을 잊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당시 경제 발전을 위해 희생했던 주역들입니다.

편지 모두에 젊은이들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개혁과 신진의 주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젊은이들을 또 반전과 평화데모를 위해 거리로 몰려나와 교통질서를 어지럽히는 몰지각한 세대로 규정하셨더군요. 당연히 이 시대 어른의 한분으로 걱정하자 않으면 안 될 부분 이였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몇가지 묻고 싶습니다.

첫째,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며 대한민국 육군 중장으로 5.16이 혁명이 아닌 구데타였다는 역사적 평가를 믿지 않으시는지요? 과연 그런 역사관으로 육사생도들을 가르치고 계시다는 말인지요? 박정희란 한 인간에 대한 평가는 역사속에서 내려지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만주에서 독립군을 쫓던 일본군 장교시절부터 공산당에 물들어 공산주의자 시절을 거친 것 까지 재임기간동안 금기시 됐던 드러나지 않았던 역사가 지금은 역사적 평가입니다.

반인륜적 살인적인 고문을 서슴치 않았던 그래서 한국의 민주화를 뿌리채 뽑아 놓았던 군사 독재자의 전형과 함께 한국 경제의 기틀을 닦아 오늘 한국경제를 토대를 닦은 경제 지도자의 두면을 다 가지고 있지요...물론 한국경제를 기형적으로 발전시킨 면도 이미 드러나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런 분을 마치 전 세대의 전형이며 추앙해야할 지도력으로 묘사한 것은 육사 교장 답지 못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생도들에게 진리와 사실보다는 감정적 훈화를 통해 오늘의 사회문제가 기성세대가 아닌 젊은이들에게 있다는 오류를 주입하려고 하신건지요? 오늘의 지역감정, 정치혼란문제는 기성세대의 책임입니다. 솔직한 책임통감과 반성이 있어야지만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천문학적 숫자의 불법자금을 받아 챙겼던 분들이 젊은 세대인가요? 군인본분을 망각하고 동포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던 정치군인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입니까?

셋째, 김교장께서는 자기 세대에 대한 진솔한 반성은 없으신지요? 자기 세대에 대해 연민과 자찬만 있는 그런 편지가 아닌 치열한 자기반성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그런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쓰실 용기는 없으신가요?

차세대 젊은이들을 위한 분발을 촉진하기 위해 편지를 쓰신것에 대해선 공감합니다만 대부분의 내용은 오류와 왜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글은 이미 교장 선생님의 글이 여러곳에 실렸기에 여러곳에 보내겠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건승을 기원하며 성실한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2004년 2월 9일 30대 후반세대의 조용연 드림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