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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5일 북경에서 개최될 제2차 6개국 회담을 앞두고, 여전히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은 결코 낙관할 수 없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목을 조르며, 항복을 받아내려는 강경 자세를 유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월16일자 일본 <마이니치>는 “미국은 이미 지난 1998년 북한의 고농도 우라늄 농축계획을 인지하고 북미기본조약의 수정을 한국 측에 요구하였으나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태양정책에 의해 기각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부시 대통령도 출범당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그대로 방치하였다”고 언급했다.
이는 2002년 여름에 우라늄농축계획의 정보를 입수하고, 그해 10월에 북한이 개발사실을 인정하였다고 발표한 부시 행정부의 설명과는 모순되는 내용이어서 이번 우라늄농축계획을 대북강경책의 빌미로 억지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또한 일본도 이같은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을 덧붙였다.
북한의 우라늄농축계획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지만 이번 회담에서 우라늄농축계획을 협의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타결을 위해 북한의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오히려 미국과 일본은 사태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강경정책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번 회담에서 납치자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방침이며, 그를 위한 사전준비로서 지난 9일 국회에서 대북송금관련제제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아베 자민당간사장은 머지않아 다시 <특정선박입항금지법안>을 국회에 제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대북송금금지 조치와 선박입항금지 조치는 준 전시상황으로 몰고 갈 정도로 북한에게 직접적으로 커다란 타격을 주는 법안이다. 일본은 자신이 내밀 수 있는 카드를 이미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이제 조금도 타협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타 국민의 강제납치는 국제법상 중대한 범법행위가 분명하지만 북일국교 수립을 위해 일본의 요구를 수용, 납치사실을 인정하고 일단 북한으로 귀국을 약속받고 납치자의 조속한 방일을 허락한 북한으로서는 일본으로부터 약속을 파기당한 식이 되어 무조건 일본의 제안에 응하기는 힘든 셈이다.
북한이 일본의 당국자들과 납치자 본인들이 일단 평양으로 남은 가족들을 마중 나온다면 그 자리에서 남은 가족들을 돌려보내겠다는 타협안을 제안해도 일본정부는 오히려 하루빨리 아들, 딸, 남편을 만나려고 하는 납치자들의 심정을 외면하고 오히려 무조건 납치자들의 남은 가족의 귀국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의도는 이미 불 보듯 뻔하다. 이제는 조금의 타협도 하지 않으며, 북한을 더더욱 곤경에 빠뜨려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의도이다. 이것은 납치문제와 핵문제를 빌미로 한 정치적인 의도가 강하다. 그동안 납치자 가족들의 수 십년에 걸친 외침도 무시해온 일본이 지금에 와서는 납치자들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오히려 납치자 문제를 대북강경정책의 구실로 삼는 경향이 두드려져 보이고 있다.
타협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미국과 일본에 의한 일방적인 대북압박은 폐쇄된 의사결정구조를 가진 북한을 더더욱 자극하고,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갈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의 하나라도 무력충돌이 생긴다면 가장 큰 피해당사자는 한민족이 될 수밖에 없다.
민족의 살길은 남북한 정부의 굳건한 신뢰회복과 구축에 달려 있다. 한미일 공조체제라는 틀과 의사결정구조가 판이하게 다른 북한을 한꺼번에 다뤄야하는 정부의 고충도 격심하겠지만 지금이야말로 민족의 지혜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단지 미국와 일본의 분위기만 살피고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북한을 비롯, 미국과 일본에 주도적으로 의견을 제안, 수렴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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